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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2명 정원 여객선에 162명이 타고 다니는 나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해경 해체','안행부 축소','해수부 업무 국가안전처 이관' 등의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을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런 폭탄발언과 같은 정부조직이 과연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을 막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정부조직 개편안은 현실 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엉터리 정부조직 개편안 중에서 '선박 관련' 문제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첫 번째 원인은 바로 '배'에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배의 문제점이 '해운조합' 등의 민관유착과 정부의 감독 소홀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해수부의 VTS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이관하고, 공무원의 재취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알고 있지만, 대응책이 너무 허술합니다.

' 12명 정원 여객선이 162명으로 바뀌는 나라'

박 대통령의 대응책이 현실 감각이 얼마나 없는지는 현재 대한민국의 선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여객선 중에는 배가 건조될 당시의 여객선 승객 정원과 현재 승객 정원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여객선이 있을 정도로 선박의 구조 변경이 제멋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 여객 정원 200명으로 건조되어 여수~돌산을 오가는 '여수거북선'은 의자를 늘리는 수법으로 정원을 300명으로 늘렸다가, 다시 494명으로 두 차례 늘렸지만, '선박안전기술공단'의 복원성 검사를 통과했습니다.

'남해엔젤', '아시아슬로우시티 1호' 등도 각각 303명에서 356명으로 200명에서 308명으로 정원이 늘어났습니다. 10~20 %정도 늘어난 여객 정원이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노화카페리2호'와 '신안페리' 등은 12명 정원의 여객선이 무려 72명과 162명으로 각각 늘어났습니다. 이것은 마치 승용차를 개조해서 대형 버스로 만든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여객선의 승객 정원 증가가 단순히 선사와 '선박기술공사'만의 담합이나 밀착만의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서해훼리호는 위도가 낚시 명소로 인기를 끌자 주말에만 몇백 명 씩 찾아오면서 승객을 계속 초과 승선시켰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아시아 슬로시티호의 경우 청산이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정원을 200명에서 303명으로 늘렸습니다. 청산고속카훼리 2호와 평화페리 9호도 관광철만 되면, 여객정원을 증원하고 1일 운항횟수도 5항차에서 10항차로 늘렸습니다.


지자체는 배의 상태도 모르고 지역 축제를 위해 무조건 관광객을 끌어들이려고 승객 증원과 배편 증회를 요구했습니다.

지역항만청은 이런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선박의 상태나 여객선사의 관리와 재정 여건도 모르고 그저 여객선 승객 정원을 늘려줬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느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박 운행에 연관성이 있거나 관여하는 조직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저 위에서 지시하고 요구하면 그대로 따라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 국가안전처 신설되면 괜찮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해운조합과 공무원의 밀착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단순히 조직을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대한민국 여객운송사업체들의 영세성을 해양 관련 정부조직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허가를 내주고, 관리 감독하는 기관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므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해운에 관련된 모든 조직에는 이미 법에 따라 개별적으로 대부분 안전관리 항목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널리 알려진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선박 검사와 허가, 선박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조직입니다. '해운조합'은 터미널 관리(화물)와 운항관리자를 통해 여객선 안전관리(제22조)를 하고 있습니다.

해운항망청도 해수부 소속으로 항로와 선박의 운행 안전을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벌써 3~4개 조직이 모두 선박의 '안전관리'를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전처'가 신설된다고 안전이 확보될 수 있을까요?

만약 제대로 안전을 감독하려면 '국가안전처' 직원이 해수부, 해운조합,선박안전기술공단,항만청에 파견 나가 그동안 이들 조직이 했던 안전 업무를 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간인을 대거 5급 공무원에 채용하여 비리,관행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합니다. 좋은 발상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지원을 할까요?

가장 먼저 전문가들은 적은 급여 때문이라도 공무원 채용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어떤 사명감을 갖고 지원을 하더라도 속칭 외부 전문가에 대한 공무원 조직의 배타성과 차별, 승진 제한 불이익 등은 전문가에게 일을 포기하도록 만듭니다.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많은 관심을 받겠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모든 부처에서 일거리만 안겨주는 귀찮은 존재로 전락할 것은 뻔합니다.

'청와대'에서 내려오는 지시만큼은 어떻게든 명령을 듣겠지만, 같은 등급의 조직에서 안전 관리를 하겠다고 기존 조직에 협조를 구하면 거의 백프로 부처 간 충돌 내지는 알력 다툼이 생길 것입니다.

' 이런 배 믿고 타야 하나요?'

아이엠피터 가족은 두 달에 한 번씩은 제주에서 육지가는 배를 탑니다. 아이들이 있고 처가에 가려면 차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육지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고 갈만한 배를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오하마나호'는 '청해진 해운' 소속이라 탈 수 없고, 목포, 녹동에서 제주를 오고 가는 배는 선령이 너무 오래되어 불안했습니다.


그나마 선령이 최신이라고 하는 장흥-제주 오렌지호를 타려고 했지만, 이 배도 알고 보니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고 있습니다.


오렌지1호의 상태를 알기 위해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을 검색했지만,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검색해서 찾아봤더니 오렌지1호의 국내 도입 전 선박의 승객 정원은 620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오렌지1호는 2012년 2월 정원을 560명에서 720명으로 늘렸고, 한 달 뒤에 825명으로 또다시 늘었습니다. 원래 620명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무려 200명 이상의 승객 정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선박을 건조할 때는 최대 승객과 화물 승선을 하면서 최고의 속도와 안전을 유지하도록 설계합니다. 그런데 이런 설계와 건조를 무시하고 승객 정원이 1~2백 명씩 늘어난 배를 과연 믿고 탈 수가 있을까요?



요셉이와 에스더는 배를 타고 육지에 가는 여행을 너무 즐거워합니다. 배에서 군것질하며 보는 멋진 바다 풍광은 지루한 여행을 즐거운 놀이 시간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이 아이들을 데리고 차마 배를 탈 수가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한 달이 넘었지만, 선박 안전에 대한 정보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찾을 수가 없도록 꼭꼭 숨겨놨기 때문입니다.

헌법 제34조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배를 타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을 믿고 이제 배를 타고 다녀도 됩니까?

대통령의 담화문으로는 절대 우리 가족의 안전을 믿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