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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출세를 안겨준 '블로그'를 성공하자 차버린 '윤창중'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든 창구가 윤창중 대변인으로 단일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창중 대변인의 입도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인수위가 가동된 첫날 윤 대변인의 브리핑은 딱 3분뿐이었습니다.

이랬던 윤 대변인의 브리핑이 갑자기 20분으로 늘어납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박근혜 당선인의 말을 적은 발언록을 그대로 낭독한 것입니다. 

윤창중은 박근혜 당선인의 입이 확실히 맞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하고 싶은 말은 하고, 하기 싫은 말은 하지 않는 그녀만의 어법이 그대로 윤창중의 입으로 옮겨진 것입니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출처:사진공동취재단,동아일보,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를 출범시키자마자 보안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수위원들은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으며, 그들을 향한 기자들을 피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인수위원 대부분은 아예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고 출근하거나 비서에게 휴대전화를 맡기고, 출근과 동시에 인수위 건물로 도망치듯 숨어버리고 있습니다.

인수위원들이 기자들을 피하면서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에는 인수위원을 쫓는 기자와 쫓기는 인수위원 사이의 실랑이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한 인수위원은 기자를 피해 사이드 브레이크도 안 풀고 차를 출발하는 촌극까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를 위한 도구 '막말 윤창중'

그렇다면 도대체 왜 박근혜 당선인은 철저하게 인수위원의 발언을 윤창중 대변인의 입으로만 통일시켰을까요? 그 해답은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던 김지하의 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김현정 >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수위 인선하고 헌법재판소장 인사를 했는데, 어떻게 첫 단추는 잘 끼고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 김지하 > 내가 보기엔 잘하고 있는 거예요. 그전에 우선 윤창중이라는 사람을 그 시끄러운 대변인으로 앉힌 게 한 게 잘한 거예요.
◇ 김현정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그 인사가 제일 문제다, 이런 얘기 나오는데.
◆ 김지하 > (웃음) 그건 야당 얘기고.
◇ 김현정 > 그런데 그 수준이 좀 막말 수준이어서요.
◆ 김지하 > 막말 수준이 나와야지 박근혜(당선인)가 막말하겠소?

그렇습니다. 정답은 막말은 윤창중이 하고 박근혜 당선인은 뒤에서 숨어 그를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변인을 이용해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막말'이기 때문에 어이가 없으며, 앞으로 있을 정권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네티즌이 게시판에 글을 쓰는 방식이나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수준을 논하는 시대에 관계 법령에 따라 국가 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당선인의 대외 공표 및 홍보 등의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대변인의 수준을 어찌 두고 볼 수가 있겠습니까?

막말이 무기인 그가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조직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막말' 하나로 출세한 정치인을 만들어 냈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 언론 왜곡의 대가, 나에게 덤비지 마라'

윤창중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영양가(기사로 쓸 만한 가치가)가 있는지 없는지 대변인이 판단한다"며 기자들의 반복적인 질문에 짜증을 내며 훈계를 했습니다. 이런 그가 자주 써먹는 말이 30년 정치부 기자 운운하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말을 아끼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30년 정치부 기자와 논설위원, 논설실장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게 (언론이) 국가 요직에 대한 인선 때마다 엄청난 오보를 해서 결과적으로 언론의 신뢰가 상실되는 것을 아주 통감한 사람…(취재원과) 언론과의 신뢰가 형성돼야 그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언론관…”(프레시안 2013년 1월 7일)

윤창중 대변인의 말을 들으면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가 기자를 훈계하는 이유가 자신이 했던 과거를 돌이켜서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는 그렇게 이용했으나 '너희는 감히 나에게는 하지 말라'는 뜻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에서 나온 뒤에도 권력의 단맛을 향유하려는 교묘한 속셈.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 마을에 지금 노무현은 퇴임 후에 돌아가 살 성(城)을 쌓고 있다.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일개 촌을 자신의 성터로 상전벽해시키고 있다. 마치 전두환이 퇴임을 앞두고 경기도 성남에 고래등 같은 일해재단을 세웠던 것처럼. ‘물러난 뒤에라도 제발 조용히 살아줬으면’하는. 이렇게 눈 감아주고 싶은 사이 ‘노무현 캐슬’이 올라가고 있다” <문화일보 ‘노무현 캐슬’ 칼럼 중(2008년 1월 31일 게재)>

윤창중은 2008년 문화일보에 '노무현 캐슬'이라는 칼럼을 쓰면서 봉하마을을 캐슬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치 왕이 퇴임하고 난 이후에 시골 영지로 내려가 성을 쌓고 권력의 단맛을 누리려는 교묘한 속셈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봉하마을 농촌체험 프로그램 연근캐기 행사 참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밭에 나와 꺼져가는 모닥불을 바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출처:노무현재단


요새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하고 있는 농촌체험 행사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난 뒤 지금까지도 자기 생각이 옳다고 어찌 그리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윤창중 대변인이 박근혜 당선인의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들고 나온 '월간 박정희'의 필진이었던 조갑제는 윤창중이 사실이 아닌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진짜 그럴까요?

