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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골든타임을 기대할 수 없는 부산지하철



부산지하철에 관련한 글을 발행하자 ([시사] - 부산지하철, 선로 위의 세월호가 될 것인가? ) 설마 세월호 참사처럼 부산지하철이 위험하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지하철의 위험성은 그 누구보다 부산지하철을 운행하고 유지,보수하는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산지하철이 위험하다고 자꾸 목소리를 높입니다.

부산지하철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왜 부산지하철이 위험하다고 외치는지,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골든타임을 불가능케 하는 1인 승무원 제도'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배웠습니다. 지하철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과연 골든타임을 통해 초동대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부산지하철은 1인 승무제도입니다. 기관사 혼자서 전동차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하철에 사고가 날 경우 기관사는 관제센터에 무선으로 보고하고 승객 안내방송도 하고 고장 처치까지 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무전상태가 안 좋은 통신장비를 가진 1호선에서 사고가 나면 관제센터와 연결하느라 장시간 대화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혼잡한 승객 대피와 통제는 불가능합니다. (이미 부산지하철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은 열차 내 대기 방송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밖으로 대피했다)

화재가 나면 10분 이내 유독가스가 발생하는데, 기관사 혼자서 보고하고, 안내 방송하고 진화까지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2014년 5월 28일 오전 매봉역을 출발 도곡역으로 향하는 서울지하철 3호선 전동차에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70대가 시너 5통을 뿌려 불을 붙인 사건이 났습니다.

당시 전동차에는 역무원 권순중 대리가 타고 있었습니다. 권 대리는 불이야 하는 소리를 듣고 소화기로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전동차 기관사 함기선씨는 관제실에 화재 사실을 알리고 전동차를 도곡역까지 진입 시킨 뒤 역무원 직원들과 화재 진압에 나섰습니다.

이 사건을 일으켜 천운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전동차에 권 대리가 타고 있음으로 초동 대처가 잘 이루어졌고, 신속하게 역사에 진입하여 역무원들과 함께 사고를 수습했기 때문입니다.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는 시대에 터널 내 화재가 나면 부산지하철의 1인 승무제도로는 절대 이런 사고를 초기에 수습할 수 없습니다.

<부산지하철역 화재 발생>

부산지하철역 화재 상황
오늘(7월17일)  오후 5시40분쯤 부산지하철 1호선 시청역 진입하던 전동차 5번째 칸 에어컨에서 화재 발생
- 승객 300여 명이 긴급 대피
- 승객 4명 경상…탈출 과정에서 타박상 입은 듯
- 화재 발생 직후 소방차 10여대 출동, 현재 불은 모두 꺼진 상태입니다.
- 지하철 양 방향 통행이 약 40분 가량 전면 중단
- 지금은 모두 정상 운행 (18시55분 현재)

' 돈이 없으니 아예 정비 주기를 늘린 부산지하철'


부산지하철 전동차의 83%는 20년이 넘은 전동차입니다. 노후화된 전동차이기 때문에 잔고장이 많은데도 부산지하철은 정비에 더 신경을 쏟는 것이 아니라 축소해버렸습니다.


부산교통공사는 2일에 1회로 되어 있는 일상검수 주기를 3일에 한 번씩으로 늘렸습니다. 일상검수 주기가 연장되면 고장 징후 등을 사전에 알지 못하게 됩니다.

전동차의 정비 검사를 해야 하는 조당 인원은 16명에서 14명으로 오히려 감축됐습니다. 16명이 하던 일을 14명이 하게 된다면 그만큼 정비 불량이 나올 확률이 높게 됩니다.

 

▲노포 차량기지에서 정비를 기다리고 있는 전동차


20년이 넘어 노후화된 부산전동차는 부품이 생산되지 않아 정비를 담당하는 직영 정비사들이 스스로 부품을 만들면서 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10년 이상이 되고 그 부품에 대한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버텨왔습니다.

부산교통공사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중정비를 외주 용역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비정규직과 외주용역은 낮은 인건비로 이직이 잦아, 기술력이 낮거나 부품에 대한 이해력이 없어 제대로 정비를 하지 못합니다.

전동차도 교체하지 않고, 정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철에 고장이 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은 안일하면서 너무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 철피아가 지배하는 나라'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는 노후화된 전동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이라는 이상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부산교통공사가 2012년~2017년까지 1호선 전동차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돈이 655억2천9백만 원입니다. 이 돈 대부분은 외주용역업체의 큰 수익으로 돌아갑니다.

부산교통공사의 전동차 리모델링 사업을 맡은 곳 중 '우진산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무려 80억이 넘게 납품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진산전에는 부산전동차 리모델링 계획을 세운 핵심담당자가 퇴직 후 재취업한 곳입니다. 왜 노후차 폐차가 아닌 리모델링으로 바뀌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부산지하철 4호선은 개통 당시부터 운행 장애가 예견됐었습니다. 2011년 개통한 이래 열차 운행 중단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지하철 4호선의 문제점은 무인지하철이라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험은 14개 역 중 8개 역이 지하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상 경전철에 문제가 발생하면 승객들이 대피하기가 그나마 낫지만, 지하의 경우 암흑과 유독 가스 등의 위험 때문에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4호선의 안전 운행을 위해 운행이 가능한 승무원을 역사에 대기시켰다가 조치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들 승무원은 모두 비정규직이며 과거 그냥 대충 교육 몇 시간 받으면 면허증을 주던 시기의 퇴직자들입니다.

한마디로 장롱 면허 소유자들의 알바생을 잔뜩 고용해서 지하철의 안전을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부산지하철 승무원,정비,역무원 등이 부산지하철의 문제점을 토로하고 있다.


부산지하철을 운행하는 이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지하에 잠재된 세월호가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들도 승객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 운행을 하고 싶지만, 대한민국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해경을 해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만약 지하철 사고가 나면 지하철을 모두 운행 정지하려고 합니까?

이미 골든타임을 지킬 수 없게 되어 있는 나라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운운하는 자체가 멍청한 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