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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죽은 특공대 후배들이여,부끄럽고 미안하다.



특공연대 병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제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포스팅을 쓰면서 특공연대 출신임을 내세우며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니 참 가슴이 아파서, 다른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12일 오후 706특공연대 이모 일병은 부산의 한 호텔에서 비닐을 머리에 덮어쓴 채 숨져 있었고 유서에는 "완벽하게 죽을 때가 왔다" 라는 영어로 작성한 유서가 발견되었습니다.』

『4일  오전 201 특공여단 안모 일병이 부대 병영생활관 창고 천장에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삼일 후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



특공연대는 군단별로 한 개의 부대씩 존재하기 때문에 비록 소속은 다르지만 특공연대는 같은 훈련과 편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특공연대 군인들은 타군단 특공연대 병사들을 보면 남과 같지 않고, 오히려 같은 부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죽은 특공연대 병사들은 마치 제가 나온 부대의 후임병 같다는 느낌으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특히, 이번에 죽은 201 특공여단 안모 일병은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군생활이 힘들었다는 유가족의 증언이 나와서 더욱 충격스럽고,머릿 속이 멍해집니다.

 유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특공부대 배치 직후부터 선임병들이 귀엽다며 귀를 만지고 깨물고 해서 거부했더니 '엉겨붙는다'며 미워했다"
"2개월 전쯤 아들이 부사관 신청을 한 뒤부터 모 병장이 동료들에게 '곧 떠날 놈이니 잘해주지 마라'며 따돌렸다는 조사 내용도 확인했다"
"몸이 아파 병장과 근무 교대를 한 뒤에 병장이 '저 ○○는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 잠자지 말고 걸레 38개 빨아놔라' 며 계속 아이를 괴롭혔다."


솔직히 유가족의 증언을 보면, 부대에서 일상적으로 나올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고참이 귀엽다는 이유로 자기 모포 옆에서 신병을 자게 하고 껴안는 행위'
'군종병이나 사단 차출로 가는 후임병을 전 부대원이 갈구기.'
'몸이 아파 상급자에게 근무 교대를 받았을 경우 돌아와서 후임병 더 괴롭히기.'

제가 군생활하면서 봤던 모습이라 저는 유가족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특공연대 병사들의 자살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자료를 찾는 중에 더욱 충격적인 일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2006년 제가 나온 701특공연대에도 가혹행위로 의심되어 자살이라고 발표한 한 병사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군대 내 사망사건은 철저히 보도가 되지 않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제가 나온 부대에서 군의문사와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는 일을 보니, 참으로 어이없고, 부끄러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8월 3일 파주 모 부대에서 총상으로 사망한 전일병의 사촌누나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가 사건을 단순 자살로 묻으려는 군 당국의 태도 때문입니다.

또한 한 생명이 자신의 젊음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죽었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실 보도 또한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부족한 글을 올립니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전상호 일병은 파주에 위치한 제 701 특공연대부대 소속입니다 지난 해 12월 입대 후 전일병이 감당하기 힘든 훈련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지난 8개월 동안 몸무게가 15kg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또한 탈진으로 인해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입원하고 사망일인 3일 퇴원을 하였습니다. 부검 당시 본 전일병의 얼굴은 많이 야위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망 당일 전 부대원은 훈련을 위해 외곽으로 나가야 했고 전일병과 같이 몸이 좋지 않아 훈련을 나가지 못하는 잔류 인원들이 보초를 서야했습니다.

사고 당시 같이 근무를 했다던 김모 상병은 전일병과 다른 대대 소속으로 엉덩이가 찢어져 꼬맨 상태였기에 훈련을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망 당일인 8월 3일은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살인적인 더위로 파주시는 34℃까지 올라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전날까지 탈진으로 입원해야했던 전일병의 몸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부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보초를 서게 했습니다.

700명이 넘는 부대원들 중 몇몇을 추려 보초를 서게 할 수 있었지만 모두 훈련을 보냈습니다. 또 탈진으로 아프기 때문에 훈련을 나가지 못했던 것인데 무더위 속에 군장을 차고 경계근무를 서게 했습니다. 환자가 아닌 일반 병사들도 그러한 조건 속에서 온전하게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그러한 조치를 취한 부대가 원망스럽습니다.

또한 사망 추정시각은 오후 12시 쯤인데, 경계근무 시작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동안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는 죽은 전일병과 김모 상병만이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조사로는 그 1시간 동안 둘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김모 상병이 폭언을 행했다고 합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현재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과연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특히 금일 (5일) 오전 부검을 하였지만 국방부가 실시하여 객관적인 부검 결과가 나올지 의심스럽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을 하길 원했고, 또 원하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일병이 절대로 자살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 성실하게 군생활을 잘해 조기진급도 하였고 이번 달 21일에 포상휴가도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제대로된 조사를 원합니다. 수긍이 갈만한 현장검증과 객관적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을 통해 사건을 정확히 조사하여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상호도 편히 눈을 감고 우리도 편히 상호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건,사고들이 군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고들이 제대로 된 원인파악도 되지 않은 채 묻혀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정확히 파헤쳐져 상호와 같은 무고하게 죽는 생명이 다시는 없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밑의 글은 이번 사건에 대한 뉴스입니다. 기사는 단 5줄에 불과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일 오후 12시15분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육군 모 부대 초소에서 전모(20) 일병이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은 전 일병이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K-1 소총에 의해 숨진 것으로 보고 현장 검증과 부검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사고 당시 같이 근무했던 병사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이 글을 쓰면서 나름 열심히 군의문사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고심했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제 생각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이 글을 쓰는 저도 가해자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부대를 전역하고,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701 특공연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그 사실조차 모르고 그저 지나쳤습니다.

아무리 군대가 특공연대라고 자부심이 쎄고, 부대 시설이 좋으면 끝이 날까요? 인권이 무시되고, 진실이 은폐되었다면, 아무리 제가 나온 부대이지만 비판하고, 지적하며 고치고 정확한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저 말뿐인 선임병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상호야
그렇게도 보고싶었고 그리운 내아들아! 너는 어찌하여 대답도 없느냐?
영원히 돌아 올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린 701특공부대 원통함 비통함 다 말할수가 없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아! 정말 보고싶어 미쳐버리겠다.
9월15일 중간 수사발표하는거 너도 다 들었겠지 말도안되는 짜 맞추기식 군의 발표 엄마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어 그곳에 있는 모든 수사관들을 죽이고싶었다
아들아!이 원통함을 어디에서 호소할수 있단말이냐
너무도 아까운 우리아들 눈물로 세월을 보내야한단다
아들아! 하나님이 있다면 너의 억울함을 이야기해서 너를 죽게한 모두를 용서하지 마라


전일병, 나도 죄인이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을 비롯해서 남을 비판할 줄만 알았지, 진정 내가 701 특공연대 출신으로 전일병과 같은 사건을 몰랐었고, 침묵했었다는 사실자체만으로 나도 부끄럽고 미안하다.

수백만의 예비역 군인들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자기 부대의 잘못을 비판도 안하고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방관했던 사실과, 정치,시사 글을 쓰는 나조차도 우리 부대의 잘못을 몰랐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니, 부끄럽고 창피해 제대로 글을 쓸 수조차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너무 부끄럽다.
하늘에서라도 전일병 후임병들이 절대로 어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있는지 항상 지켜봐주기 바란다.

특공대 후배들이여, 부끄럽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