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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다음뷰 블로거대상'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선이 끝나고 천사백만 명의 사람들이 멘붕에 빠졌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선거가 끝나고 마음을 추스른 다음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 후 블로거이자 언론인이신 지인분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힘이 빠져서 당장은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소. 글쓰기도 마찬가지오'라는 내용의 문자를 통해 짐작하듯이 그동안 시사 글을 썼던 많은 사람들이 절망 속에 앞다퉈 글쓰기를 멈추고 있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진 감정은 절망보다 다음 정권에서는 도대체 언론정책이 얼마나 더 나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내의 걱정은 속칭 '잡혀가면 우린 어떻게 살까?'라는 두려움입니다. 아내가 선거를 위해 기도했던 가장 큰 이유가 남편이 잡혀갈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블로거 생활 8년을 통틀어 전업 시사블로거로 살아간 지 벌써 2년이 넘어갑니다. 전업 시사블로거로 살면서 팩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나름의 자료를 찾고 조사하며 글을 썼습니다. 문제는 그런 자료를 토대로 '아이엠피터'만의 생각이 들어갔을 때, 그 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극렬하게 양분화됐다는 점입니다. 

같은 자료를 놓고도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을 말합니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본성이자,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유를 정치가 억압하거나 공포감을 통해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독재이고 통제된 사회입니다.   

'아이엠피터'는 블로거입니다. 그래서 모든 글은 기본적으로 블로그를 통해 발행합니다. 그런데 이 블로그의 유입경로는 대부분 포털사이트입니다. 포털에서 얼마큼 블로그를 노출해주느냐에 따라 블로그의 방문자수가 결정됩니다. 그러나 시사블로거의 포털 노출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 시사,정치 블로그의 글이 아예 없는 네이버의 첫화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포털인 네이버는 아예 시사블로거의 글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픈캐스트라고 블로거의 글을 노출은 시켜주는데, 아예 카테고리 자체에 시사나 정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네이버에 있던 시사블로거들은 대부분 다음이나 티스토리로 옮겨왔습니다.

이처럼 네이버가 시사/정치 블로그를 노출해주지 않는 것에 비해 다음은 다음뷰라는 페이지를 통해 블로거의 글을 노출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뷰의 전신이었던 '다음블로거뉴스'에 비해 그리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시사블로거는 물론이고 블로거의 전성시대는 다음블로거뉴스 시절이었습니다.

▲2008년 다음블로거뉴스 홈 페이지.

2008년만 해도 다음은 다음블로거뉴스라는 페이지를 통해 시사,문화,방송,여행,맛집 등 여러분야의 글을 노출해줬습니다. 그 덕분에 다음블로거뉴스에 가입했던 많은 블로거들은 트래픽폭탄을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경쟁적으로 서로 좋은 글을 쓰기에 바빴습니다.

당시 다음블로거뉴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가 알려주는 지수가 있습니다.


▲2008년 다음 블로거뉴스의 주간 순방문자 수.


보통 웹사이트의 순방문자수(UV)를 통해 그 사이트의 인기도를 측정할 수 있었는데, 당시 다음블로거뉴스의 주간 순방문자수는 2008년 5백만 명을 넘었습니다. 지금이야 포털사이트의 트래픽이 하루에도 몇백만 명이 넘지만, 당시 다음블로거뉴스의 주간 순방문자수 5백만 명은 미디어다음의 서비스들 중 뉴스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렇게 블로거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던 다음조차 블로거들, 특히 시사,정치블로거의 글 노출빈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이는 포털을 통해 방문자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국의 인터넷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시사블로거들이 글을 쓰지 않거나 블로그 생활을 접는 이유가 됐습니다.

'아이엠피터'도 언젠가부터 다음으로부터 찬밥(?)신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생존모델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바로 SNS를 통해 스스로 구독자수를 늘리고 자체 마케팅을 한 것입니다.

▲아이엠피터의 지난 10일간 발행한 다음뷰 글 리스트.빨간색 원은 트위터 RT 300개 이상만 표시.


'아이엠피터'의 글은 다른 여타의 블로거들보다 추천수가 높은 편입니다. 특히 거의 다음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지 않고 있어서 이런 추천수는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트위터를 통한 홍보에 있습니다. 보통 '아이엠피터'의 글은 평균 RT수가 300이 넘습니다.


