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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과 한국은 어떨까?



KBS 지종익 기자가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는 다지마 야스히코, 야마모토 히로시,하라 도시오 등 일본 언론인이 출간한 '조사보도가 저널리즘을 바꾼다'를 번역하고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일본의 저널리스트와 언론학자들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 탐사보도의 역할과 전망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 보론에서는 한국 탐사보도의 실태와 그 가능성을 저널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 55년 자민당 지배 정권을 바꾼 탐사보도의 힘'


탐사보도가 국가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일본의 '리쿠르트 사건'입니다.

 


1988년 일본 리쿠루트사가 자회사의 미공개 주식을 정,관,재계 인물들에게 주고, 이들이 제공받은 주식을 통해 거액의 수익을 올렸던 일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리쿠르트사는 일본 정치인 44명에게 무려 13억 엔이나 되는 돈을 뿌렸는데, 이 사건을 취재 보도했던 사람이 '탐사보도와 저널리즘'의 공동저자이자 당시 아사히 신문 야마모토 히로시였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55년 동안 유지해오던 자민당 일당 지배 체제가 무너졌고, 다케시타 노보루 내각이 퇴진했습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자민당을 탈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보통의 정치인 뇌물 사건처럼 초기에는 별다른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일이 끈질긴 언론의 탐사보도로 일본 정치 지형도를 바꾸게 됐다는 점입니다.

야마모토 히로시는 당시 아사히 신문 요코하마 지국 데스크였는데, 뇌물 수수의 시효기간이 지났지만 '저널리즘은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젊은 기자들과 함께 끈질기게 이 사건을 파헤쳤고, 지방에서 중앙까지 전국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아사히 신문 요코하마 지국 기자들은 리쿠르트사가 가와사키에 건물을 세우는 데 편의를 봐준 가와사키시 부시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끈질긴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과 증거 수집으로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고, 정치인,공무원, 경제인 등 20명이 기소돼 전원 유죄를 받았습니다.

숨겨진 권력의 부패가 기자들의 탐사보도로 세상에 드러나 일본 정치를 바꾼 '리쿠르트 사건'은 탐사보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의 책 내용을 블로그에 소개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사례에 나오는 여러 가지 탐사보도 취재 과정은 한 편의 추리소설이나 수사물, 법정드라마와 같은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하지 않고 정보를 조작해 피해자를 왜곡시킨 '오케가와 스토커 살인사건'이나 국가가 무고한 시민을 살인범으로 만든 '아시카가 사건' 등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언론 때문에 억울하기도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는 등의 언론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일본 저널리스트가 말하는 일본의 기자클럽 중심의 '받아쓰기' 하는 모습은 한국의 출입처 기자단 상황과 너무 유사해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거나 언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언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탐사 저널리즘, 현재 상황은?'


아이엠피터가 주목하고 생각하고 있는 내용은 지종익 기자가 책 뒷부분에 쓴 '한국의 탐사 저널리즘'이라는 부분입니다. 

지종익 기자는 일본의 탐사보도 사례를 옮기면서 한국의 탐사보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 언론인들을 인터뷰했고, 이 내용이 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단 좌측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이근행 PD, 하단 좌측 재미블로거 안치용씨의 저서, 우측 이상호 기자,

  
'한국의 탐사 저널리즘' 인터뷰에는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MBC 이근행 PD,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신성호,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재미 탐사보도 전문 블로거 안치용씨와 아이엠피터도 블로거로 참여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저널리스트 대부분은 '탐사보도'가 언론의 역할에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한국 언론 구조에서 '탐사보도'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모두 일치했습니다.

' 진실 추구보다는 이윤 동기나 정파성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기성매체는 경영 여건상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탐사보도의 소재나 방향 등에 대해 제약이 따를 우려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재미블로거 안치용
' 기성 매체가 그 태생적 한계에서 구축된 정치권력과의 파트너십을 깨는 일이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탐사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얘기다' -이상호 기자



한정된 인력, 매일 정해놓고 써야 하는 기사의 양, 출입처 관행, 재정 문제 등은 한국 언론사가 장기적인 탐사보도를 수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점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사가 탐사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현재까지 탐사보도를 추구하는 언론사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해직언론인이 모여 만든 '뉴스타파'는 대선 이후 후원자가 2만여 명 이상 급증했습니다. 이것은 공정한 언론을 원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도 있지만, 어떤 이슈에 따라 후원자의 증감이 심한 면도 있습니다.  (5월 27일 뉴스타파 정기 후원자는 35,853명이다)

