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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JTBC의 '손석희' 영입, 그 뒤의 삼성



손석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교학과 교수이자 전 MBC아나운서, 그리고 현재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손석희 교수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됐습니다.

손석희 교수의 JTBC 보도부문 사장 계약은 합의된 것으로 5월 10일 오전에 공식입장이 나올 예정입니다. 손 교수의 JTBC행을 놓고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그 이유는 손석희 교수는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던 인물이었고, 그가 종편채널로 간다는 사실은 언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종편의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에게 당혹감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손석희 교수는 도대체 왜 JTBC로 가야만 했고, JTBC는 왜 손석희 교수를 영입해야 했는지, 그 배경과 속내를 알아보겠습니다.

' 시청률은 높지만, 보도프로그램 꼴찌 JTBC'

JTBC는 언론 통폐합이 있기 전 가장 인기 있었던 옛 동양방송의 후신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원래 동양방송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이건희 삼성회장도 동양방송을 입사해서 삼성 회장이 됐을 만큼 당시에는 가장 높은 시청률과 인기 있는 방송이었습니다.

동양방송은 1977년부터 큰 성장을 하다가 제5공화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 통폐합 조치에 따라 한국방송공사에 강제로 통폐합 됩니다. 현재 KBS 별관이 원래는 TBC 여의도 사옥이었습니다.


▲동양방송 TBC의 마지막 방송 화면


동양방송은 연예나 오락 프로그램,드라마 등의 프로그램이 많았던 방송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과 배우들이 등장하니 시청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양방송 후신임을 강조하는 JTBC도 연예,오락 드라마에 치중된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종편 중에는 드물게 시청률 5%대가 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채널은 JTBC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시청률 5%대가 넘는 프로그램을 보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나 월드베이스볼과 같은 스포츠 경기입니다. 또한, 드라마 히트 제조기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와 같은 드라마입니다.

ⓒ오마이뉴스 고정미


 JTBC 시청률 톱 10 프로그램을 보면 뉴스나 보도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습니다. 시청률이 3%를 넘지 못하는 다른 채널이 대부분 뉴스에 치중된 반면 JTBC 뉴스는 그나마도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JTBC가 손석희 교수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유독 보도프로그램에서만 JTBC가 꼴찌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종편이 매일 대선 특집을 보도하면서 재미를 본 사실을 통해 JTBC도 잘 만든 뉴스나 보도프로그램만 있으면 손쉽게 2~3%대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JTBC는 삼성과 관련이 있는 만큼 종편에서도 가장 자본력이 뛰어난 채널이기도 합니다. 누적 적자가 1600억이지만, 배경이 삼성이라 그런지 전혀 개의치 않고 공격적으로 계속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채널이기도 합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누나 홍라희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 출처:JTBC 홈페이지


홍석현 JTBC,중앙일보 회장이 추가로 수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이라는 손석희 교수가 뉴스에서 시청률을 올려준다면 통으로 광고를 주는 종편채널의 특성상, 앞으로 적자규모를 줄일 수 있기도 합니다. (진짜 속내는 하단에 있음)

뉴스를 강화해 시청률을 올려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하는 차원을 생각한다면 JTBC 입장에서 손석희 교수의 입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일단은 데려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학자가 되고 싶었던 손석희의 돌아온 선택'

손석희 교수는 언론인입니다. MBC를 그만뒀지만, 손석희 시선집중을 통해 그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예전 손석희 교수의 글에서 손석희 교수가 정치는 하지 않겠지만, 언론인으로의 욕심을 많은 인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작년 12월 10일 방송에서 제 입장을 이미 말씀 드린 바 있지만 그 이후에도 여전히 언론에는 출마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제 이름을 거명하고 있다"며 "저는 출마를 생각해본 바 없다" (2010년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한 손석희 교수 입장)

물론 손석희 교수가 MBC를 떠난 이유는 학계로 가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대학원 저널리즘 석사를 마쳤고 성균관대 겸임교수로도 강의를 했던 손석희 교수는 2005년부터 학계로 가려고 했지만, MBC의 크고 작은 사태 때문에 2006년에야 MBC에 사표를 내고 성신여대 교수로 갔습니다. 

▲MBC 백분토론 진행자 시절의 손석희 교수. 출처:MBC


교수로 있던 손석희 교수가 JTBC로 가게 된 배경 중의 하나는 MBC 간판급 PD 출신의 주철환 JTBC 대PD의 영향이 컸습니다. 손석희 교수의 매형이었던 주철환 PD는 JTBC가 개국할 당시부터 손석희 교수를 영입하려고 했고, 끈질긴 주철환 PD의 설득에 JTBC 보도부문 사장 제의를 수락했습니다.

이번 손석희 교수의 JTBC행은 단순히 매형이었던 주철환 PD의 제의뿐만 아니라 손석희 교수 내면에 있던 언론인으로서의 욕망도 함께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손석희 교수는 방송인 최초로는 아나운서와 기자를 겸한 인물입니다. MBC 보도국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뉴스 앵커로 백분토론 진행자로 나선 손석희 교수는 어떤 특정 정치 성향보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중심이 잡혔던 인물이었습니다.

