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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방한 중인 교황이 왜 불편한지 이해 못 하는 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8월 14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행사와 청와대 환영식, 한국천주교 주교단을 만났습니다. 이어 8월 15일에는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16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미사를 주례할 예정입니다.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로 그가 방한하여 보여주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 그의 마음이 왜 불편한지 성경 속 이야기와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 예수님은 성전에 들어가 장사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시며 '내 성전은 기도하는 집이다.'라고 성경에 쓰여 있는데, 너희는 이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하고 말씀하셨다.' (현대인의 성경, 누가복음 19장 45절~46절)

성경 속 예수님이 화를 내신 적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크게 화를 내신 적이 있는데, 그때가 바로 성전 앞에서 폭리를 취하는 장사치를 손수 채찍으로 내치실 때입니다.

예수님은 경제적 활동 자체를 싫어했던 분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돈을 벌거나 약한 자에게 폭리를 취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했습니다.[각주:1]


교황이 방한하는 8월 14일, 중앙일보는 경제면에 <돈이 도네요.. 고마워요, 프란치스코>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교황 방한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련된 기사입니다.

교황이 움직이면 경제적인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교황이 자신이 움직여 경제가 돌아가는 행위 자체를 달가워할까요?

물론 그 경제 효과의 수혜자가 가난하고 부족한 이들이라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교황 방한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는 대부분 대기업과 재벌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십계명에 나오는 살인하지 말라는 얘기를 현대에 맞게 고치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마라'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늙고 집 없는 사람이 노숙하다가 죽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주가지수가 2% 떨어진 것은 뉴스가 된다'고도 했습니다.

교황은 경제 활동이 문제가 아니라,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경제 논리, 자본 논리에 밀려 고통받고 억압받는 행위에 대해 말을 하는 것입니다.

교황이 방한했으니 경제 효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굳이 '고마워요, 프란치스코'라는 제목까지 써야만 했을까요?. 박근혜 정부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환경파괴와 자본 논리를 과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뜻 좋아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때 예수님의 곁에 섰던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서 그의 귀를 잘라 버렸다. 그래서 예수님이 그에게 말씀하셨다.'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다 칼로 망한다.'(현대인의 성경, 마태복음 26장 51절~52절)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위해 청와대에서 국군 의장대와 조선시대 복장을 한 군인들의 사열식을 보여줬습니다.


SBS 윤창현 기자는 '취재파일' 관련 기사에서 청와대 대정원에서 군 의장대 사열식을 받는 교황의 표정이 어두웠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교황을 극진히 영접하기 위해 국빈에게 하는 군 의장대 사열식을 보여줄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굳이 고령의 교황을 배려한다고 연단에 세워 놓고 총칼을 든 의장대 사열식까지 해야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의 폭력과 만행으로 고통을 겪은 국민들을 목격했던 사제입니다. 그는 아르헨티나 군사정권 시절의 '더러운 전쟁'[각주:2]에 침묵을 겪었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베르골리오 신부로 불리던 시기, 자신의 신부복을 입혀 수배 중인 젊은이들을 외국으로 탈출하는 등 '베르골리오 리스트'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군사정권에 맞섰던 신부를 감싸주거나[각주:3]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가 군사독재 시절에 자행한 죄에 대해 공개적으로 참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펼쳤습니다.

군사 정권의 폭력과 총칼의 야만성을 겪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줬던 군 의장대 사열이 그리 유쾌하거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사람들이 사람들이 손을 얹어 축복해달라고 어린아이들을 예수님께 데려왔으나 제자들이 그 사람들을 꾸짖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어린 아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아라, 하늘나라는 이런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하고 말씀하셨다' (현대인의 성경, 마태복음 19장 14절~15절)

예수님을 보러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왔으나 제자들이 그것을 막았습니다. 가뜩이나 사람도 많고 귀찮은데 아이까지라는 생각과 또한 저들이 무엇을 알겠느냐는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누구라도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격식이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은 빈자의 상징을 의미하며, 역대 교황 그 누구도 사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생일상을 노숙자에게 나눠주거나 방탄차 대신 오픈카를 다니며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다닙니다.

