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오사카학(大阪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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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의 책에 이어서 속편이 1994년11월에 발간되었고 문고판으로 1997년12월에 다시 발간되었다. 그만큼 "오사카학"이란 것이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모양이다. 오사카란 한 지역을 철저히 파악해서 책을 펴내니, 아마 다른 지역의 사람들보다도 오사카 사람들이 더 많이 사 보았을 것이다. 내용 자체도 어떤 부정적인 면보다는 전반적으로 오사카 사람인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괜스레 토쿄(東京)의 위세에 눌려서 자신의 가치를 잘 드러내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일본 전역에 진짜 오사카에 대해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94년에 처음 발간된 것이니 만큼 현재와 조금 다른 면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새롭게 개발되고 빠르게 발전하는 상태의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 없이 대부분이 과거의 이야기이면서 현재의 이야기도 된다. 전체 12장으로 된 내용을 중요 부분만 살펴보면, 제1장. 絶唱, 六甲おろし-한신타이거즈(阪神タイガズ). 일본에서 오사카란 말을 들으면 '한신타이거즈'라는 프로야구 구단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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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는 상관없이 경기만 있으면 도시 전체가 술렁이고, 만사 제치고 광분해서 응원하는 오사카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이 간혹 TV에 나오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집에서 TV를 보며 머리에는 띠를 두르고, 구단 야구복을 입고, 노란색 응원 메가폰을 들고 집이 떠나가라 응원하는데... 평소에는 다른 사람 눈치 보며 조용하던 사람들이 이 때만 되면 이성을 잃는 것인지, 아니면 이성을 찾고 본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 알 수는 없어도 대단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이들에게 영원한 맞수가 있는데 바로 토쿄(東京)가 본거지인 '교진자이언트(巨人ジャイアンツ)'이다. 무조건 이 자이언트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데 이는 토쿄에 집중된 권력에 반항하는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잃어버린 권력을 스포츠를 통해서라도 찾아오고 싶은가 보다. 예전에는 지금의 유명한 기업들의 본사가 전부 오사카에 있었는데 어느새 토쿄로 이사가고 오사카에는 껍데기뿐인 지사만 남아 자신들이 2류가 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런 보이지 않는 울분을 야구 응원으로 달래야 하는 설움을 누가 알아주겠는가.... |
| 제2장. 서민(庶民)의 맛-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오코노미야키가 '오사카의 맛 베스트3위'안에 들 정도로 오사카 사람들 누구에게도 인기가 있는 음식이다. 일본 음식이라면 다른 근사하기 차린 요리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이런 음식들이 실제 더 많이 팔리고 풋풋한 서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오사카에서 인기가 좋은 이유를 들면, 먼저 싸면서 맛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여러 가지 재료가 한꺼번에 들어가기 때문에 영양에도 좋다. 철판을 가운데 두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해 먹을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이 한 가지로 통일된 것이 아니어서 시대감각에 맞게 자신들의 취향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계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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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기상천외(奇想天外)의 재각(才覺). 이 장을 읽으며 인스탄트 라면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의 라면 역사가 오사카에서 시작된 사실을 저자는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느낀다. 니신식품(日淸食品)에 의해 1958년 처음으로 '치킨라면'이 발매되고 최초의 공업화도 성공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말할 것도 없이 식문화를 바꿔놓을 정도의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 그리고 1971년 처음으로 '컵 누들'이라는 이름의 컵 라면이 발매되었다. 1992년에는 삶은 면을 그대로 파우치에 넣고 완전 밀봉한 컵 라면 '니신라오(日淸ラ王)'가 나왔다. 이런 창의력으로 언제나 라면 업계에서 1위를 고수하며, 세계로 진출하여 국제적인 식품이 되었다. 현재까지 약 30개의 각각 다른 이름의 라면(이름뿐만이 아니라 국물 맛, 면의 종류가 다 다르다)이 출시되었으며 그 중에는 우리나라의 고춧가루를 사용한 제품도 있다. 이름도 우리 식으로 "김치해선찌게" "김치육개장" "김치고추장"이라고 하며 면에다가 직접 고춧가루를 넣고 반죽을 해서 빨간 면이 특징이다. 이 라면이 2000년 7월에 발매되었는데, 라면의 종주국이어서 그런가, 김치맛 라면은 우리에게 전부터 있었지만 우리보다 한 발 앞서서 이런 제품을 만들다니... 참으로 응용력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인스탄트 음식은 선두가 라면이고 그 다음이 1968년에 나온 레트로트카레이다. 이 역시 오사카의 오츠카라는 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다. |
제4장. 오사카 사투리의 현재. 오사카 사투리는 대부분 상인들의 말투에서 시작된 것이 많다고 한다. 길게 말하기보다는 짧게 가볍게 말하는 투가 특색이라고 한다. 또한 그들의 솔직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단어들이 많이 쓰인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사투리가 있지만 일본은 나라가 더 커서 그런지 북쪽 지방과 남쪽 지방의 말이 외국인인 내가 듣기에 표준어와는 너무나 다른 또 하나의 외국어처럼 들린다. 오죽하면 TV에 인터뷰 장면이 있으면 화면 밑으로 표준어 자막이 나올 정도이다. 오사카 사투리도 아줌마들이 말하는 것은 그래도 알아들을 수가 있는데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은 정말 못 알아들었다. 같은 사투리라도 시대에 따라 변하나 보다. 제5장. 오사카의 패션. 외국인이 보는 오사카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어딘가 세련되지 못한 구석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오사카가 토쿄보다 더 화려하고 장식물을 많이 사용한다고 썼지만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이다.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려고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편하면 그만이라는 듯한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다. |
오사카 사람들은 별로 남의 눈치를 안보는 것 같다. 남의 일에 간섭도 잘 하고, 자기 할 말은 거의 다 어떤 식으로든 다 하고, 자기 편하게 살려고 한다. 그러나 지킬 예의는 깍듯이 잘 지킨다. 그래서 어떤 경우 외국인들이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있다. 처음 만나서 그들처럼 편하게 하려고 하면 매너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예의를 차리려고 하면 자신의 친절을 무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어 그때는 정말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된다. 솔직하고 소탈한, 조금은 다혈질적인 성격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면이 늘 토쿄와 비교되는 면이다. 여러모로 비교되는 것이 싫긴 하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들의 특성을 더욱 부각시켜서 특성이 아닌 하나의 "자존심"으로 후세에 남기려고 한다. 이런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지방자치의 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늘 수도(首都)의 흉내를 내는 겉치장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을 수 있는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
"아, 사장님, 이 쪽 분이 저희 사장님입니다" "오사카에서는 누구나 사장인가..." 실제 사장이어도 멋있게 치장하지 않고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있으니까 이상하게 보인다. 그러나 내실 추구의 오사카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