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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라졌던 박상은 의원의 현금 2천만원, 왜 검찰이?



6월 11일 인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이 현금 2천만 원과 서류가 든 가방을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박상은 의원 측은 사무실 경비로 사용할 자금 2천만 원이 든 돈 가방을 사무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에쿠스 차량에 놨는데, 없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박상은 의원이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현금 2천만원이 든 돈 가방은 알고보니, 해운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송인택 1차장)이 갖고 있었습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운전기사 김씨는 박상은 의원 차량에 보관했던 현금 2천만 원이 든 돈 가방을 인천지검 해운비리 수사팀에 전달했고, 검찰은 도난신고에 대한 수사는 중지하고, '불법 정치 자금' 혐의 등으로 다시 수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현금 2천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왜 국회의원 차량에 있었고, 국회의원 운전기사는 왜 그 돈을 훔쳐다가 검찰에 갖다 줬는지 하나씩 그 미스터리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 현금 2천만 원은 사무실 경비였다?'

박상은 의원은 도난당한 현금 2천만 원이 사무실 경비 등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상은 의원의 이런 주장은 그다지 신빙성이 별로 없습니다.


2014년 박상은 의원이 공개한 재산을 보면 본인 명의 예금이나 개인재산이 아닌 재산 중에서 6천9백여 만원의 재산에 변동이 있었다고 신고했습니다. 이유는 정치자금이나 사무실 운영비 명목입니다.

재산 중에서 2천1백여만 원이 감소한 이유는 의정활동비와 생활비 때문이라고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거의 1억 가까운 재산이 불과 1년 만에 사라졌는데, 또다시 현금 2천만 원을 찾아올 수 있는 박상은 의원의 저력(?)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은 대부분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영수증 처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박상은 의원이 지출한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10년 박상은 의원이 지출한 정치자금 내역을 보면 사무실 유지비는 3백여만 원에 불과합니다. 정책연구비와 홍보행사비가 많은 편이지만, 이런 돈은 한 번에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지출한 금액입니다.

한 번에 2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지출될 사무실 경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무실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현금 2천만 원을 찾아 놓았다는 말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습니다.

'인건비를 대납해준 건설회사. 급여를 빼돌린 국회의원'

박상은 의원이 지출했다고 신고한 인건비는 7천4백여만 원입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에게는 국회사무처에서 별도로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국회의원실 정식 직원이 아닌 직원들에게 지급된 금액일 수 있습니다.


박상은 의원이 지급했다고 신고한 인건비 중에서 이상한 의혹이 있었습니다. 인천의 한 건설회사가 박상은 의원의 경제특별보좌관 급여를 대납했다는 의혹입니다.

정치후원금 모금 업무 등을 맡았던 경제특별보좌관 A씨는 박상은 의원과 월 급여 300만 원으로 구두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실 정식 직원이 아니라 급여가 지급되지 않자,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고, 박상은 의원은 인천 계양구 건설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A씨의 급여는 물론이고 국민연금까지도 박상은 의원실이 아닌 건설회사에서 지급됐습니다.


장관훈 씨는 2012년 총선이 끝난 후 박상은 의원의 국회비서로 임명됐습니다. 장관훈 씨는 국회사무처에서 입금되는 급여 270만 원 중 1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2013년 4월까지 박상은 의원 후원금 계좌로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총 900여 만원)

박상은 의원 비서로 근무하던 장관훈 씨는 2013년 4월 개인 사정 등으로 비서직을 사직했습니다. 그러나 박상은 의원은 이를 국회사무처에 알리지 않았고, 2014년 1월까지 장관훈 씨에게 통장으로 입금됐던 월급 총액 2천380만원을 직접 돌려받았습니다.

인천선관위는 '불법정치 자금법'에 따라 박상은 의원과 장관훈 씨를 조사 중이었습니다.

' 해운비리와 연관된 박상은 의원'

박상은 의원 운전기사는 왜 현금 2천만 원이 든 돈 가방을 검찰에 갖다 줬을까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자, 인천지검은 해운조합, 선주협회 등 해운관련 단체들의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상은 의원도 현재 해운비리에 연루돼, 수사 선상에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박상은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국선주협회'가 기획하고 경비를 지원한 해외출장을 여러 차례 다녀왔습니다. 2013년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2009년 중국과 홍콩을 2014년 올해에는 중동을 다녀왔습니다.

박상은 의원은 공무상 출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선주협회의 경비로 해외출장만 다녀오면 해운업계에서 밀고 있던 법안들이 잇따라 통과됐습니다.

2010년은 안전운항 위해 해운조합에 관리자 두고 비용은 국가가 일부 부담하는 법안이, 2012년에는 발전용 연료 장기운송을 국내 해운사가 독점하는 계약 등이 통과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사고를 내고 도주한 선장에게 무기 징역을 내리는 법안이 통과되자 한국선주협회는 박상은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대형 선박은 제외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상은 의원은 한국선주협회나 해운업계 등의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 국회의원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런데 18대 국회 후반에는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 소속이었는데도 이런 해운업계 행사에 계속 참석했습니다.

단순히 해운업계 행사에 참석한 것뿐만 아니라, 해운업계에 유리한 법안 발의와 통과에도 늘 적극적이었습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이나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지원 촉구 결의안' 등에도 박상은 의원이 항상 주축이 됐었습니다.

박상은 의원의 현금 2천만 원 돈 가방을 운전기사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에 갖다 준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해운업계로부터 정치자금 받은 의원이 세월호 조사를 하겠다고?'

박상은 의원의 2010년 정치자금 지출 상세내역을 보면 '의정활동지원 격려금' 명목으로 2010년 2월 8일에만 1백만원씩 총 1천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당시는 설날을 앞두고 있었으니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월 12일은 추석도 아니고, 국정감사가 끝난 후도 아닙니다. (2010년 박상은 의원은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보건복지부 관련 국정감사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도대체 국회의원이 얼마나 돈이 많기에 하루에 몇천만 원씩 의정활동지원 격려금을 줄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 격려금은 과연 누가 받았을까요?


박상은 의원 경제특보로 일했던 A씨는 한국해운조합 간부와 직원 등 15명이 개인 이름으로 10만원씩 쪼개 박상은 의원 정치후원금으로 냈다는 폭로를 했습니다.

해운업계 등의 정치자금을 받아 하루에 몇천만 원씩 의정활동지원 격려금을 지출할 수 있었는지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런데 박상은 의원은 '새누리당 세월호 사고대책 특위' 소속 의원이었습니다.

단순히 현금 2천만 원이 국회의원 차량에서 검찰 해운비리 수사팀으로 옮겨진 것이 아닙니다. 이 안에는 정치와 해운업계의 로비와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의혹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금 2천만 원을 차량에 놓고 다닐 수 있는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국회에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계속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