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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강용석 '욕설 트윗'에 담긴 교묘함



무소석 강용석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은 물론, 홍준표 전 최고위원에 대한 욕설 트윗을 올려 다시금 온라인에서 많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5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X발 세상 X가타, 정치 존나게 해봐야 부모 잘만난 박그네 못조차가ㅋㅋ 부카은 김정은이 최고,,,왕후장상 영유종호."."나는 홍준표가 존나게 불쌍해.나보다 더 몬난 부모만나 세상 치열하게 살면 머해,박그네가 잡으니까 공천 못 받을거 가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처음 이 글이 올라오자 '설마 강용석 의원이 이런 말을?' 하면서 강용석 의원 해킹설을 주장했던 네티즌도 있지만, 강용석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 자신이 쓴 글이 맞으며, 몇분 후 관련 글을 본인이 직접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트위터를 보면, 그동안 강용석이 했던 모습을 보면서 이거 정상이 아닌 사람 같다는 생각으로 그를 치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는 그렇게 간단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동안 강용석 의원을 보통 사람이 보는 눈으로 글을 썼다면, 오늘은 그가 가진 무서움과 지독함, 그리고 교묘함에 대한 시선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왕후장상 용유종호:강용석의 가난은 무기였다?

강용석 의원이 올린 트윗이 취중에 올린 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는 지인과 반주를 했지 만취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트위터에 박근혜 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그것도 박근혜 위원장은 부모 잘 만나 성공한 사람으로 홍준표 전 대표는 고생했지만 결국 토사구팽이 되는 인물로.

'왕후장상 용유종호'는 왕이나 제후, 장수나 재상이 어찌 씨가 따로 있을 것인가라는 뜻입니다. 역성혁명이나 역사 속에서 반란을 꾀하는 사람들이 흔히 했던 말 중의 하나입니다.

강용석이라는 사람이 성희롱 파문을 하지 않고 나왔던 사람이라면 참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부모를 잘 만나 독재자의 딸이 장물을 가지고 다시 정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고, 홍준표 전 대표는 가난을 이겨내고 성공한 뒤 거대 여당의 당 대표까지 했지만, 지금은 끈 떨어진 사람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왜 강용석 의원은 했을까요? 강용석 의원은 어린 시절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던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 등록금 때문에 MBC 장학퀴즈에 나왔고,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 때문에 판사임용이 되지 않았던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지금의 박근혜 위원장과 비교하고, 홍준표 전 대표를 보니 자신의 정치 인생과 삶이 덧없고 허무하고, 불쌍하면서 정치 끈이 떨어졌으니 이런 글을 올렸을까요?

강용석 의원의 18대 총선 홍보 동영상 출처:강용석 의원 블로그


18대 총선 당시 강용석 의원에게 붙은 이미지는 부잣집 귀공자와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서울대 법대 졸업에 사법고시 출신, 여기에 하버드 법대까지 나온 사람이었으니.

그런데 강용석 의원이 출마한 마포구 을 지역은 예전에 비만 조금만 와도 침수됐던 망원동 지역을 포함해서 저소득층이 있으면서, 성미산 마을처럼 풀뿌리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엘리트보다는 무언가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강용석 의원이 만든 선거 동영상에는 '가난'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가난 속에서 피어난 꿈"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선거 홍보 동영상을 보면 가난한 집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이제 지역 주민과 나라를 위해 애를 쓴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 영상이 대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봤고, 그것을 통해 그는 18대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가난을 무기로 이용했던 사람이, 가난 타령과 부모 잘 만난 박근혜에 대한 공격을 단순한 음주트윗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볼 때에는 그는 이것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하려는 변신을 준비 중인 교묘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 강용석이 살아남는 방법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파문으로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했습니다. 알다시피 한나라당의 지지층은 막강합니다. 기본 30% 지지율이 나오는 새누리당의 안정적인 기득권 기반에서 쫓겨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강용석 의원은 절대로 한나라당 인물들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한나라당의 적들을 향해 의혹을 제기하고 고소,고발을 했습니다. 이것은 언제라도 한나라당이 써먹을 수 있는 인물로 살아남는 동시에 대중적 생존을 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적 입지라는 것이 별거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사람, 그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으면 정치권에서는 성희롱 파문이고, 고소,고발 이런 거는 문제도 아닙니다.

강용석 의원이 이제 국회의원을 하지 않으리라고 보십니까? 절대 아닙니다. 그는 정치의 맛을 봤던 사람이기에 19대 총선에는 떨어져도 20대 총선에서는 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자기가 얼마나 유능하고 효과적이며,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안철수,이준석,박원순,곽노현,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대중의 관심을 한눈에 받는 사람입니다. 그들을 공격하고 물고 늘어짐으로 밖으로는 새누리당의 적을 교란시키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외부에서 안으로 비대위를 흔드는 역할를 톡톡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용석이 그냥 미친놈이자 정신이상자라 고소,고발을 하고 자꾸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것이 어떻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고 나아갈 수 있는지 치밀하게 계산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가난 속에서도 서울대학교를 가고,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금배지를 단 그의 삶을 본다면 그가 그저 무식하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도 아니고, 막판에 몰린 막장 인생처럼 인생을 포기하며 사는 사람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강용석 의원 명함


강용석 의원 블로그 (http://blog.naver.com/equity1/) 를 보면 같은 블로거 입장에서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파워블로거로 이름을 떨칠만한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특히 제가 분석할 때 국회의원 블로그 중에서 검색으로 제일 많은 유입자가 있는 현직 국회의원일 것입니다.

물론 정치쪽도 있겠지만, 공기업 완전정복처럼 공기업 취업 정보는 잘 되어 있는 컨덴츠 중의 하나입니다. (그냥 성희롱 파문 후에 블로거로 잘만 했으면 그나마 괜찮았을까요?)

강용석 의원이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블로그에 스스로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문구를 대문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박봉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의 유시민'이 되겠다고 스스로 외치고 있습니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대한민국 보수에서 성희롱, 뇌물,비리,의혹과 관련 없는 사람이 없기에 어쩌면 성희롱 파문은 몇 년 지나면 없어지거나 그냥 큰일이 아닌 것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강용석 의원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를 칭찬하고 싶은 생각도, 그의 인생이 가난에서 핀 꽃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그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미친놈 내지는 정신병자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강용석 의원에 대한 평가는 똑똑하지만, 그 잔머리와 교묘함에 언젠가는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 청와대 비서관이자 4.11총선에서 중랑구에 출마한 양정철 후보 트위터


강용석 의원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자 4.11총선에서 중랑구에 출마한 양정철 후보의 트위터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강용석 의원이 똑똑하고 교묘하고 많은 복선을 깔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삶입니까? 바로 그 자신만을 위한 삶입니다. 정치적 입지와 자신의 대중적 생존을 생각하며 일을 벌이는 그에게 지역주민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4.11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고 다시 한번 자신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오로지 금배지만을 향해 무조건 달려간다면 강용석 의원처럼 이름은 기억하고, 금배지는 달 수 있지만, 시민에게 인정 못 받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