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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나라당 '공천의 자격' 심사위원 박칼린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던 박칼린 씨가 한나라당 외부 공천 심사위원에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박칼린 씨가 지휘를 했던 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은 저도 너무나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이라 이 기사를 접하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반한나라당 성향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만약 박칼린씨가 민주통합당의 공천 심사위원이 됐어도 마찬가지로 저는 아마 비판을 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녀가 정치적 심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나라당이 말하고 있는 공천심사위원회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원회 규모를 11-13명 정도로 잡고 있으며, 당내 인사 비율을 3분의 1 수준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당내 인사는 4명이 될 것이고 나머지 9명가량이 외부인사라는 뜻입니다.

현재 한나라당은 이공계 정치신인에게 가산점 20%를 주겠다고 했으니 이공계 관련 심사위원은 반드시 한 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SNS 지수를 반영한다고 했으니 여기도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거론되고 있는 윤여준 전 장관이나 정종섭 서울대 법대 학장,손봉호 나눔국민운동 대표,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인명진 목사를 빼고 나면 다른 분야의 공천심사위원은 박칼린 씨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문화예술계의 공천 심사를 위해 박칼린씨를 영입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입니다. 그녀가 공천심사위원회를 맡는다는 것을 비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문화예술계 공천신청자가 얼마나 될까?

제가 박칼린 씨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현재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자로 등록한 예술인이 얼마나 되느냐는 점입니다. 18대 총선 당시 1,160명이라는 사람들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문화예술계 종사자는 4명이었습니다. (문화 예술단체장)

현재 한나라당에 대한 상황을 생각할 때 이번에도 10명 내외의 공천신청자가 있다고 친다면, 문화,예술계를 심사하려고 13명의 소규모 공천심사위원회에 문화예술계 인사를 포함하는 것도 비효율적인 인선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다른 분야의 검증인원은 물론이고, 국민의 민심을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은 넣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형식적인 인원배분이 아닌가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 끝까지 공천도 쇼로 만들려는 한나라당

박칼린 씨는 '남자의 자격'에 출연한 이후로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와 관심을 끌었던 인물입니다. 솔직히 그녀는 뮤지컬 분야에서는 유명인사였지만, 그녀가 남자의 자격 합창단 지휘자로 나왔을 때는 도대체 박칼린이 누구인지를 검색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대중은 그녀를 몰랐습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인기를 끌면서 그녀는 CF와 각종 강연, 토크쇼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박칼린의 리더쉽이었습니다. 그녀를 보면 생각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대한민국을 흥분시켰던 거스 히딩크 감독입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히딩크 리더쉽'으로 한동안 대한민국에 새로운 리더쉽의 아이콘으로 떴던 사람입니다.

말을 바꾸어 히딩크 감독이 체육계를 대표해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이 된다면 어떨까요?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면 박칼린 씨도 대중적 인기라는 하나의 단면으로 공천심사위원이 되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치와 리더쉽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리고 한 조직을 잘 운영했다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일, 특히 정치 인물을 심사하는 일은 효과적이거나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박칼린씨를 공천심사위원으로 선정한다는 것 자체가 공천도 쇼로 만들겠다는 한나라당의 이벤트에 불과할뿐입니다.

■ 공천개혁이 외부인사만으로 가능할까?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를 맡았던 공천심사위원회 명단입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위원장으로 '안강민의 쿠데타'를 감행했습니다.

이런 안위원장의 '충격요법'은 성공했을까요? 제가 볼 때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기존 정치의 문제를 외부인사를 통해 개혁하려고 했지만. 역시나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제일 웃긴 현상이 '원박(원조 박근혜계)','월박(원래 박근혜계)'라는 계파간의 갈등이 더 심해진 모습입니다. 김무성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친박무소속연대로 출마하여 당선된 현상을 보자면, 오히려 영남 물갈이를 아무리 하려고 해도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과만 남겼습니다.

또한, 안강민 위원장이 홍정욱이라는 젊은 인물을 노원병 선거구에 왜 공천했을까요? 삼성떡검 명단에 올랐던 안강민은 노회찬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했었습니다. 홍정욱을 내세워 노회찬을 떨어뜨린 안강민의 공천이 과연 한나라당만을 위한 공천이었을까는 지금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남경필 의원 불출마 약속을 지키라는 1인시위를 펴는 시민 박정근씨 출처:오마이뉴스 이민우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인물론을 가지고 정당이 내세운다고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안철수와 같은 사람이 지역구에 나오면 몰라도 보통 인물로는 조직선거와 계파,자금이라는 기존 정치 조건이 없이 당선되기는 어려운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결국, 비슷한 인물이 공천에 나왔을 경우, 어떤 후보자가 얼마나 조직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구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또한,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을 의혹이나 범죄를 검증하는 절차가 세밀하고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공천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검증 절차가 하루아침에 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정치적 판단과 검증을 외부인사로만 구성한다고 가능할 수 있으며,계파간의 조율을 당내 인사 4명이 맡아서 그 뒷감당까지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박칼린 씨가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이 된다고 그녀를 비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를 공천심사위원회에 임명할 한나라당의 꼼수가 참으로 유치하다고 느낄 뿐입니다. (그리고 박칼린씨가 승낙을 한다면 굳이 이상한 일에 발을 내디딜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한다고 난리를 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당선될 가능성이 그나마 큰 새로운 공천 신청자를 모집하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공천신청자로부터 40억 원의 수입을 거둘 만큼 많은 인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불과 4년 만에 19대 총선에서 현역25% 물갈이를 외치고 있으며,서울에서는 한나라당 이름으로 총선에 출마할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당명을 바꾸고 공천심사위원회에 인기인을 영입한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처절한 회개와 90%의 물갈이가 없다면, 한나라당은 '4.11부정선거' 이외에는 살아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조심하세요.아직도 10.26 부정선거의 주범이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