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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정부는 왜 유병언을 잡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두 달이 훌쩍 흘렀습니다. 지난 8일 안산 단원고 학생 한 명이 발견된 이후 실종자 12명은 11일째 흔적도 못 찾고 있습니다.

실종자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유병언을 검거하겠다고 수만 명의 경찰과 군인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병언의 행적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그는 아직도 검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거하기 위해 현상금 5억원까지 내걸고 있지만, 아직도 잡히지 않은 유병언, 과연 그를 못 잡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안 잡는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유병언 검거를 위해 임시반상회에 육해공군까지 투입'  

경찰과 안전행정부는 유병언 검거를 위해 6월 13일 전국적으로 임시반상회를 개최했습니다. 수배자 검거를 위한 임시반상회는 아마 처음인 듯싶습니다.


전국적인 임시반상회가 개최된 것은 2009년 신종플루가 발생했던 시기와 2010년 북한 연평도 포격 때였습니다.

이 두 번의 반상회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신종플루는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한 계도였고, 2010년은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 때를 대비한 국민 대피 요령 등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무리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고 하지만 유병언 검거를 위해 전국에서 온 동네 주민이 참석하는 임시반상회는 참으로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


유병언 검거를 위해서 합동참모본부까지 나섰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군통수권을 보좌하며 모든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군조직입니다.

여기에 초계기와 레이더를 동원하는 공군, 해군 2함대, 해군 3함대, 육군 31사단, 53사단, 39사단이 유병언 검거를 위해 현재 동원되고 있습니다.

무슨 간첩을 잡는 것도 아니고 민간인 한 명 잡겠다고 육해공군이 나서는 일은 정말 희귀한 일입니다.

' 유병언은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다'

유병언을 체포하기 위해 수천 명의 군경이 금수원을 포위했습니다. 그런데도 유병언을 놓쳤습니다. 그 이유는 검찰과 경찰의 금수원 압수수색 문건이 구원파에 이미 흘러들어 갔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검찰은 유병언 체포를 위해 금수원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당시 검찰이 금수원을 압수 수색하기 위해 몇 시에 진입하고, 몇 명이 어디를 수색하는지 등이 담긴 검찰의 문건은 이미 구원파 손에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이 문건이 있었기에 유병언은 금수원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었고, 아직도 유병언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이런 정보가 유병언에게 유출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6월 18일 국회 정치,외교,국방 통일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유병언을 놓친 이유가 무엇이냐'는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의 질문에 황 장관은 '하부 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검찰) 정보가 유병언 씨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변했습니다.

경찰과 육해공군이 동원된 대한민국 최대 민간인 검거 작전의 압수수색 진행 문건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은 박근혜정부가 조직적으로 유병언을 잡지 않으려는 이유 말고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검찰과 경찰, 정부는 유병언의 도피를 도와주는 구원파 신도들이 있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 수백 명의 수사팀이 유병언 검거를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사당국은 이미 그의 도피를 돕고 있는 조직이 누구인지 대략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도피 세력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출신 변호사나 경찰의 일부 세력 등이 유병언을 돕고 있기에 그를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신앙심 때문에 유병언을 그토록 숨기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박근혜정부가 아직은 유병언을 검거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유병언을 돕고 있는 것입니다.


' 유병언효과를 마음껏 누리는 박근혜정부'

그렇다면 왜 박근혜정부는 유병언을 잡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그를 잡는 것보다 안 잡는 일이 훨씬 박근혜정부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유병언을 잡지 않아 생긴 가장 큰 효과는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들은 '유병언'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월호로 숨진 아이들이나 그 안에 생긴 비리는 어느덧 사라지고 이제 <유병언과 구원파>만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가 지방선거에서 큰 이슈가 될 것 같았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도 '세월호 = 유병언'이지 '세월호=박근혜'가 아니라는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의 보도 전략 때문입니다.

언론이 유병언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더 살펴보겠습니다.


5월 8일부터 5월 13일까지 지상파3사의 톱뉴스를 보면 유병언 관련 수사가 무려 5번이나 나옵니다. 톱뉴스가 아닌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유병언은 세월호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문화, 국방의 모든 소식을 압도하는 이슈였고, 지금도 이런 보도행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병언의 죄목은 '특경법' 위반입니다. 특경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준말로 재벌이나 기업가들에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범죄 행위입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퍼센트로 나누었을 때 과연 유병언이 경찰과 육해공군을 동원해서 잡을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법전만을 놓고 본다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국민 정서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런 이미지는 박근혜정부와 언론이 만든 물타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탐욕 때문에 국민이 희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논리라면 경주 마우나리조트의 소유주인 이웅렬 코오롱 회장도 처벌받아야 합니다.


아이엠피터는 유병언에 대한 처벌과 검거 방식이 기존의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계속 강조해왔습니다. (그렇다고 그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법의 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는 의미) 그러나 모든 언론은 유병언 관련 소식을 긴급속보나 생중계하면서 그를 대한민국 중심 이슈로 만들고 있습니다.


유병언은 분명 검거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검거되는 날 대한민국에는 상쇄되는 아이템과 사건이 벌어질 것이고, 그 뒤에서 웃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유병언만 검거되면 세월호 참사가 모두 해결됩니까? 그가 검거되면 죽은 292명이 살아 돌아오고, 실종된 12명이 가족을 찾을 수 있습니까?

유병언은 세월호 참사의 주범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짜 범인들은 지금도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유병언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그들을 잡아서, 숨진 우리 아이들의 넋을 위로해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