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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눈엣가시 '돌발영상' 없애니, 발 뻗는 정치인들

 

 

YTN 해직기자들에 대한 해직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이 '3명 해고 부당, 3명 해고 유효'라는 2심 판결을 받아들이며 상고를 기각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각주:1]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 단 한 명의 부당 징계도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각주:2]2008년 MB정권에서 YTN 구본홍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시작된 기자들의 긴 싸움은 이도 도 아닌 결과로 끝났습니다.

 

이제 너무 오래됐기에 YTN기자들이 해직되건 복직되건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해직과 복직이 언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YTN의 대표작인 '돌발영상'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정치인 홍보가 아닌 사실을 보도했던 돌발영상'

 

'돌발영상'은 2003년 노종면 기자에 의해 YTN 정오 뉴스 프로그램이었던 '뉴스 퍼레이드'에 잠시 나왔던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보도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행동,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줌으로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각주:3]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당대표가 현장을 방문해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했던 돌발영상은 '보온상수'라는 말을 유행하게 하였습니다.

 

'보온상수'라는 말이 나오자 각종 패러디가 등장했고, 안보에 무지한 정권이면서 안보를 내세워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돌발영상은 별거 아닌 이야기이지만,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한국 정치인들의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재벌 이미지로 서민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성인이 아닌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들었다가 망신을 당한 정몽준 의원의 사례도 대표적인 돌발영상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언론들은 이런 실수를 내보내지 않습니다. 정치인에게 우호적인 언론이라면 더더욱 실수가 아닌 멋지게 포장되고 꾸며진 영상만 보여줍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시식하는 자리에서 나온 '한우보다 더 맛있어'라는 말은 정권 차원에서는 기름을 붓는 행위라 언론사에서는 스스로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돌발영상은 과감하게 그들의 모습이 '국민의 안전'보다는 쇼를 위한 자리였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실수와 무지를 보도하는 '돌발영상'이 껄끄러운지 무엇인가 실수를 하면 '이거 또 돌발영상'에 나오겠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의 말을 역사로 기록했던 돌발영상'

 

예전에는 정치인들이 막말하는 영상을 쉽게 볼 수 없었습니다. 의원들의 기자회견이나 국정감사 등의 영상이 인터넷으로 중계되지만 아이엠피터처럼 정치 관련 글을 쓰지 않는 한, 온종일 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돌발영상은 정치인들이 거침없이 내뱉는 막말을 국민들에게 알려줬고, 이를 통해 국민은 정치인들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없는 이야기, 왜곡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정치인들이 국민은 모를 것으로 생각하며 내뱉었던 말을 그대로 보여준 것뿐입니다.

 

 

고승덕 변호사가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오자, 인터넷에서는 2007년에 보도됐던 '돌발영상'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는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습니다. 이때 주식 전문가 고승덕 변호사가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습니다.

 

주식,펀드 전문가였지만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오히려 의혹을 더 증폭시켰던 고승덕 변호사의 '돌발영상'은 똑똑하다는 이미지를 무너뜨리게 하였고, MB와의 관계가 드러나며 선거 운동의 악재로 나타났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BBK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식사했어요?'를 계속 반문하는 엉뚱함을 보여주는 등 당시 돌발영상은 'BBK 사건 해명'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선거,정치 개입에 인한 '대선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을 비난하며 '어떻게 대통령을 대통령이라고 인정하지 않느냐'며 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2003년 9월 김두관 당시 행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정국을 뒤흔들 때 돌발영상은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김무성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했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제 마음속에서 노무현을 이 나라 대통령으로 인정 않고 있습니다. 통일을 좌절시킨 마오쩌뚱(毛澤東)을 존경한다는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냐” [각주:4]라는 김무성 의원의 발언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그대로 기록하고 보여준 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의혹에 대해 말도 많고, 일본 산케이 신문 서울 지국장은 재판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4년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그 정도는 약과입니다.