"시선집중'을 시작할 당시 '어느 정파로부터도 자유로운' 입장에 있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 만큼 저는 그 약속을 지키는 데 진력할 것입니다." (손석희 교수)

손석희 교수는 시선집중을 진행하면서 간혹 돌발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특정 정치적 성향을 그리 잘 내세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보나 보수를 구별하지 않고 보도하겠다는 주장을 펼치는 JTBC 입장과 동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런 배경이 손석희 교수의 JTBC행에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JTBC의 손석희 영입 노림수'

MBC의 내우외환 속에 학계로 떠났던 손석희 교수가 다시 자신만의 저널리즘을 찾기 위해 JTBC행을 선택했지만,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것은 손석희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JTBC가 어떤 의도로 그를 영입했는지를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2008년 삼성특검 사무실에 출두했을 당시 중앙일보 기자들은 취재하는 것인지 회장님을 경호하는지 모를 정도로 사주를 보호했습니다. 1999년에는 줄지어 서서 '사장님 힘내세요'를 외쳤습니다. 기자가 아니라 경호원 내지는 응원단이었습니다.

기자가 비판정신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이미 기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기자정신을 포기했고, 이는 이미 언론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JTBC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중도적인 성향으로 보도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기자가 아닌 사람들로 채워진 언론사에게 저런 정치적 성향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중앙일보와 에버랜드 빅딜 사건,출처:이정환닷컴


1996년 에버랜드는 99억 5459만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그 전환 사채 대부분을 이재용 남매가 구입하면서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중앙일보에서 이재용 남매로 바뀌었습니다. 중앙일보는 1996년 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전환사채 대부분을 홍석현 회장이 구매하면서 중앙일보의 대주주는 이건희에서 홍석현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업을 자신들의 복주머니로 생각하는 이런 오너일가의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서 중앙일보는 침묵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유독 삼성그룹의 문제점은 비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언론사입니까? 그냥 삼성그룹 사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JTBC의 손석희 교수 영입은 이처럼 삼성그룹 사보라 불러도 무방한 JTBC와 삼성,중앙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삼성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종편의 광고 요율을 지상파의 25%로 확정했습니다. 이 요율은 종편이 개국하면서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50~70%로 예상했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요율이었고, 삼성의 이런 결정을 다른 대기업도 따라 하는 바람에 종편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조선일보가 뿔이 나서 삼성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민주화가 자꾸 나오니 삼성과 중앙,JTBC는 이것을 막아줄 보호막이 필요하기 시작합니다.

만약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언론인이 나서서 이런 문제를 대신 방어해주고 공격해준다면 여론은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JTBC는 엄청난 금액과 대우를 주고서라도 손석희 교수와 같은 사람을 이제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간절해졌습니다.

이것이 손석희 교수를 영입하는 JTBC, 실제는 삼성가의 의중이라고 '아이엠피터'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인으로 산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언론은 언론이라 부르기 창피할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아이엠피터가 독일에 갔을 때 세계에서 모인 정치 블로거들이 (대부분 기자출신) 저를 불쌍하게 여기며, 독일로 와서 언론 공부를 하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실력이 모자라서 기자 수업을 받으라는 뜻임)

언론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언론이 가진 힘과 영향력이 높다는 뜻인데, 그런 힘이 재벌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 움직인다면 그것은 언론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참다운 언론인들이 언론 개혁을 외치며 진정한 언론을 만들려는 노력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2년 MBC파업으로 구속됐던 손석희 교수.


손석희 교수의 JTBC행을 비판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보도부문 사장이 된다면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자신만의 저널리즘을 구사할 수 있는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손석희 교수가 삼성을 비판하지 않는 중앙과 JTBC의 관행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그럴 일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JTBC의 손석희 교수 영입은 오히려 그것을 더 막아내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MB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언론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타파,고발뉴스 이상호,국민TV 를 비롯한 진정한 언론인들이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 힘듭니다.

▲국제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자유 지수,참여정부 이후 순위는 계속 내려갔다.


1인미디어라는 말로 아이엠피터를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스스로 미디어라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언론이 가진 힘과 권력, 그리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에 그런 능력도 위치도 되지 못한다는 '주제 파악'을 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신문사와 언론의 권력이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 잘 봐야 합니다. 언론이 내보내는 기사와 뉴스가 진짜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그 속내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손석희 교수가 JTBC행을 가는 것을 비판하지 마시고, 대한민국의 언론을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파업 현장에서 복귀했지만,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도 방송도 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언론인들과 암울한 시기에 몸과 마음을 바쳐 진정한 언론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영혼 없는 언론과 영혼 없는 기자들이 왜곡된 역사의 기록을 만드는 것을 그들만이 막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