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박근혜 '3자회담 제안'에 담긴 얄팍한 꼼수



박근혜 대통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에 회담을 제의하고 나섰습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6일께 직접 국회를 방문해 여야 대표와 만날 것을 12일 제안했습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김한길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양자회담을 제의했었습니다. 이것을 황우여 대표는 3자 회담으로 받고, 청와대는 다시 5자 회담 (대통령, 여야 당 대표,여야 원내대표)으로 받았었습니다.

양자회담에서 3자회담,5자회담, 다시 3자 회담으로 돌아가는 추세인데,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3자회담 제의는 꼼수 중의 꼼수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모양새입니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3자 회담의 꼼수가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 나의 외국순방 성과를 온 나라에 알려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3자 회담의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어디서 무슨 이유로 만나는지를 살펴보면 가장 쉽습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2일 홍보수석 브리핑을 통해 다음과 같이 대통령의 생각에 대해 말했습니다.

<3자회담 관련 청와대 브리핑>

이번 순방일정으로 거의 살인적인 일정으로 대통령께서는 잠도 몇 시간 못 주무시면서 강행군을 하셨습니다.

이번 순방의 결과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를 방문하셔서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들을 만나 상의하면서 국익에 반영되도록 하고자 만남을 제의합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정파 등 모든 것을 떠나 회담이 성사되길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자 회담은 박 대통령의 G20 참석 외국순방이 끝난 직후에 이루어졌습니다. 브리핑 내내 외국 순방의 성과와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을 나열하고 달랑 마지막에 3자 회담 제안을 몇 줄로 끝냈습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 상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외국 순방 결과를 홍보하기 위한 차원이자, 중요한 포인트가 여야 만남이 아닌 치적용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하고 올 때마다 국민이 생각나는 것은 그냥 옷밖에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를 하도 떠들어대니 정작 그 안에 뭐가 있는지 기억조차 없습니다.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은 외국 순방을 다녀오면 여야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해 외국 순방에 대한 결과를 설명하고 협조해달라고 당부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회로 직접 찾아가겠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 나는 또다시 외국순방에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 대표를 만나겠다고 제의했지만, 사실 이것은 역대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이유와 사례를 보면 전혀 엉뚱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횟수는 총 43회인데, 대부분이 취임 첫해 시정연설 때문이었습니다. 일부 대통령은 특정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에서 야야 대표를 면담한 사례도 있기는 있지만, 이렇게 회담 자체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3자 회담을 하자고 한 가장 큰 이유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10월 초면 박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과 동남아 국가연합 및 인도네시아 순방을 다시 나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나가 있어 법안 입법과 통과 등에 제한이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가면 모든 책임은 이제 민주당으로 돌아갑니다.

'감히 대통령이 국회까지 찾아갔는데, 민주당이 국회에 안 들어와?'
'민생을 팽개친 나쁜 민주당'


뭐 이런 식으로 여론이 전개될 것입니다. '국회까지 방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지만, 뭐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나오고,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외국으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 국정원 사건, 나는 민주당하고는 말하지 않겠다'

국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간다면 그것은 민주당과 국민이 요구하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본질을 민주당과 말하지 않고, 오로지 국회 차원에서 뭉퉁그려 말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전반과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하자고 했는데, 민주당이 지금 요구하는 국정원 문제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민주당은 당연히 국정원 사건을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정원에 관한 의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국회에서의 3자 회담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면 분명 박 대통령은 민생,일자리 등만을 강조할 것입니다.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을 언급해도 '국정원 셀프개혁'이나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 다시 논의하자는 식으로 유체화법의 현란한 스킬을 구사할 것입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국정원 사건'을 본질에서 빼버리고 국민 과시용으로 '나는 여러분의 민생을 위해 책임지려고 나서고 있지만, 민주당이 협조를 안 합니다'라는 면피용 홍보성 행보입니다.


안전행정위와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미래부와 해양수산부의 세종시 이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10월 중에 승인을 거쳐 올 연말까지 인전이 시행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두 시간 뒤 새누리당 정책위는 해수부와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은 확정된 게 아니라며 새누리당과 정부의 발표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유는 추석민심을 앞두고 부산 시민의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는 의도였습니다. 

본질을 자꾸 회피하고, 꼼수로 그때그때 사안만 돌파하려고 한다면 더 큰 거짓말을 하거나 나중에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정국을 풀어나가려고 한다면 당당하게 국정원 사건에 대한 본질을 회피하지 말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만나 정확히 매듭을 져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체화법으로 자꾸 도망치면, 국민은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입니다. 그녀가 떳떳하다면 민생이라는 사탕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아주 간단한 국정원 사건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