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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주진우'가 '기자'라면 그는 '무죄'이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씨의 2심 공판이 1월 16일 11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립니다.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씨가 재판을 받게 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 살해 사건을 시사인 기사와 팟캐스트에서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시사인 '박근혜 후보 5촌 조카 살인사건의 새로운 의혹들'

 

시사인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5촌간 살인 사건에 대한 의혹들을 제기했습니다.  '신경안정제(수면제)를 복용'했던 점이나 '유서 필체', '지문이 없는 칼'등의 증거를 내세우며 주진우 기자는 유력 대선 후보 집안의 살인 사건을 재조명했습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24회 <아주 무서운 가족이야기>에서도 주진우 기자의 취재 내용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씨는 이 사건 때문에 오늘 2심 판결을 받게 됐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봐야 하는가?'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씨의 죄명은 '공직선거법 위반'입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대선 기간 특정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기 위해 허위사실을 일부러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주장은 주간지 시사인을 보면 이해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박근혜 5촌 조카 살인 의혹'이 실린 시사인 273호의 커버 스토리는 박근혜 대선 후보가 아닌 '물 민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선 후보에 관한 기사도 있지만, 박근혜 5촌 조카 살인 의혹은 대선 후보 검증 관련 특집 기사 중의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만약 주진우 기자가 특정 대선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박근혜 5촌 조카 살인 의혹'을 커버스토리로 전면에 내세웠어야 합니다. 단순히 대선 후보 검증 과정에서 나왔던 기사를 가지고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보기는 무리가 따릅니다.

 

실제로 대선 기간 '박근혜 5촌 조카 살인 의혹'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주진우 기자가 왜 재판을 받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 더 알려졌습니다.

 

'합리적 의심은 기자의 필수 조건'

 

우리가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사건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여러모로 사건을 취재해야 합니다.

 

 

간단한 사건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 1월 9일 가수 바비킴씨가 기내에서 난동과 성추행을 했다는 보도가 연일 언론을 뒤덮었습니다. 기사를 본 사람들은 바비킴이 갑질을 했다며 그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속내를 보면 대한항공이 바비킴씨의 여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엉뚱한 사람의 이름으로 발권을 했고, 그 과정에서 바비킴씨가 요구했던 마일리지를 통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주지 않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바비킴, 술 취해 기내 난동, 성추행'이라는 제목이 '대한항공, 여권조차 확인 안 하고 발권, 바비킴 강력하게 항의'라고 바뀌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KBS 김진희 기자는 자신이 바비킴 사건을 취재하면서 발견했던 이상한 점을 KBS 홈페이지 기사로 올렸습니다.

 

[취재 후] 바비킴 기내 난동 '전말 알고보니'

 

기자는 어떤 사건을 단순하게 보면 안 됩니다. 오히려 사건의 이면에 있는 의혹을 취재해서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야 기자입니다.

 

 

주진우 기자는 경찰이 내세웠던 증거를 다른 각도로 보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의 합리적 의심은 당연한 기자의 업무이기에 처벌받아서는 안 됩니다.

 

대선 기간이었다는 검찰의 주장도 이상합니다. 기자가 대선 기간이니 특정 후보에 불리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자체가 더 웃깁니다.

 

기자는 어느 때라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사를 써야 기자입니다. 선거 기간이라서, 대선 후보이니,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안 된다고 한다면, 기자들은 매번 누구를 홍보하는 기사 외에는 쓸 기사가 없습니다.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는 기자,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기사를 쓴 기자가 오히려 더 수사를 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직업을 남용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검찰의 입장은 철저하게 특정 후보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주진우 기자의 기사는 특정 후보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작성된 기사에 불과합니다.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친인척 동향을 매일 보고 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각주:1] 그런데 시사인은 박근혜 5촌 조카의 사기 행각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각주:2]

 

친인척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친인척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을까요?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기자입니다.

 

기자는 권력을 쥔 자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기자입니다. 그래서 기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기자들이 많을 때 부정부패와 권력의 횡포는 줄어듭니다.

 

지난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사전에 정해진 질문 이외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레기를 믿은 박근혜, 태연히 기자회견 재탕'

 

주진우 기자는 이미 지난 대선 기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보통의 기자는 하지 못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주진우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장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기자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권력자의 마음에 드는 질문과 기사만 쓴다면 그 기자는 국민을 위한 기자가 아닌 권력자의 시녀에 불과합니다.

 

합리적 의심을 하는 일이 당연한 기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죄명을 붙인 대한민국 검찰도 웃기지만, 권력자를 비판하는 행위 자체를 기자에게 하면 안 된다고 요구하는 사회도 이상합니다.

 

기자는 기자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기자답게 살려고 하는 주진우 기자는 무죄입니다.

 

 

  1. [TV조선 단독] "靑, 박 대통령 친인척 동향 매일 보고 받는다" 조선닷컴, 2014년 11월 24일. http://goo.gl/aJsBLp [본문으로]
  2. 박근혜 5촌의 ‘화려한 사기 행각’ 시사인 306호. 2013년 7월 30일 http://goo.gl/KzLWo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