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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재주는 도민이 돈은 엉뚱한 사람이 버는'제주관광'



지난 2013년 11월, 제주공항은 우근민 제주 도지사가 참석한 왁자지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제주를 방문한 연간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는 '제주 관광객 1천만 시대 개막'이라는 행사였습니다.

우근민 지사는 “제주관광 1천만 시대가 활짝 열렸다. 제주사에 한 획을 긋는 쾌거이고, 꿈이 현실이 됐다”면서 “1962년 제주관광이 태동된 이래 반세기만에 관광객 1천만명 달성의 대 위업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밝혔고, 모든 언론과 방송에서도 연일 제주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축하했습니다.

제주에 이주한 사람으로 관광객이 많이 오면 축하해줘야 하겠지만, 아이엠피터는 별로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제주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축하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제주 관광 수입 50% 이상 육지로 유출'

제주에 관광객이 많이 오면 경제적 수입이 늘어나니 당연히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근민 지사는 제주 관광 수입의 도민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겠다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2010년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조사한 결과, 제주 도내 관광업계의 영업이익 55%가 역외로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외 유출'은 제주 이외 지역에 본사를 둔 사업체가 제주에서 얻은 이익을 본사로 송금하는 것을 말합니다.

호텔업계의 경우 총 918억 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이 중 61.7%인 566억 원을 제주 이외 지역으로 유출됐습니다. 렌터카 업체도 총 421억 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이 중 167억 원을 역외로 가져갔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호황을 맞고 있는 면세점은 더 심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제주 신라, 롯데 면세점 매출액은 2,133억 원인데, 수익금 대부분이 본사가 있는 제주도 이외 지역으로 송금된다고 합니다.

수입의 50% 이상이 육지로 유출된다면, 제주도 관광업계가 올리는 수입 중 건물 시설 관리비, 인건비를 제외한 수익 대부분이 제주도 이외 지역으로 간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수입 대부분이 역외로 유출되니, 재투자, 인력 양성 등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결국, 제주도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해도, 제주 도내 경제적 수입 효과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 외국에서도 손가락질받는 제주 관광 산업'

제주에 살면서 보면 볼수록 참 제주는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제주를 훼손하는 건축물들이 있는데, 바로 백여 개가 넘는 사설 박물관들입니다.

아이엠피터는 제주에 난립한 사설 박물관이 제주 관광 산업을 망치는 주범 중의 하나라고 수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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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설 박물관의 문제점은 일개 블로거의 눈을 떠나 외신에서까지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4년 1월 14일 '박물관 전쟁 벌어지는 제주'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미국 로드 아일랜드 크기의 절반에 불과한 제주도에 박물관이 무려 100개나 있다고 지적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박물관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서로 경쟁과 논란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에 박물관이 이렇게 난립하지만, 실제 순수박물관은 7개에 불과한 이유는 개발업자들이 제주가 추진하는 관광정책에 따른 저리 자금으로 돈을 빌려 박물관을 계속 오픈하기 때문입니다.

' 돈도 내고 땅도 훼손되지만, 혜택은 없는 제주도민'

제주에서 살다 보면 지인들의 방문이나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설 박물관 등을 가야 합니다. 제주에 내려오는 친인척들이나 지인들은 어디서 들었는지, 아이엠피터도 모르는 관광지 박물관을 찾아내서 가자고 조르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요새 아이를 둔 부모라면 꼭 간다는 제주C파크의 어린이 입장요금은 할인해도 1인 13,500원입니다. 딱 1,500원 할인을 해줍니다. 사실 아이들이 좋아하니 억지로 가지, 어른들은 가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간단한 시설물에 불과합니다.

고가의 사설 박물관은 제주 도민이라고 별다른 혜택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박물관과 관광 업체는 제주에서 각종 금융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관광 산업 진흥 정책에 따른 특혜를 수도 없이 받고 있습니다.


산굼부리와 같은 곳은 개인이 관광 수입을 올리는 곳이지만 시설물 정비 사업에 국비와 제주도 예산 2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저 돈들이 다 어디서 나왔을까요? 바로 제주도민이 내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입니다.

제주에 많이 오는 중국 관광객들이 잘 가는 도립 관광지들은 입장료가 저렴합니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들이 오면서 시설물이나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고, 그럴 경우 다시 제주도 예산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제주에서 지출한 돈으로 벌어들이는 대부분의 수입은 제주도 이외 지역으로 유출됩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제공하고 돈까지 내지만, 혜택은 없고 피해만 보는 사람들이 제주도민들입니다. 그런데도 무조건 관광객이 많이 오면 제주가 발전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주 우근민 도지사는 중국 관광객과 중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인허가는 물론이고 도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바닷가에 한정됐던 개발은 이제 한라산 기슭까지 올라가 한라산 중턱의 나무 수만 그루가 베어지고 있으며, 땅이 파헤치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제주도의 경제적 수입도 없고, 자연은 훼손되며 재벌과 중국 개발업체만 돈을 번다면 '제주 관광객 1천만 시대'는 오히려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구호에 불과합니다.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관광 개발과 홍보와 치적으로 얼룩진 잘못된 관광 정책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자연이 숨 쉬는 제주가 아닌 시멘트로 덧칠된 제주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훼손된 제주는 오히려 관광객들이 외면하는 버림받은 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