그는 거리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소년원을 찾아가 무슬림의 발을 씻기고 입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하는 광화문 광장의 시복미사가 8월 16일로 예정되자, 많은 자칭 보수 언론과 단체들은 세월호 유가족 농성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가톨릭 측에서 과도한 철거는 없다고 해서 현재 철거후 재설치를 약속받고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유가족 농성 천막이 철거됐습니다.[각주:4]

방탄차를 타지 않는 교황을 위해 광화문 일대에 1.4km 방호벽이 설치됐습니다. 그리고 물대포와 경찰 병력 수 천명 등이 삼엄하게 광화문 광장을 경호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했던 예수님,
방탄차를 타지 않고 사람들과 만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

안전과 경호상의 이유로 그를 세월호 유가족 농성 천막을 철거하고 방호벽을 쌓은 이들이 과연 그들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사람들아. 다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 내 멍에를 메고 내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 영혼이 쉼을 얻을 것이다.' (현대인의 성경 마태복음 11장 28절~29절)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워 고통받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와서 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를 통해 영혼이 쉼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8월 14일서울공항에 입국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접 나온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자, '희생자들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다. 마음이 아프다'며 위로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교황이 방한하자, 그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립니다. 아이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그동안 몸과 마음이 고통받고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교황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자 했고, 그래서 그를 볼 때마다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교황을 만나면서 울자, 일부 언론사 댓글에는 <카톨릭 신자 맞나요? 왜 교황 손 잡고 징징거리는거죠? 혹시 김정은이 만나면 손잡고도 징징거릴라나?? 고만 징징거리세요..보는 사람 짜증나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교황을 만나서 눈물을 흘리는데 왜 김정은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교황은 마음이 무겁고 고통받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입니다. 그의 사명은 그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일이기에 사람들이 그를 만나면 울고 교황은 그들을 위로해줍니다.


예수님이 만나는 사람은 거지,가난한이,소외받는 이, 과부,고아,창녀 등 사회에서 버림받고 돌보지 않는 이들이었습니다. 교황도 마찬가지로 낮은 위치에 있는 이들을 만나야 하는 사명이 있기에, 그들을 만나고 위로합니다.

고통받고 상처받은 이들이 교황을 만나 울지 말라는 댓글은 교황보고 교황의 사명을 저버리라는 뜻과도 같습니다.

자국의 대통령은 물론이고 권력자 그 누구도 만나지 않으려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나 위로해준 것은 유민이 아빠가 가진 그 짐의 무게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의 가슴에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이 달린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자국의 대통령은 노란리본을 달지 않고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을 가슴에 달았다는 사실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교황의 노란리본과 박근혜 대통령의 브로치를 비교하는 이유도 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하지 않느냐는 반문일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왔다고 법이 바뀌고 정책이나 대통령의 행동이 바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교황이 보여준 진심이 그녀에게도 통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입니다. 

낮은 자를 향해 손을 내밀고, 그들을 위로해주고 지켜주겠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심이 대한민국의 국민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더 울어야 합니다.'[각주:5]


  1. 유대인은 유월절에 성전에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성전 앞에서 로마의 화폐를(시저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 이스라엘 화폐로 환전해주는 장사치와 흠이 없는 제물(비둘기와 양.소)을 파는 장사치를 이용해야만 했다. 문제는 이들이 제사장들과 결탁하여 폭리를 취해, 가난한 이들이 하나님께 제사 지내기가 어려웠었다. [본문으로]
  2. 아르헨티나는 군사정권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납치,구금,고문,테러,정보조작을 자행하여 민주화 인사와 반군부 세력, 정치인,사회주의자 등 민간인 수만 명을 살해하는 '더러운 전쟁'을 벌였다. [본문으로]
  3. 주교였던 헤로니모 포테스타는 군사정권에 반대하다 성직을 정지당했다. 그때 유일하게 화해하고, 그의 가족에 대한 바티칸 공격을 옹호해준 사람이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본문으로]
  4. 일부 천막은 남아있음 [본문으로]
  5. 200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화재로 175명이 사망한 1주기 추모미사에서 베르골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이 했던 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