지난 10일간 트위터 RT수를 보면 대부분 500을 넘어 1,600까지도 육박하고 있습니다. 다음에서 '아이엠피터'의 글을 노출해주지 않아도 자체 유입자수가 많아서 추천수도 높고 조회수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뉴스메이트 사이트가 집계한 기사당 SNS평균공유순. 출처:뉴스메이트


각 언론사와 사이트를 모아 SNS 공유지수를 보여주는 뉴스메이트의 사이트에서 '아이엠피터'의 기사당 평균공유수는 상위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엠피터'의 블로그가 얼마큼 SNS에 노출이 잘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새 '아이엠피터'의 글은 다음보다 오히려 기존 인터넷신문의 메인에 노출이 잘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12월20일/22일자 메인 페이지,노란색 박스 기사가 '아이엠피터'의 블로그 글


'아이엠피터'의 글은 종종 '오마이뉴스' 메인에 노출되는데, 이럴경우 오마이뉴스의 트래픽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면서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에만 글을 올리기 때문에 오마이뉴스를 본 사람들이 노란색 박스 기사를 클릭하는 순간 오마이뉴스 페이지가 아닌 '아이엠피터' 블로그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SNS나 타 사이트를 통해 '아이엠피터'의 방문자수는 유지될 수 있고, 이것이 현재 '아이엠피터'의 블로그가 운영되는 비결 중의 하나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음에서는 '2012 View 블로거대상' 을 위한 네티즌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바라보는 '아이엠피터'의 마음을 그리 편치만은 않습니다. 축소된 블로거대상 시상식 때문도 있겠지만, 과연 다음에서 내년에도 다음뷰라는 블로거 노출페이지를 유지해줄 수 있느냐는 점 때문입니다.

다음이라는 기업 입장에서는 돈은 들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다음뷰라는 플랫폼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대보다는 축소에 가까워서 블로거 처지에서는 속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0년 한국블로그어워드에서 시사/비지니스 우수상을 받은 미디어몽구는 수상소감에서 '시사블로그 너무 힘들어요'라고 외치며 눈물을 보였다.


사실 다음에서는 유명한 시사블로거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디어몽구'입니다. 여기에 과거 방송에서 퇴출(?)당했던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도 주류언론에 가지 못할 때 블로그를 통해 다음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주류언론이 외면할 때 다음이라는 사이트에는 많은 블로거가 활동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둘씩 떠나가고 있습니다.

앞서 '아이엠피터'가 어떻게 블로그를 운영하는가를 설명한 이유는 지금 포털만 믿고 살아가기에는 블로거들이 너무 힘들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가 이렇게 포털을 통하지 않고 살아가는 데는 24시간 블로그만 운영하면서 2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 블로거가 수익도 없이 (특히 시사블로거들은 협찬이나 광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년 동안 버틴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자리를 잡은 블로거가 아닌 지금 시작하는 블로거와 포털의존도가 높은 블로거에게는 포털이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2012 View 블로거대상'을 바라보면서 이웃블로거가 과거 후보에 올랐던 블로거들이 반도 남지 않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폐쇄하거나 더는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격려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블로거가 힘들어도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기 때문이고, 그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든 버틸 수 있습니다.
 
'2012 View 블로거대상'의 네티즌 투표가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시사는 물론이고, 문화, 예술, 연예, IT,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노력을 했던 블로거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언론이 있습니다.  개인이 자기 생각과 목소리를 내며 살 수 있는 공간도 미디어의 일종이라고 본다면, 그들을 위한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블로그도 그런 공간 중의 하나이기에 그들을 지켜달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시사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그들이 올린 글들은 충분히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시작일 수도 있고, 우리의 삶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얼마나 많은 블로거들이 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사라지지 않고 굳건히 유지될 수 있다면, 아마 혹시라도 희망을 잃거나 분노에 찬 사람들의 마음이 그들을 통해 표출되거나 해소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려운 조건에서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블로거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Daum에 네티즌 투표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누가 상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다면, 내년에도 Daum에서 좋은 블로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다음뷰대상보다 지금 블로거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입니다.


'2012 View 블로거대상 투표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