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이 국정원 개혁 관련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참석했습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9월 2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시국 미사>에 참석해 천주교 신자와 수녀,신부, 시민 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그동안 여러 차례 문재인 의원이 촛불집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은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는 일부 시민들에게 답답함을 불러일으키게 했습니다.
그동안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문재인 의원이 왜 촛불집회에 참석했는지, 그 배경과 앞으로 그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봤습니다.
' 문재인이 오는 것이 불편했던 민주당과 시국회의'
문재인 의원이 그동안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에 관한 촛불집회에 참석할 경우 <대선불복>,<선거무효> 등의 새누리당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주위의 여론 때문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7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정통성과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음에도 민주당 내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일부세력들의 대선에 불복하는 듯 한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에 심히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민주당이 진짜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친노세력을 단속해라'는 뜻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노의 대표로 불리는 문재인 의원이 촛불집회에 참석한다면 새누리당은 분명히 민주당 지도부를 비난할 것이며, 이는 현재 김한길 지도체제의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조중동은 <대선불복>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 냈습니다.
<5년마다 도지는 대선 불복 ‘돌림병’>(중앙, 1면)
<잇단 막말…이러고도 대선 불복이 아니란 말인가>(중앙, 사설)
<대선불복 속내 감춘 채…열성 지지층 결집 노린 ‘막말 정치’>(동아 5면)
<친노의 막말, 대선서 두 번 패하고도 반성이 없다>(동아,사설)
<반복되는 선거부정, 민주주의 흔든다>(조선, 1면)
<당․청 “대선 승복인지 불복인지 야 입장 밝혀라”>(조선, 3면)
새누리당과 조중동 프레임의 공격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촛불집회 시국회의>일각에서도 문재인 의원의 촛불집회 참석을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았습니다.
<촛불집회 시국회의> 참여 단체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폴리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의 후보인 문재인 의원이 촛불집회에 오는 것에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며 “촛불집회가 주장하는 본질인 민주주의 훼손문제와 국가 비밀정보기관의 선거공작문제라는 논점이 흐려지고 ‘대선불복’, ‘선거무효’와 같은 주제가 부각 될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문재인 의원의 참석이 껄끄럽다는 생각이 촛불집회 주최 측 일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의원이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는 어려웠다고 봅니다.
어쩌면 문재인 의원의 마음과 달리 촛불집회를 향한 서로 다른 생각이 있기에 문재인 의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촛불집회를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 정치인 문재인 VS 천주교 신자 문재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문재인 의원이 왜 갑자기 9월 23일 서울광장에는 나타났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입니다.
9월 2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의 명칭은 <국정원 개혁과 정부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였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행사는 촛불집회가 아닌 미사였고, 천주교 신자였던 문재인 의원은 개인적인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합니다.
정치인 문재인의 참석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천주교 신자 문재인의 참석으로 봐야 할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천주교 신자로 참석했기에 그를 비난할 경우 종교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9월 24일 새벽까지는 논평을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촛불집회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행사도 아니고 민주당 차원의 장외투쟁도 아니므로, 다른 곳에서도 문재인 의원의 참석에 뭐라 말하기는 어려운 현상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문재인 의원의 이번 행보는 적절한 촛불집회 참석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참석한 것은 앞서 말했던 '대선불복'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국미사의 참석이 정치적인 행보에 벗어난 것도 아닙니다. 과거 유신과 군부독재, 김영상 정부 등에서도 활발하게 시국미사와 집회에 참여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행보는 '정의'를 찾기 위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집회와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정치적 이슈에서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문재인 의원의 국정원 시국 사건 관련 촛불집회 참석은 어떤 계기와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과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과 노무현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
아이엠피터는 문재인 지지자입니다. 대놓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재인 의원이 정치하기 전부터 그를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선거를 떠나 그가 대선과 대선이 끝난 후에 보여 줬던 모습 속에는 아이엠피터를 답답하게 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가장 첫 번째는 그가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두 번째는 그가 노무현 대통령처럼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모습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을 비교해서 나왔던 아이엠피터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친노프레임 공격을 비판하면서 어쩌면 아이엠피터는 문재인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외쳤는지 모릅니다. 이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고, 그들이 길을 가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해봅니다.
노무현의 길과 문재인이 길을 가는 방법은 달라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노무현의 길을 가라고 외치지만, 어쩌면 시대에 따른 그만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운명이고, 그가 개척해야 할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국정원 개혁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행동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문재인만의 방식으로 길을 가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다른 방식으로 길을 가는 그를 애절하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문재인 의원이 국민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불의에는 당당히 맞설 사람이라고 아이엠피터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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