본문 바로가기

정치

문성근이 뿔나 민주통합당 회의장을 떠난 이유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잡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공천 심사위에서 총 14명의 인사(외부 인사 7명, 내부 인사 7명)를 선임했습니다. 그런데 문성근 최고위원은 어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강하게 공심위 인사에 대한 항의를 한 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설득에도 회의장에서 퇴장했습니다.

그 후 문성근 최고위원은 오전 9시에 열린 공개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습니다.

민주통합당 공심위(공천심사위원회)의 갈등을 보면서, 도대체 왜 문성근 최고위원이 반발하고 나서는지 자세히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방법이 민주통합당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 문성근은 왜 공심위에 불만을 느꼈는가?

우선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이 가진 불만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불만이 무엇인지 알아야 대책을 세우던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문성근 최고위원은 "14명의 공심위원 중 시민통합당 출신 인사가 한 명도 없다, 통합의 정신을 살려야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그 후 문성근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말합니다.


문성근 최고위원이 가진 불만은 14명의 공심위원 중 시민통합당 출신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점입니다. 문 위원 생각에 공심위에 시민통합당 인사가 최소 1-2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후 문성근 위원은 대표 경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동생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를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당 중앙 위원이라는 이유로 공심위원에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를 샅샅이 살펴보니.

제가 판단하기에 문성근 최고위원이 자신이 추천한 인물이 공심위에 선정되지 못한 일에 대한 불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공심위 전체 구성에 강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이는데, 공심위 인물들을 한번 분석해 보겠습니다.




민주당 공심위 위원장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입니다. 일단 공천위원장을 놓고 친노그룹과 시민통합당의 의견이 달랐습니다. 친노측 인사들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추천했고, 시민통합당 일부에서는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이 맡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친노측에 공천권을 많이 줄 수 있다는 비판과 이학영 전 YMCA 전 사무총장은 지난 전당대회에 나왔던 인물이므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으로 공심위원장에 임명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인사 구성에는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큰 반발은 없었습니다. 외부인사 7명 전원이 문화계와 여성계,법조계 등에 있었지만 대부분 개혁적인 성향이나 사회운동에 관여했던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성위원이 많으므로, 향후 공천에 여성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습니다.


문제는 당내 위원으로 선정된 7명입니다. 문성근 최고위원이 가진 불만과 합쳐 문제를 제기하자면 우선 당내위원 전부가 구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이들은 현역 의원입니다. 알다시피 현역의원이 공천에 개입하면 현 18대 국회의원들의 재선에 안배를 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내위원에 시민통합측은 물론 한국노총 인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는 당내 위원 구성은 현역의원 3명, 시민통합당 1명,한국노총 1명,중립 2명 정도로 구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이 가야 할 길

이번 사태를 놓고 글을 쓰기를 한참 고민했습니다. 언론들이 문성근 최고위원이 보여준 모습을 놓고, 한명숙 대표와의 갈등을 더 부각시켜 향후에는 민주통합당의 분열과 권력싸움으로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면, 지금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면 그에 관한 이야기는 불만 조장을 위해서가 아닌, 앞으로를 위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명숙 대표는 기존 시민통합당 세력에 대해 적절한 안배를 해야 합니다. 아니 지금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중심축에서 시민통합당 지지자가 차지하는 적극성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앞으로 총선에서 이들의 지지를 유지하려면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이들 세력이 민주통합당의 전부는 아니지만, 모바일 경선에서 보여준 힘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온라인의 지지 운동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지는 점을 본다면 현역 의원이나 구민주당 세력보다 19대 총선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신인이나 시민통합당 측 인물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문성근 최고위원도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방법에서 정치적 합의를 만들 수 있는 유연함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판과 영화판은 다릅니다. 정치판은 어떤 면에서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복잡함이 살아 숨쉬는 조직입니다. 그 안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면 정치적 방법론에 대해 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문성근 위원이 가진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중에 홀로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힘듭니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문 위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그 지지자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봅니다.



다행히 한명숙 대표는 공천이 시작되면 시민통합당에 대한 참여공간이 넓어질 것이며, 이럴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뜻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문성근 최고위원도 "통합의 정신이 안 보인다 싶은 것이고 확인을 해보니 그런 혼선이 있지 않나 싶어서 제 입장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라며 “(홍영표) 대표 비서실장에게 문제 제기를 했고 아마 검토를 하실 것”이라며, 갈등을 유발하려는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늘 제 글을 읽고 "역시 정치판"이라는 말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 말하자면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주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입니다.

친노,구민주당,현역의원,시민단체,한국노총 등 수십 개의 계파와 지지세력이 다른 집단이 모여 한번에 모든 일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서는 갈등도 잡음도,볼멘 목소리도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없다면 그 또한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무조건 한 방향으로 전원 100% 합의 이런 이 나온다면 그것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살가면서 자신의 목소리와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합의를 통한 조정은 늘 존재해야만 하고, 그것을 무너뜨리는 인물이나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버려야 합니다(특히 민주통합당 내 X맨들). 민주통합당이 갈 길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진짜 힘을 써야 할 곳과 소중히 생각해야 할 사람을 구분하여 앞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