 

2004년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전 수석의 호텔 모임에 대해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중년남녀><대낮><호텔><단둘이><1시간>이라는 단어들을 사용했습니다. 언뜻 들으면 불륜남녀의 호텔 만남이었는지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각주:5]

 

기록이 이토록 중요합니다. 정규 뉴스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폐기되는 영상들을 기록하여 보여줬기에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비논리적인 과거 정치 행태를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 돌발영상이 껄끄럽던 권력자들, 그 입에 족쇄를 채우다'

 

돌발영상이 자꾸 정치인들의 속살을 거침없이 보여주자, 권력자들 입장에서는 '돌발영상'이 껄끄럽고 눈엣가시와 같았습니다. 그러자 자신들에게 불리한 영상은 가차없이 칼질을 해댔습니다.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사태와 멜라민 파동 등으로 국민들이 식품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자, MB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방문했습니다. 식약청을 방문한 MB는 '멜라민'을 '멜라리닌'으로 말하거나 식품에 들어가면 안 되는 멜라민 표기가 없다며 식약청 관계자를 당황하게 하였습니다. [각주:6]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무지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은 '돌발영상 멜라민'편은 YTN 홈페이지에서는 삭제돼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2008년 3월 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떡값' 의혹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사제단 발표가 있기 몇 시간 전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발표도 나지 않은 명단에 대해 해명을 하면서 '엠바고'를 걸었습니다. [각주:7]

 

돌발영상은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에서 이런 청와대의 황당한 '미래 문답' 해명을 보도했고, 이후 YTN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가 다시 나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돌발영상이 대통령과 정권의 거짓과 위선을 파헤치자 한나라당은 공개회의에서 돌발영상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돌발영상을 만들었던 임장혁 PD를 대기 발령하는 등 2008년 YTN무더기 중징계 징계자 33명 중 3명이 돌발영상을 만들거나 만들었던 기자였습니다.[각주:8]

 

현재 YTN돌발영상은 2013년 11월 4일 '수상한 개그맨'편을 끝으로 더는 올라오지 않고 있으며[각주:9], '돌발플러스'라는 프로그램만 보도되고 있습니다.[각주:10]

 

 

'돌발영상이라는 짧은 프로그램 하나 나오지 않는 것이 무슨 큰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돌발영상과 같은 프로그램조차 막은 YTN은 철저히 대통령 홍보 방송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보도하면서 '매력적인 대통령의 진가를 십분 발휘했습니다'라고 홍보는 해도, 대통령과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 찍힌 화면을 쓰지 말라는 지시는 YTN 정치부장 출신의 윤두현씨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각주:11]

 

YTN 해직기자들이 6년 넘게 보도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모습은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권력의 앵무새로 살아가는 YTN이 아닌, 진짜 돌발영상이 더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집니다.

 

 

  1. YTN 해직기자 상고, 대법원 기각 미디어오늘 2014년 11월 27일 http://goo.gl/LuxgmI [본문으로]
  2. 대법, '노종면 등 3명 해고 정당' 원심 확정 오마이뉴스 2014년 11월 27일 http://goo.gl/tupyZX [본문으로]
  3. 돌발영상 위키백과 http://goo.gl/5zNNgE [본문으로]
  4. "나는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 안해"프레시안 2008년 9월 4일 http://goo.gl/faAScn [본문으로]
  5. 정치권 불륜공방?…전여옥씨 발언 논란 동아일보 2004년 3월 23일 http://goo.gl/iQoNVQ [본문으로]
  6. ‘돌발영상-멜라민’ 편, 웃어? 울어? 미디어스 2008년 9월 30일 http://goo.gl/NmzG5A [본문으로]
  7. YTN 돌발영상이 부른 엠바고 논란 미디어오늘 2008년 3월 12일 http://goo.gl/j5dTgI [본문으로]
  8. YTN노조 http://goo.gl/0xvW6h [본문으로]
  9. YTN http://goo.gl/vfUHEt [본문으로]
  10. YTN http://goo.gl/s8BXOH [본문으로]
  11. 한심한 청와대...기초 조사나 해봤는가? YTN노조 2014년 6월 9일 http://goo.gl/gs07rE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