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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블로거, 왜 비공개로 안철수를 만났나?



지난주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가서 안철수 의원을 만나고 왔습니다. 혼자는 아니고 정치블로거, 대안언론, 1인 미디어 활동가들과 함께한 간담회였습니다.

보통 국회의원이나 당 대표는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리고 언론사는 취재하는데, 이번 모임은 참석한 사람들과 의원실 이외에는 알지 못하는 비공개 방식이었습니다.

' 왜 안철수를 만났는가?'

아이엠피터는 제주도 집에서만 정치 글을 쓰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은 꼭 육지에 가서 정치권 사람들을 만나고 옵니다. 정치를 책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이나 비서관 등을 만나다 보면 그들이 가진 생각과 그 속사정을 조금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글은 그저 활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에 스스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다녀오곤 합니다.

이번에 안철수 의원을 만나게 된 배경은 얼마 안 있으면 7.30재보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인 안철수 의원이 7.30 재보선에 대해 어떤 전략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안철수 의원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 왜 비공개였는가?'

안철수 의원과의 만남은 국회 간담회장 장소 협조 이외 아이엠피터가 직접 참석자를 선정(정치관련 블로거와 1인 미디어 등으로)했고, 주제와 질의 내용도 골랐습니다.


의원실 입장에서는 비공개 간담회 형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차원으로 생각했지만, 참석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그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카메라를 준비했습니다.

언론이 참석하지 않는 줄 알고 있던 안철수 의원이 간담회장에 들어서면서 본 여러 대의 카메라에 놀라기는 했지만, 모임은 계속 진행됐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비공개로 이런 모임을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워낙 언론의 왜곡 보도가 심했기 때문에 자신의 속내를 말하고, 참석자 스스로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 안철수가 직접 말하는 새정치와 선거'

원래 이날 모임에 참석한 블로거와 1인 미디어들은 대부분 안철수를 지지하거나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안철수 지지자 사이에서도 싫어하는 아이엠피터가 비판 수위가 제일 낮은 정도였습니다.

이들이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지만 그와 더불어 야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날 참석하게 된 배경입니다.


이날 모임에서 안철수 의원은 다른 모임 때와 다르게 굉장히 많은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의도와 다르게 질의 시간이나 참석자의 의견이 부족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유롭게 자신의 말을 하고 싶었던 그가 어떻게 참고 살았는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 어눌하고 말을 못한다?
- 안철수 의원의 목소리에 힘이 있거나 강력한 어조는 아니었지만, 그가 말을 못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주장처럼 오랫동안 청춘콘서트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명연설을 하는 정치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 어눌하다고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 6.4 지방선거에서 광주에만 올인했다?
- 이번 6.4지방선거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의원이 광주에만 올인했다는 비판을 그에게 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그가 광주에만 유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6.4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지역별로 얼마나 지원 유세를 했는가 보면 1위가 경기도가 30회, 2위 서울이 24회, 3위 광주가 17회였습니다. 부산이 16회로 광주와 비슷했습니다.

유세 횟수와 당선 여부 못지 않게 지역의 정치 지형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안철수 의원은 보수 성향의 경기 북부와 부산 등이 6.4지방선거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 새정치가 과연 무엇인가?
-안철수 의원이 주장하는 새정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실체가 모호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새정치가 아니라, 정치가 원래 하지 못했던 일을 제대로 하는 일이 새정치라고 말했습니다.

○ 공천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 합당 후 곧바로 공천작업이 시작되어 시간이 많이 부족했지만,  이 과정에서 절대 지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안철수 의원은 주장했습니다. 좋은 후보라면 경선보다는 전략공천으로 선거를 치르는 편이 훨씬 낫고, 재보궐 선거는 대부분 전략공천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7.30재보선, 오거돈의 출마 여부
- 부산 오거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는 일이 순서라고 보지만, 한 편으로 새누리당 의석수를 줄이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언론의 왜곡
-  그동안 안철수 의원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일일이 대응을 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언론과 여론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블로거가 본 안철수'

안철수 의원과의 만남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온 찝찝함이 남은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그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그의 입장만 너무 듣다 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끝장토론처럼 계속해서 질문하고 그의 속시원한 답변을 들었다면 조금은 명쾌하게 그를 판단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전반적으로 그를 평가하자면 너무 느렸습니다. 그가 가진 생각이나 정치 철학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빨리빨리 변해가는 정치판에서 그의 행보는 우직한 소처럼 보였습니다.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을 동원한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정권을 바라보며 피를 통하는 울분을 가진 시민들은 빠른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일모레가 대입인데 수학 정석을 다시 처음부터 보는 학생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번의 만남을 통해 그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단 하나, 그가 선택했던 정치에 대한 운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굳센 의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안철수 의원과의 만남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청문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야권의 문제를 파헤쳐, 제대로 된 야권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임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와주신 정운현 선생, 오주르디 , 미디어몽구 ,ㅍㅍㅅㅅ , 다이버시티 , 삼류기자 .팟빵TV , 나비오, 파리13구 , 거다란 , 네티즌수사대 자로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