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요셉이는 너무 신이 났습니다. 겨울 방학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시 봄방학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울 할아버지 집으로 온 가족이 올라갑니다.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커다란 배에 싣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풍랑주의보 때문에 엄마와 에스더는 배멀미를 하지만 요셉이는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느라 신경도 안 씁니다.
배 안에서 먹는 도넛과 사발면, 그리고 오징어는 '뱃삯보다 먹는 비용이 더 나온다'는 아빠의 우울한 잔소리를 한 방에 날릴 정도로 맛있습니다.
서울 할아버지 집은 무려 20층이 넘는 높은 아파트입니다. 서울 할아버지 집에 오면 아주 좋습니다. 가장 먼저 목욕할 때 춥지 않아서 좋습니다.
제주 집에서는 목욕할 때마다 너무 추워 매번 제대로 욕조에서 놀지도 못하고 빨리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서울 할아버지 집은 따뜻해서 겨울에도 팬티 차림으로 다녀도 괜찮습니다.
할아버지 집에는 마트도 걸어서 갈 수가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마트에 가려면 꼭 차를 타고 오래 가야 해서, 먹고 싶은 과자와 음료수가 집에 없으면 장날까지 기다려야 했거든요.
서울에 오면 가장 좋은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짜장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짜장면을 먹으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하고, 그마저도 쉬는 날이 많아 짜장면 먹으러 갔다가 집으로 그냥 오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전화만 하면 짜장면, 탕수육이 10분도 안 걸려 배달을 해줍니다. 면을 싫어하는 엄마는 짜장면 먹는다고 뭐라 하지만 아빠와 에스더도 짜장면을 좋아해서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짜장면을 먹습니다.
서울에 오면 할아버지,할머니가 너무 잘해줍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조르고 졸라도 사주지 않는 장난감을 쉽게 살 수 있습니다.
간혹 에스더와 함께 할머니 다리를 1분만 주물러도 할머니가 '내일 마트에 가자'고 하시고는 비싼 장난감은 물론이고 신발에 옷까지도 사주십니다.
제주에서는 상상도 못 할 비싼 장난감을 서울에서는 아빠 눈치를 보지 않고 골라 살 수가 있어 신납니다.
서울에 오면 제일 맛있는 음식이 피자입니다. 제주 읍내에도 피자가 있지만, 맛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읍내에서 피자를 사서 집에 오면 다 식어서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서울 피자는 금방 구워 배달해서 너무 따뜻하고 맛있습니다. 여기에 치킨도 있고 샐러드도 곁들여져 있기도 합니다. 불고기 피자를 비롯해 다양한 피자가 있어 하루에 한 번씩 할머니가 피자를 시켜줘도 요셉이는 매번 혼자서 한 판을 거뜬히 먹습니다.
점심에 짜장면, 오후에 피자, 저녁 야식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서울 할아버지 집은 행복하다고도 느낍니다.
에스더도 서울에 오니 신이 납니다. 서울에 오니 사촌 언니들이 함께 놀아주기 때문입니다. 두 살 많은 사촌 언니는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달리기도 해주고 인형 놀이도 함께 해줍니다.
그런데 서울에 오니 제주에서는 하지 않던 말을 아빠, 엄마가 자꾸 합니다.
'임에스더, 그만, 제발 뛰지마'
제주에 있었을 때는 이런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시끄럽다고 할 때도 있고, 다칠까 봐 그럴 때도 있지만, 그냥 뛰고 노는 것을 아빠, 엄마가 혼낸 적은 없었습니다.
제주에서는 뛰는 정도가 아니라 집에서 줄넘기해도 괜찮습니다. 다칠까봐 줄넘기를 조심하라고 할 뿐이지 줄넘기를 아빠가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여름이면 밖에서 놀아도 되지만 추우니, 집에서 세발자전거 타고 놀라고 하기도 합니다.
마루에서 뛰지 말라고 해서 소파에서 놀면 아빠,엄마는 제발 뛰지말라고 합니다. 제주에서는 소파에서 뛰고 밤늦게까지 노래를 불러도 잘 부른다고 해놓고, 서울에 오니 노래도 부르지 말라고 합니다.
천안 외삼촌께서는 아이들이 조금만 뛰어도 밑에서 아저씨,아줌마가 와서 이번에 이사를 한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우리만 오면 아랫집에 가서 '손자들이 와서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합니다.
아빠, 엄마 말로는 우리가 조금만 뛰어도 아랫집에서는 엄청나게 크게 들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랫집 사람들도 많이 힘들어서 우리가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밖에서 놀려고 해도 잘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자동차가 너무 많이 왔다 갔다 하고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제주 우리 집은 차를 구경하기도 힘든데, 서울은 차가 너무 많습니다.
놀이터에 가서 놀아도 재미가 없습니다. 흙도 잔디밭도 없고 그냥 고무로 되어 있어 느낌이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오빠하고 칼싸움하려고 해도 나무를 꺾지도 못하게 합니다.
며칠 동안 서울에 있던 요셉이와 에스더는 빨리 제주도로 내려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언제 집에 갈꺼야'라고 자꾸 아빠한테 물어봅니다.
요셉이와 에스더는 서울처럼 피자와 치킨, 짜장면을 먹지 못해도, 장난감이 없어도 신이 나게 장난치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제주 집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뛰어놀아야 건강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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