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

'기레기'를 믿은 박근혜, 태연히 '기자회견 재탕'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했던 기자회견이 어제 끝났습니다. 혹시나 하고 봤지만, 역시나였습니다. 정말 의미 없었던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최소한 '청와대 인사문제'와 '정윤회 문건', '비선 3인방' 문제에서만큼은 대통령의 사과가 있으리라 봤지만, 역시나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는커녕[각주:1] 오히려 대한민국 사회가 '건전하지 못하다'고 국민을 비판했습니다.[각주:2]

 

아이엠피터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이토록 의미 없고, 자기 아집으로 똘똘 뭉쳐진 이유에는 대한민국 언론이 그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레기'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언론이 어떻게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의미 없게 만들었는지 알아봤습니다.

 

'2015년 대통령 기자회견은 2014년의 재탕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2015년 신년 기자회견은 '경제'라는 단어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25분간의 발표에서 무려 18분 동안 '경제' 분야에 대한 얘기로만 채웠습니다.

 

경제 관련 단어나 용어만 무려 42번을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24번보다 거의 두 배나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토록 경제를 부르짖었지만, 색다른 내용은 없는 2014년 신년 기자회견의 재탕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474'라 불리는 '성장률 4%','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불' 시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 '474'는 작년에도 말한 바가 있습니다.

 

'474'가 목표이니 또 말했다 칩시다. 그래도 실천 방안만큼은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밝혔던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나 'ICT', '친환경 에너지타운','규제개혁','유라시아 철도'는 2014년에 말했던 내용과 똑같았습니다.

 

무슨 곰탕도 아니고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재탕해서 국민 앞에 내놓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에도 비슷한 얘기로 우려먹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길래 작년도 했던 얘기를 뻔뻔하게 할 수 있는지, 정말 말조차 나오지 않았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기자회견, 어떻게 다를까?'

 

기자회견을 보면서 답답했던 점은 이미 작년에 나왔던 얘기를 했는데도, 어느 기자도 그 부분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거나 왜 똑같으냐고 묻는 사람이 없었느냐는 점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기자회견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좌측 미국 기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하겠다고 손을 듭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기자를 선택해서 질문을 받습니다.

 

우측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가 손을 들어도 원고만 보고 있습니다. 손을 든 기자도 때때로 한 명에 불과합니다.

 

조현아 땅콩회항 사태에서 기자들은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며, 서로 질문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통령 앞에서는 손도 못 들고, 가만히 자리에만 앉아 있습니다.

 

 

한국 기자들이 손도 안 들고 가만히 있는 이유는 이미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 내용이 그대로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 순서와 질문 내용을 정했고, 청와대는 사전에 입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거기에 관여하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윤두현 홍보수석은 '질문하실 기자 손들어 주십시오'라고 말했지만, 그의 선택은 이미 사전에 내정된 질문자였습니다.

 

그냥 'OOO 기자 질문할 순서이니 질문하세요'라고 바꿨어야 했습니다. 작년처럼 대놓고 짜고 치면 걸리니 타짜들의 밑장빼기 속임수처럼 국민의 눈을 속이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청와대와 기자들이 한 것입니다.

 

'박정희 시대 기자보다 더 겁을 내는 기자들'

 

현재 대한민국 언론을 보면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보다 더 겁을 내며 알아서 권력 앞에 바짝 엎드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1979년 신년 기자회견도 2015년 기자회견처럼 사전에 질문과 순서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새마을 운동 홍보 질문을 배정받은 K기자는 사전에 약속된 시나리오를 깨기로 마음 먹고 질문을 던집니다.

 

K기자는 각하 호칭조차 빼고 '새마을 운동'을 비판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자 차지철 경호실장은 권총을 만졌고, 박정희는 기자를 노려보기까지 했습니다.[각주:3]

 

기자회견은 겨우겨우 끝났고, 한 달 뒤 박정희는 청와대 출입기자와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그 기자의 이마를 박치기했습니다.[각주:4]

 

 

뉴스타파의 신년 기자회견을 분석한 기사와 동영상을 보면, 신년 기자회견의 문제점과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을 알 수 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그 넓은 청와대 기자회견장[각주:5]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저 물끄러미 그녀의 입만 바라보며 '경제'라는 단어만 열심히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불통과 의미 없었다'고 비판을 하는데, 청와대 출입기자는 기자회견이 좋았다고 대통령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활짝 웃습니다.[각주:6]

 

청와대 출입기자는 '오늘 얘기 중에 어떤 게 신문지상에서 헤드라인으로 나갔으면 좋겠나요?.'라고 묻습니다. 기자가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기사를 쓰겠다고 대놓고 대통령에게 묻는 이런 모습이 과연 기자의 입에서 나올 얘기입니까?

 

서슬이 퍼런 군사독재 시절에도 어떤 기자는 사전에 짜인 각본을 깨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은 그런 기자조차 없습니다. 박정희 시절보다 더 기자들이 엉망이 됐다고 봐야 합니다.

 

대통령과 손잡은 기레기들의 합작품이었던 재방송과 다름 없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가 얼마나 큰 악몽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만 표현했다. 청와대 http://goo.gl/vq1nco [본문으로]
  2. 원문'계속 논란이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말 건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본문으로]
  3. 동아일보 1991년 1월 11일 http://goo.gl/7n1GfP [본문으로]
  4. 동아일보 1994년 1월 7일http://goo.gl/7n1GfP [본문으로]
  5. 백악관 브리핑룸은 50석 미만으로 굉장히 좁다. [본문으로]
  6. 朴대통령 “소통점수요? 그건 모호하게 놔두는 겁니다” 헤롤드경제 2015년 1월 12일 http://goo.gl/eOB6Xv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