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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여옥 '불륜 호텔론'과 정봉주와 '설리번 사건'


전여옥 의원이 정봉주 전 의원을 향해 별난 주장을 하고 나섰습니다. 'BBK'사건으로 구속 수감되는 정봉주 전 의원의 송별회가 하얏트 호텔에서 했다면서,진보가 송별회를 호텔에서 할 수 있느냐는 요지의 논조로 정봉주 전 의원을 비난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랬습니다.

안민석 의원이 주장한 호텔 모임의 성격과 금액(금액 오타) 출처:안민석 의원 트위터


그날 함께 참석했던 안민석 의원의 말에 따르면 하얏트 모임은 정봉주 전 의원의 대책회의 자리였고, 다른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온 정봉주 전 의원의 아내와 어린 자녀들이 마지막으로 아빠를 더 보기 위해 호텔 커피숍에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날 소요된 계산은 11만7,370원이었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금액 오타에 대한 수정과 함께 영수증을 공개했습니다.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하얏트호텔 커피숍 영수증 출처:안민석 트위터


하얏트 호텔 라운지 (보통 커피숍)로 시간이 12월25일로 적혀 있는 영수증에 따르면 금액은 정확히 11만7,370원 이었습니다.

전여옥 의원은 하얏트 호텔 모임을 두고 트위터상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나꼼수팀을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을 보면 정말 엉뚱한 것이 아니라 삐뚤어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여옥 의원의 논리라면 진보는 무조건 허름하고 비참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못살고 빚을 수억 원 씩 지고 발언을 해야 합니다. 전여옥 의원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면 가난한 자, 서민을 위해 말하려면 절대로 호텔에 가면 안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박근혜 의원은 어땠을까요?


박근혜 의원은 매번 호텔에서만 모임을 합니다. 그것도 십만원이 아니라 호텔에서 잡아준 VIP룸에서 수천만 원을 사용하면서 모임을 했습니다. 전여옥 의원의 논리라면 박근혜 의원은 아예 서민을 운운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그녀가 말하는 서민정책은 도덕적으로 허구이자 사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여옥 의원은 호텔에서 수천만 원씩 쓰는 박근혜 의원에 대해 비판은 하지 않고, 이상한 논리로 예전에도 호텔 모임을 비난했습니다.

수십번의 NG끝에 몇 가지 단어만 강조하며 논평을 냈던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 출처:YTN 돌발영상

전여옥 의원은 2004년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당시 문재인 전 수석의 호텔 모임을 비난하면서 내놓은 단어들이 <중년남녀><대낮><호텔><단둘이><1시간>이었습니다. 언뜻 들으면 강금실 장관과 문재인 전 수석이 마치 불륜남녀로 호텔에 갔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당시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저런 표현보다 국민은 전여옥 의원이 송년모임에서 춤을 춘 모습을 더 역겹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국회의원들이 호텔에 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호텔 칵테일바나 강남의 고급 술집에서 국회의원들의 세비로 사용하는 것과 내일 구치소에 갈 사람을 위한 대책회의를 호텔 커피숍에서 했던 일은 정확히 비판의 전제조건부터가 다릅니다.

정봉주 전 의원과 나꼼수를 비난함으로 자기를 어떻게든 띄워보려고 하는 전여옥 의원의 모습은 머리나쁜 오크들이 자기 동료를 잡아 먹는 짓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오크는 머리가 나빠서 배고프면 자신의 동료까지도 잡아 먹는 판타지 소설 속 동물)


전여옥 의원이 진짜 비판해야 할 것은 현행 국회의원답게 지금 대한민국이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특히 언론인 출신으로 ( 진짜 언론인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통제되어가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수감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지지자들과 함께 인터뷰를 하는 정봉주 전 의원 출처: 한겨레


정봉주 전 의원은 수감되기 직전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나한테 적용한 법이 미국에서는 1964년에 없어진 법이에요. 설리번 사건이라고 있어요.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뉴욕타임스> 손을 들어주거든. 정봉주법 개정되면 바로 나오는 거지 뭐…."

정봉주 전 의원이 말한 '설리번 사건'은 설리번 판례, 또는 케이스라고 불리며 미국이 지금의 언론 자유를 갖게 하는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혹시나 전여옥 의원이 언론인 출신이지만 모를까 봐,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래 글은 법률저널 류영욱 변호사와 이재경교수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1960년 3월 29일, 뉴욕타임즈는 “Heed Their Rising Voices”라는 전면(全面)광고를 싣습니다. 이는 당시 반인종차별 운동을 벌이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알라바마에서 위증으로 구속된 것을 돕는 성금을 걷기 위한 광고였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는, 민권운동가들에게 가해진 경찰들의 행동들을 묘사했고, 이 광고를 가지고 4월5일 몽고메리시 지역신문이 기사를 냈습니다. 이에 비록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그 자신이 경찰들을 감독하는 직책에 있던 알라배마州 몽고메리郡의 설리번 위원은 뉴욕타임즈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합니다. 알라바마 최고법원은 이를 활자화 된 명예훼손으로 간주 설리번의 손을 들어주고 피해보상금으로 엄청난 금액인 $500,000을 선고합니다.

하지만 미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이 결정을 파기합니다. 왜냐구요? 브레넌 대법관 (Justice Brennan)은 9인의 연방대법관을 대표해 쓴 판결문에서,

“이런 소송이 허락된다면, 향후 정부관료를 향한 비판들이 - 설사 그것이 정당한 비판일지라도 - 공포와 두려움의 장막에 갇혀 얼어붙게 되고, 이는 곧 [정당한 비판 이전에] 자기검열로 이어질 것이다”

(Allowing libel lawsuits in cases like this one, further, would tend to "chill" future criticism of government officials, even legitimate criticism, for a "pall of fear and timidity" would fall over speakers, leading to "'self-censorship.'") 라고 적시합니다. 이 역사적 판결로 말미암아, 명예훼손의 대상이 공인이고 (public figure) 그의 공적 활동에 대한 내용이 (public matter) 명예훼손과 관련된 문제일때 원고는 (公人 본인이겠지요), ① 발언의 허위성 (Falsity)과 ② 과실 - 실질적 악(惡)- (Fault - Actual Malice)을 추가적으로 증명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미 수정헌법 제1조와 14조에 따른 것입니다



이 사건의 판례를 통해서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과 '펜타곤 페이퍼 공개'가 미국에서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 이후 미국에서는 공직자가 언론을 상대로 소송해 이긴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지금 미국이 언론자유가 한국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법적으로 합당한 비판과 의혹제기를 보장해주기 때문입니다.


전여옥 의원의 모교인 이화여대에서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모금한 돈으로 종합 일간지 2곳에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제목은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습니다'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은 민주주의가 짓밟힌 모습이라는 저들의 외침을 전여옥 의원은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저들이 왜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을 비판하고, 많은 국민들이 나꼼수 방송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지...

설리번 판결에 동참했던 골드버그 판사는 "미국 시민과 언론은 비록 과도함과 악용에서 오는 해가 있다 하더라도 연방 헌법으로부터 공직자의 행동을 비판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특권을 부여받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설리번 판결문에서 나온 잘못된 길이 무엇인가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봉주를 구속함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공포와 두려움의 장막에 갇혀 얼어붙게 되고, 비판은커녕 자기검열로 입을 다물 것이며, 위정자는 자신들의 행동을 국민이 절대로 비판할 수 없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정봉주 판례'가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하는 시대에 나왔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