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2015.05.16 07:03

 

 

제주 인구가 60만 명이 넘었지만, 제주로 오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 6월 말 기준 귀농,귀촌 인구는 모두 951가구 2347명으로 2013년 한해 제주도 유입 귀농,귀촌 인구를 모두 넘었습니다.[각주:1]

 

제주에서는 육지에서 온 사람들 가리켜 '제주 이주민'이라고 부릅니다. 정확히 제주 이주민이라는 뜻은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말하지만, 거의 이민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제주 이민', 또는 '제주 이주'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요새 제주 이주민이 늘었다고 하지만 과거 제주로 왔던 이주민의 숫자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제주 이주민의 역사를 통해 왜 그들이 제주로 오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희망의 땅, 제주 가면 먹고 살 수 있다'

 

제주 이주민이 많이 증가한 시기는 1960~70년대입니다. 당시 박정희가 주도한 산업 정책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가게 했습니다. 특히 호남지역의 차별로 전라도 지역의 농촌은 극심한 불황을 겪었습니다.

 

전라도 지역의 농촌이 먹고 살기 힘든 데 비해, 제주지역은 관광 개발과 감귤 산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제주에 가면 먹고 살수 있는 일이 많다는 소문을 들은 호남인들은 희망의 땅이라 부르며 제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주:2]

 

▲ 19060~70년대 감귤을 수매하는 모습 ⓒ감귤박물관

 

제주로 온 호남인들은 육지로 보내기 위해 서귀포에서 넘어온 감귤을 운반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호남인들은 제주항 근처 건입동에 살면서 막노동과 건설 현장 노무자로 일을 했습니다.

 

전라도에서 넘어 온 호남인들은 '전라도동산'이나 '해남촌' 등을 조성하며 살았는데, 이후 '해남촌' 등은 호남인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의미가 됐습니다.[각주:3]

 

제주에서 이주민으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호남인은 대략 5만 명이 넘는데, 가족까지 합치면 제주  전체 인구의 20%가 넘습니다. [각주:4] 그래서 현재도 제주도내 호남 향우회 등은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꼭 찾는 곳입니다.

 

단순하게 먹고 살기 위해 제주로 오는 호남인들도 있었지만, 1960~70년대 제주 부동산의 개발 붐에 편승해 제주의 토지를 구매하거나 관광 산업을 위해 오는 이주민들도 있었습니다.

 

'낭만과 돈,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제주의 이주민이 또 한 차례 급격하게 늘어난 시기가 2010년 즈음입니다. 제주에 사는 낭만적인 이주자의 모습들이 TV에 방영되면서 급격하게 제주 이주민이 늘어났습니다.

 

2010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제주 이주민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은퇴생활을 즐기기 위해 제주로 내려온 '은퇴형'이 있습니다. 은퇴형 이주민들은 은퇴생활을 위해 전원주택을 짓기도 합니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제주로 이주하는 거주형이 있습니다. 대부분 초등학교 자녀를 둔 가정에서 작은 농촌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이주를 했습니다. 이 시기 제주의 소규모 초등학교들은 '학교 살리기' 등으로 주택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학생을 끌어들였습니다.

 

제주 이주민의 얘기가 TV에 자주 방영되면서 사업을 위해 제주로 오는 이주민도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농가주택을 리모델링해서 게스트 하우스나 카페, 식당 등을 오픈했습니다. 농가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과거 4~5천만 원 하던 농가주택이 1억이 넘게 거래되기도 했고, 그마저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육짓것 VS 괸당 문화'

 

제주에서는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를 가르는 말이 있습니다. 외지인을 뭉뚱그려 말하는 '육짓것'이라는 단어입니다. 1960~70년대에 제주로 와 40년 넘게 사는 이주민이 제일 억울할 때가 '육짓것'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이주민과 원주민과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 갈등의 원인은 각자가 가진 생각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제주 이주민들은 혈연,학연,지연 등으로 이루어진 제주 괸당 문화로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배타성이 높아 차별을 당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주 원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들어와 토지를 매입해 거둔 경제 성과에 대해 마치 내 재산을 뺏기는 것 같은 피해의식과 제주 이주민을 금방 떠날 사람들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각주:5]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해결은 서로가 가진 생각을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 해야 된다고 봅니다. '육는 안 그랬는데 왜 제주 사람만 그래?'라는 제주 특유의 문화를 자신이 살았던 지역의 기준에 맞추는 버릇을 버려야 합니다.

 

'육짓것'이라는 말도 이제는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제주 이주 1세대들의 자녀들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도를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초기 이주민들이 낮은 학력과 경제력의 부재로 발생했던 문제들도 많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각주:6]

 

 

아이엠피터도 5년 넘게 제주에 살면서 여러 가지 갈등을 목격하고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으로 규정하기 보다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이주 1세대가 겪었던 큰 갈등이나 배타성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주민과 원주민들이 어울리는 연령대가 낮아졌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이 이주민과 원주민의 차이가 아닌, 개인 성격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제주에 와서 살면서 터득한 방법이 있다면, '천천히, 입 대신 귀를 열어라'입니다. 너무 빠르게 제주 사회에 들어가면 오히려 금방 지치거나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한 해에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마음을 터놓는 이웃을 사귀면 오래갔습니다. 제주에서 평생 살았던 사람에게 육지 문화를 알려주기 보다 내가 모르는 제주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 더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제주에서 태어난 에스더의 고향은 제주입니다. 요셉이는 유치원 때 왔지만, 제주를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이 커서는 제주 이주민이니 원주민이라는 말 자체가 아예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1. 제주서 '인생 2막' 꿈꾸는 발길 줄이어 한라일보 2014년 9월 4일 . http://www.ihalla.com/read.php3?aid=1409756400473965073 [본문으로]
  2. 제주 고대 항로를 추적한다. 주희춘. [본문으로]
  3. 제주 이주민의 지역 정체성 정립에 관한 기초 연구. 제주 발전연구원 [본문으로]
  4. 서귀포시 전남도민회는 전라도의 8개 시군, 향우회가 별도로 운영될 정도로 방대하다. [본문으로]
  5. 제주이주민의 지역 정체성 정립에 관한 기초연구 62페이지, 제주발전연구원 [본문으로]
  6. 제주는 4.3사건에서 육지 경찰로부터 고통을 받았고, 초기 제주 이주민들의 모습에 육지 사람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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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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