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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원래 '한글'에는 띄어쓰기가 없었다



오늘은 제568돌 한글날입니다. 1991년 법정 공휴일에서 빠졌던 한글날은 2013년부터 공휴일로 다시 지정됐습니다. 우리가 쓰는 한글, 그러나 한글과 관련하여 흔히 오해하기 쉬운 일들이 있어,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며 정리해봤습니다.

가장 먼저 한글날에도 태극기를 달아야 하나요?
예, 한글날에도 태극기를 달아야 합니다.

태극기 게양 등을 법률로 정한 '대한민국국기법' 제8조 국기의 게양일 등을 보면 국기를 게양하는 날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2조 국경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3·1절 3월 1일
2. 제헌절 7월 17일
3. 광복절 8월 15일
4. 개천절 10월 3일
5. 한글날 10월 9일

3.1절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은 국경일로 태극기를 달아야 합니다. 이외 각종 기념일에도 국기를 달아야 하는데, 현충일과 국군의 날이 포함됩니다.


한글날 빠지지 않는 얘기가 한글을 세종대왕이 혼자 만들었는지, 아니면 집현전 학사와 함께 만들었는지에 대한 논란입니다. 정답은 '세종대왕 단독 창제설'이 맞습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혼자 만들었고, 집현전 학사들과 만든 것은 한글이 아닌 해설집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세종실록에 보면 '1443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스물여덞 자를 친히 창제하여, 간략하게 예와 뜻을 적은 것을 들어 보여주시며, 그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하셨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문자를 만든다는 사실을 양반이 집권하는 조선시대에 대놓고 알릴 수 없었기에 세종대왕은 혼자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집현전 학사들과 2년 9개월 동안 검증한 후 1446년 9월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해설집을 발행한 것입니다.


10월 9일 한글날은 한글을 만든 날일까요? 아닙니다. 한글날은 한글을 창제한 날이 아니라 '훈민정문 해례본'을 통해 정식적으로 한글을 반포한 날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음력 9월 상순에 출판됐는데, 음력 9월 10일로 선정하고 그것을 양력으로 바꾼 10월 9일을 한글날로 지정하여 기념한 날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단독 창제했지만, 실제로 백성에게 널리 반포한 훈민정음 해례본 출판일이 공식적인 국가 기념일로 된 것입니다.


아이들이 처음 한글을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맞춤법과 띄어쓰기입니다. 처음 한글이 반포되었을 때는 지금과 같은 띄어쓰기는 없었습니다. 쉼표와 같은 가운데 고리점이나 마침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오른쪽 고리점만 있었습니다. 


현대의 띄어쓰기는 1877년 존 로스의 'Corean Primer'라는 조선어 교재에서 단어를 영어와 비교하며 띄어쓰기를 적용한 사례가 시작입니다.

조선인의 한글 띄어쓰기는 1896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신문이었던 '독립신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한글의 띄어쓰기가 늦었던 이유는 중국어와 일본의 표기 관습이나 종이를 절약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각주:1]


훈민정음이 반포되자, 수많은 양반이 상소문을 올리며 반대를 했습니다. 이들의 훈민정음 반대 상소에 대해 세종대왕은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글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양반들은 훈민정음이 사대주의에 어긋난다고 했는데, 세종대왕은 '중국의 것 중 따를 것은 따르되, 지킬 것은 지켜야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영어가 필요하지만, 우리의 한글을 가르치지도 않고 무조건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논란에 대한 답변도 되리라 봅니다.

훈민정음이 학문의 정진에 방해된다는 양반의 논리에 세종대왕은 '한글은 학문을 위해서가 아닌 백성을 위해 만든 것'이라며, 백성 우선주의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법에 대해 무지한 백성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기 원했던 세종대왕의 논리에 양반들은 관리가 공평하지 못한 탓이라고 반박했고, 이에 대해 세종은 한글을 통해 억울한 죄인을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반과 세종대왕의 논쟁 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는 어려운 법률용어의 문제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태'라는 말을 그냥 들으면 12.12사태와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실제 법전에 나온 '사태'는 죽은 태아를 뜻합니다. '임부'는 임산부,'과소지급'은 적게 지급됐다는 의미입니다.

2006년 어려운 법률용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법조문은 한자와 일본식 단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하면서 한글을 통해 백성을 구제하려 했던 목적을 이해한다면 법조문이 지금보다 더 쉽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대로된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책 보따리를 들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의를 해서 '주보따리'라는 별명이 있는 주시경 선생은 나라를 잃었는데 언어까지 잃게 되면 한민족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독립을 쟁취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종대왕이 쉽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듯이, 아이엠피터도 글을 쓸 때마다 되도록 쉽게 쓰고 있습니다. 말과 글은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을 표현하는 도구인 동시에 무게감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엠피터도 글을 쓸 때마다 쓴 글에 대한 무게감을 몸으로 느끼며, 최소한 말과 행동을 일치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각주:2]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진다'는 주시경 선생의 말을 '막말'하는 정치인들이 꼭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1. 일부 언론들이 1990년대까지 세로쓰기를 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본문으로]
  2. 그래도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살아간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