2007년 9월 윤창중은 문화일보 칼럼에서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며 대선에 출마하자 마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신정치 청산을 선언한데 따라 권노갑,한화갑,설훈등 가신들이 집단 기자회견을 열어 "DJ가 집권해도 청와대나 정부요직에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나중에 새빨간 거짓말로 입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동교동 가신 중에 남궁진 전 의원만 문화부 장관을 맡았지, 권노갑,한화갑,김옥두,설훈 등은 장관이나 청와대 고위직을 맡은 적이 없습니다. (박지원은 엄밀히 따지면 동교동 가신 출신은 아닙니다.)

' 출세를 안겨준 블로그를 성공하자 차버린 윤창중'

그의 막말과 거짓말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대선을 앞둔 작년 4월부터 운영하던 '윤창중 칼럼세상' 블로그에 올라왔던 글 대부분이 막말과 왜곡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회의고 뭐고 한다지만 지역작전에 불과한 것! 다 부질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의 행태를 지켜봐야 한다. 왜? 이들은 원래 '쓰레기 인간'들이니까." - 2012년 5월 14일 <대국민 사기극, 야권연대의 종말> ]
"노무현이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환생해 못다 이룬 한을 풀어달라고 대신 스피치를 써준 것 같다." - 2012년 6월 18일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환생한 노무현>
"정말 가증스러운 안철수와 '안빨'들이다. 대한민국을 졸로 보는 이런 기만극도 조만간 거대한 종말을 고하고야 말 것이다." - 2012년 9월 4일 <안철수의 딱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운영하던 블로그


윤창중 대변인은 과거 10년간 문화일보에 시론 203개와 개인 블로그에 165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중에서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 165개개 중에서 적대적인 성향의 칼럼의 75.3%가 야권을 향해 2012년에 쓴 글들입니다. 2012년 윤창중에게 대선은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블로그를 통해 '막말'무기를 흔들었고, 그것에 성공해서 대변인까지 임명됐습니다.

윤창중 대변인은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그간 자신이 썼던 글이 문제가 되자, 운영했던 블로그를 폐쇄했습니다. 사실 전업블로거 입장에서 윤 대변인의 블로그 폐쇄를 보면서 그에게 블로그란 출세의 도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부족한 글이지만 '아이엠피터'라는 블로거는 그간 썼던 글이 수준이 낮건 오류가 있든 없든 블로그를 폐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 글에는 당시의 시대를 바라 본 저만의 생각이 담겨져 있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지금의 '아이엠피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블로거는 윤창중을 가리켜 '곡학아세'의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곡학아세는 '배운 것을 왜곡해서 시세나 권력자에게 아첨하여 인기를 얻으려는 것'을 말합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출처:오마이뉴스


블로거에게 블로그 폐쇄는 자신의 사상이나 가치관, 그리고 자신이 행동했던 모든 것을 숨기거나 포기하거나 아니면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에게 블로그는 당선인의 수석대변인으로 오르는 기회의 도구였을 뿐이겠지만, 블로거 입장에서 보면 그 무엇이 두렵기에 블로그를 폐쇄하고 언제까지 충성할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신의 변신을 거듭했던 윤창중 대변인은 '막말'에서 이제는 언론을 훈계하면서 뉴스의 가치를 대변인이 판단해서 알려주겠다는 '언론 통제'의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마치 유신 시절 방위병이 변심한 애인 집에 불 지른 사건을 보도한 것은 '민군관계 이간질'에 해당하고, '달동네 연탄값이 비싸다'라는 기사는 하층민을 선동했다는 혐의여서 기자가 구타당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국민의 판단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그의 모습을 보면 섬뜩하기까지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막말'이라는 무기를 블로그를 통해 사용했던 그를 대변인에 앉혀 놓은 박근혜 당선인이 앞으로 5년간은 저 같은 일개 블로거에게도 윤창중과 같은 '표현의 자유'를 허락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 블로그의 어느 글에서도 '쓰레기','저주받아야 마땅한'과 같은 원색적인 막말은 없습니다. 윤창중 대변인은 그보다 더한 말을 하고도 막강 권력 중심부에 있는데 설마 저 같은 일개 블로거에게는 손을 대지 않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봅니다.

그리고 '아이엠피터'는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블로그를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며, 그 글에 관한 어떠한 책임을 묻는다면 기꺼이 질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