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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폭행,성추행,욕설까지, 난 PD도 인간도 아니었다

 

 

2015년 6월 24일 MBN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독립 PD A씨는 자신이 앞으로 제작할 프로그램의 인트로 영상을 MBN PD와 함께 시사 후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술자리에서 MBN PD는 독립 PD A씨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A씨는 안면골절이라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 보기에는 무차별적인 폭행이었습니다. 특히 언론사라고 부르는 MBN이라는 매체에서 가장 비민주적인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는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독립 PD A씨는 왜 MBN PD에게 폭행을 당해야만 했고, MBN은 별거 아닌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보는 프로그램, 과연 방송국에서 만들었을까요?'

 

요새 드라마를 방송국에서 제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드라마 외주 제작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대부분 외주제작입니다. 외부PD들이 아이템을 선정해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방송국에 납품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VJ특공대'나 '6시 내고향','굿모닝 대한민국','천기누설' 등의 프로그램 코너에 나오는 영상은 대부분 외주 제작 PD가 제작한 것입니다. 거의 독립 PD이지만 이들은 프로덕션이라는 업체 이름으로 나옵니다. 1인 PD이지만 계약할 때 사업자등록증을 내라고 하고, '개인 대 방송국'이 아닌 '방송국 대 프로덕션'이라는 '회사 대 회사'로 계약을 합니다.

 

개인이 방송국을 위해 일하지만, 방송국 입장에서는 정당한 외주 용역이라고 부릅니다. 외주이니 늘 제작비를 깎기 일쑤이고,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해버립니다. 언제든 계약이 해지될 수 있으니 독립 PD들은 갑인 방송국에 대들거나 그들이 요청하는 잡일이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욕설은 기본, 폭행에 성추행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갑이라 부르는 프로그램 PD들은 외주제작 독립 PD들에게 '돈을 하사하는 폭군'으로 군림합니다. 독립 PD가 촬영한 영상을 시사하는 편집실에 들어가면 방송국 PD들은 욕부터 해댑니다. 적은 제작비를 가지고 몇 번이나 수정요구를 합니다. 협찬 상품에 대한 광고를 노골적으로 요구해 거부하면 프로그램에서 바로 잘립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말대꾸하느냐’며 (방송사 선배 PD에게) 따귀를 맞았다. 풀 스윙으로 때려서 (얼굴이) 부었다. 조연출이 PD에게 대들었다가는 PD 입문을 할 수 없고 조직을 떠나야 한다. 나중에 그분이 사과해서 다시 친하게 지냈다.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PD가 되어야 하니까.

- 외주제작 프리랜서 이주원 PD(가명)

 

"이런 일까지 생기나 싶었던 건, 정규직 CP가 딸 결혼식이 있는데 외주 PD보고 그걸 찍어서 편집하라고 했어요. 땡전 한 푼 안 주고…. 그러면서 마치 대단한 아량이라도 베풀 듯, 결혼식 뷔페는 먹고 가라고 했다는 거예요. 아는 분이었는데, 어디 하소연도 못 하더라고요."

-한국독립PD협회 지원준 PD

 

- MBN이 종편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방송사에서 외주 PD를 어떻게 대우하나요? 폭행은 물론 여성 PD에게 성관계까지 요구한다던데.

"요즘은 많이 없어진 거예요. 독립PD협회가 설립된 후부터 방송사에서 외주 PD를 대하는 게 개선되었고 이건 극히 일부로, 있어선 안 되는 사건이에요. 하지만 예전엔 시사하는 과정에서 폭언, 폭행도 많았고 술 접대를 요구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그런 PD들은 많이 은퇴했어요. 그 당시엔 PD뿐만 아니라 방송국 내에서 외주인력 중에 여성도 많았거든요. 여성에게 성추행하고 금전적 보상으로 덮은 적이 있죠. 많고 적음을 떠나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저희는 심각하게 보는 거예요.

-한국독립PD협회 권익위원장 복진오 PD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독립 PD를 향해 욕설과 손부터 올라가는 방송사 PD들의 모습은 언론사라는 곳에서는 벌어지면 안 되는 범죄 행위들입니다.

 

'언론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그들이 어떻게 인권을 말할 수 있는가?'

 

드라마도 아닌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 부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보면서, 어떻게 그들이 인권을 말하는 프로그램을 떳떳하게 보도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에 전쟁지역을 취재하는 방송국 교양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 독립 PD가 온라인에 '전쟁지역에 보내면서 방탄조끼도 받지 못했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방송국 PD는 방탄조끼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섭섭하게 해준 게 있니'라며 잘해줬는데 그런 말을 해서 섭섭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지역에 취재하러 가면서 방탄조끼를 달라는 요구가 왜 섭섭한 일이 됐는지 참 이상합니다. 독립 PD들은 취재하다가 죽어도 자기네 방송사 PD가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나요?

 

“CP(책임프로듀서)들은 시청률이 좀 낮다고 외주사를 하루아침에 자르면서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 말해. 사실 우리가 광고를 벌어다 주고 본사 PD들도 그 돈으로 월급 받는 거잖아. 같은 PD인데도 언제든 자르고 무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면 솔직히 기분이 안 좋지.” -외주제작 PD

 

 

독립 PD 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뜻밖에 '한국PD연합회'와 'KBS PD 협회','SBS PD 협회'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편과 일부 방송사들은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갑이 변하지 않고 있기에 앞으로도 독립 PD에 대한 방송국의 갑질은 여전할 수 있습니다.

 

말로는 인권을 떠들면서 폭행을 일삼고 성폭행을 다루면서 스스로 성희롱을 하며 갑을 관계를 비판하면서 슈퍼 갑으로 군림하는 방송사 PD들과 종편 PD들. 노동 문제를 분석하면서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는 방송사.그들을 언론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어디가서 언론인이라 말하기 부끄럽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