기존 언론에서 하지 못하는 탐사보도를 하려면 권력과 자본으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재정적, 정치적 독립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성공했다는 뉴스타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후원자와 구독자의 변동이 심하다면, 1년 이상의 취재가 걸리는 장기적인 탐사보도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엠피터도 블로거로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강조했던 부분이, 후원자가 없다면 지속적인 취재와 자료 수집에 매진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후원자 명단에 나온 에스더 이모, 큰아빠는 후원자분들이 스스로 선택한 애칭입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이엠피터는 다행히 매월 정기 후원을 해주시는 분이 있어, 다른 일은 하지 않고도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기초는 마련되어 있습니다.

보통 인터넷 언론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현실로 본다면 아이엠피터는 꽤 끈질기게 살아남고 있으며, 이런 생명력의 원천은 아이엠피터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을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의 후원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단순한 방식이라 많은 후원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이엠피터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입니다.

'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


아이엠피터가 제주에서 노트북 한 대로 정치,시사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프리저널리스트의 탐사보도가 안 된다 하는 것은 잘못된 속단입니다. (중략)지금은 조직없이 혼자서 움직여도 뭔가를 캐낼 수 있는 그런 시대입니다. 남극에 앉아서도 인터넷만 된다면 관련 서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재미블로거 안치용


아이엠피터가 글을 쓰면서 올리는 자료는 90% 이상 인터넷에서 찾아냅니다. 인터넷에 자료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찾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찾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할 따름입니다.

아이엠피터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이며, 글을 쓰면서 꼭 염두에 두고 있는 생각이 '탐사보도와 저널리즘'이라는 책에도 들어 있습니다.

' 탐사보도 기자는 눈에 띄지 않고 감춰져 있는 뉴스를 찾는다' 저널리즘의 실천 중에서

언론사 기자들은 취재라는 수단을 통해 감춰져 있는 뉴스를 찾지만, 아이엠피터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숨겨져 있는 뉴스를 찾습니다.

권력의 의혹, 부패, 거짓을 저널리즘이 독자적으로 조사해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행위가 탐사보도라는 보도의 한 형태다.

주권자인 국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저널리즘은 그것을 알릴 의무가 있다.

저널리즘이 당국으로부터 받은 정보만을 보도해서는 권력을 감시할 수 없고, 숨겨진 의혹이나 부패를 드러낼 수가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액턴은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고 했다. 인류의 역사는 그것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 탐사보도란 무엇인가 중에서>

KBS 지종익 기자는 아이엠피터를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숨겨진 사실을 데이터로 밝힌다는 점에서 탐사보도의 곁가지로 볼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개인 블로거가 조직도 없이 혼자서 정보를 수집하고 모아 탐사보도의 영역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통해,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개인적으로 느끼기도 했습니다.

'출입처 기자단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는 한국'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만찬 모습.


대한민국에서 기자증이 없고, 출입처 기자가 아니면 관공서에 들어가 취재를 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나라가 한국입니다.

관공서 대부분은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습니다. 보도자료는 항상 기자들의 이메일로 전송되고, 정작 국민에게는 며칠이나 지난 낡은 자료만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보도자료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의 주장을 정확히 무엇이고, 그 주장에 어떤 모순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국회의원도 자신들이 찾아낸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고 오로지 정치부 기자들에게만 전송합니다. 그래서 아이엠피터는 국회의원이 찾아낸 자료를 다시 찾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기사의 교차 검증을 위해 관련 부처에 전화해도 '블로거 입니다'라는 말을 하면 '네가 뭔데 이런 일을 궁금해 하는데?'식의 고압적인 태도에 무기력함을 느낄 때도 잦습니다. (블로거가 식당에 가서 대접받는 일은 아이엠피터에게는 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아이엠피터가 갖춘 능력이나 현실에서 탐사보도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주권자인 국민이 알지 못하고 있는 권력의 문제점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정리해서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알리는 일이 아이엠피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수백 만개의 블로그 중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블로그가 하나쯤은 끝까지 살아남아야, 더 나은 능력을 갖춘 블로거들이 권력자들이 숨기려는 뉴스를 찾아내는 일에 많이 나설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아이엠피터는 우리 아이들이 커서 아빠의 글을 읽어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는 정치,시사 블로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