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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세월호 성금모금을 사기치고 강요하는 나라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4월 30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세월호 성금모금을 중지해달라고 했습니다. 대책위는 성금모금은 유가족의 의사와 무관하다며 지금 각계에서 벌어지는 성금 모금을 당장 중지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온 국민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도와주겠다는데, 왜 유가족들은 세월호 성금 모금을 중지해달라고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세월호 성금 모금으로 사기 치는 사람들'

현재 많은 단체에서 세월호 성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1천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할 경우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절차에 따라 수백 개 단체에서 적게는 1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성금을 모금하겠다고 신고했습니다.

정부에 등록하고 성금을 모금하는 곳은 그나마 낫습니다. 그러나 일부 유령 단체나 개인이 성금을 모금하는 경우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습니다.


네이버 등에 나온 세월호 성금 모금 게시글입니다. '장흥청소년자원봉사센터'라는 곳에서 세월호 성금을 하겠다며 계좌번호까지 올렸습니다.

뉴스1에 따르면 이 단체는 장흥군조차 모르는 단체이며, 지모씨라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장흥군은 이와 관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합니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장흥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만들어 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성금을 모금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게시글 이외에도 SNS와 카톡, 게시판 등에서 세월호 성금을 모금하고 있는데, 과연 그 돈이 제대로 유가족에 전달될지는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모릅니다.

' 학생이 죽었는데도 여전히 강제하는 학교'

세월호 사고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이유는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이 아직도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죽음에 학교 시스템의 문제, 잘못된 교육 방침이 있었음이 드러나는 상황인데도 학교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경북교육청은 세월호 성금 모금을 하겠다며 일선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전 기관 교직원 및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라고 명시해놓고, 마지막에는 교육감 권한대행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로 마무리합니다.

알다시피 대한민국 조직 사회에서 '자발적인 참여'는 없습니다. 여기에 '적극 협조'라는 말이 붙으면, 무조건 강제라고 봐야 마땅합니다.

경북도교육청은 '자발적인 참여'라고 해놓고는 지역 내 학교별 참여 인원수와 모금액수를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자발적인 참여라고 했으면 그냥 모금함에 만들어 놓고 금액만 보내면 됐습니다. 그러나 인원수를 파악하려면 말 그대로 '너 얼마 냈어?'하고 반장이나 교사가 명단까지 적어야 합니다.

'자율적'이라고 강조했다고 변명하지만 '적극 협조'가 우리 사회에서 강제적임을 모른다는 그 자체가 이미 세월호 사고 배경의 한 부분인 조직사회 문제점입니다.

' 대한민국 성금 모금의 함정'

현재 참혹한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자기보다 남을 더 챙겼던 사람들에 대한 '의사자' 선정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그들은 '의사자'라고 인정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죽음 앞에서 자신들의 생명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의사자'로 선정됐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천안함 사고 당시 실종자 수색 지원에 나섰다가 숨진 금양호 선원의 가족들은 의사자 지정에 따른 보상금을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금양호 선원 가족들이 의사자 지정 보상금을 받지 못한 이유는 법원이 "유족들은 천안함 국민성금 중에서 희생자 1인당 2억5000만원의 보상금을 받음으로써 의사상자에 준하는 예우 및 보상을 이미 받았다" 는 판결 때문입니다.

의사자라고 인정해야 하는 이유는 정의로운 일에 대한 국가의 보상과 명예를 부여받음으로 우리 사회에 의로운 일이 더 많아지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금액을 산술적으로 따지는 것은 그 취지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런 법원의 판결 사례가 있는 상황에서 모금과 의사자 청원은 모순점이 있고, 이 부분을 정부가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 세월호 유가족에 쏟아지는 보상금 조롱'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성금 모금을 중지해달라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사회 일부에서 제기되는 보상금 조롱 때문입니다.

세월호 관련 사고 유가족 사진에는 항상 '보상금' 관련 댓글이 달립니다.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가 아들을 위해 음식물을 바다에 뿌리는 사진 밑에 달린 ' 어머니, 보상금 3억이면 본전 이상입니다.'라는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3억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3억 주면 아들을 돌려주겠다고 한다면 아마 엄마는 전 재산을 팔고, 자신을 다 바쳐셔라도 그 돈을 마련할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과 슬픔만으로 고통스러운데, 주위에서 이런 돈 얘기가 나오면 당혹스러우면서 너무 힘듭니다.

유가족들은 성금을 모으더라도 한 라인으로 투명하게 모이고, 나중에 '장학금'으로 기탁하길 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이엠피터는 세월호 성금 모금이 지금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정치] - 세월호 '성금모금'보다 썩어빠진 '정부'를 수사하라 강조했습니다.

유가족의 말대로 세월호 사고는 '생활재난이나 자연재해'가 아닌 한국 사회 문제점으로 발생한 '예견된 재앙'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엄마는 매년 4월 16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생일날에 미역국을 끓여 놓고 또다시 통곡할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그들이 마음껏 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함께, 이런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도록 이 사회를 우리 스스로 바꾸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