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온지, 벌써 8년이 된다.
처음에는 많은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곳이 익숙해졌다.
내가 요즘 가끔 하는 말버릇이,
’일본이란 사회에서 친구와 가족이 있다면 정말 살기 좋을텐데....’
사실 일본은 서민이 살기 좋은 나라다.
차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아무도 무시하지 않고,
전철(JR)기본요금 130엔은, 8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작년과 올해 전기세와 수도세는 기본료금이 인하했다.
대학교수가 2시간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고 , 베낭메고 강의를 하러온다.
학생보다 교수가 먼저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공부가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 적은 있어도,
교수가 개인적인 일을 시킨다든지, 공부외의 일로 힘들게 하는 일이 없다.
아기를 낳으면 40만엔이 지급이 되고,
수입없는 자에겐, 거의 모든 의료비, 방세도 지급이 된다.
반면, 방학때 한국에 들어가면, 매년 오른 버스 전철값.. 적응이 힘들다.
너도나도 집사려고 달려들어, 집값은 거품처럼 부풀고...
겉모습에서 고급스러운 사람은 귀빈대접을 받지만,
나처럼 멋 못부리는 사람, 차도 없는 사람은.... 불편하기짝이 없다.
택시를 타면 나처럼 어리버리한 사람은 꼭 돌고돌아.. 기본요금이 나올 곳에
두,세배요금을 요구받는다. 따질 수는 있지만.. 따지는 것도 이젠 지쳤다.
목소리 작은 사람은 그냥 당하기만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학위를 따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교수 잔심부름과 로비활동이 공부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본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편한 일본사회가 가끔은 로보트들이 사는 곳처럼 느껴질때도 있다.
유모차를 낑낑대며 들고가는 아기엄마를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
왠일로 도와주는 사람이 있나싶으면,,, 어김없이 외국인, 특히 한국유학생이다.
전철에서 할머니를 때리는 젊은이가 있어도 모른척한다.
눈이 마주치면, 무슨일을 당할지 모르기때문에 전철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자는 척을 하거나, 책을 읽고있다.
가게에 들어가면 녹음된 로보트처럼 메뉴얼에 있는 말만 되풀이 한다.
이럴때.. 소름이 끼친다. 사람냄새 안나는 사람들...
일본사회가 편하긴 하지만, 사람사는 곳으로서는 참 차갑다.
지지고 복고 참견하고 사는 한국인에게는 너무 가혹한 사회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족되지 못하는 것이 아직 너무 많을 것이다..
한국사회가 빨리, 나처럼 어리버리하고 가진 것 없는 젊은이도 살고싶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이 한국인이다.
태극기만 봐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한국인, 특히 외국에 있는 교포들일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젊은이이게 등을 돌리는 사회가 아닐까...?
자신에게 푹빠지게 해놓고 배신때리는 연인과같이.....
능력주의라고 하지만... 과연 우리사회가 평등한 기회를 주는 사회일까?
학력사회에서 허덕이다가, 성인이 되면 지연과 혈연에 의해 또 소외받는 계층이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늘속에서 앓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매일을, 빨리빨리... 뭔가의 성과를 내기위해 희생돼가는 젊은이들, 그리고 어린이들.
그 아픔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많은 반성, 그리고 케어가 필요하다.
2006.6.17 씁쓸한 날.
출처:이은주님의 블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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