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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시계' 선거법 위반? 짝퉁까지 등장



청와대는 지난 1월 17일 새누리당 의원 전원에게 일명 '박근혜 시계'라고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 친필 서명이 들어간 시계를 선물했습니다.

이번에 청와대가 돌린 '박근혜 시계'는  새누리당 의원 1인당 벽걸이 시계 1개와 손목시계 10개로, 과거 1인당 1세트만(남성,여성용 2개) 선물했던 점에 비해 무려 5배나 많은 수량이었습니다.
 
설날을 앞두고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 시계'를 새누리당 의원 전원에게 많은 수량의 시계를 선물했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박근혜 시계'

박근혜 시계는 굉장히 찾기 힘든 시계였습니다.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에 비해 '반신반인'의 후손이라 불리며 숭배적인 요소가 많아 수요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박근혜 시계를 구해달라는 지인, 지역주민의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역주민의 요청으로 하나라도 더 받고 싶어 애걸복걸 하거나, 공장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절대 불가를 외쳤습니다.



박근혜 시계를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시계가 없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2013년 6월까지는 기념품 등을 많이 제작하지 않았던 희소성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대통령 비서실 업무 추진비 집행 내역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보다 훨씬 적은 경조사 기념품비를 지출했습니다.

2013년 6월까지 대통령 시계를 제작하지 않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에 야당 의원은 제외하고 새누리당 의원에게만 겨우 1세트씩 선물했습니다.


검소함을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2014년 설날을 앞두고 박근혜 시계를 대량으로 선물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지역구 등에 '선물용'으로 활용하라는 차원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준 박근혜 시계는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지역 단체장, 선거 조직원, 각종 모임 대표 등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설에는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대거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구에 선물하라고 대통령이 시계를 10개씩 줬다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가 금지된 정치인(국회의원,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시도의회 의원, 정당 대표자,공직선거 출마예정자와 배우자)이 설 인사를 명목으로 유권자에게 소액의 선물세트를 제공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받은 사람도 최대 50배 이하 과태료 부과

비록 대통령이 직접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에게 주고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원과 각종 모임의 대표에게 줬다면 이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됩니다.

추후, 박근혜 시계가 과연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해봐야 하고, 만약 선거운동에 활용됐다면, 관련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혹시 박근혜 시계를 일반인이 받았다면 나중에 최소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관위가 원칙을 지킬 경우에만)


' 대통령 시계의 원조는 박정희'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대통령 시계를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이런 대통령 시계의 원조는 박정희였습니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새마을지도자와 향군유공자 등 관변 조직 단체장들과 유공자 등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했습니다.

당시 경제 상황에서는 손목시계 자체도 귀한 시대였기에, 이런 대통령의 시계는 시계 자체만으로 엄청난 선물이 됐습니다.


시계만으로도 대단한 선물이었는데, 그 시계가 대통령이 하사한 선물이었기에 그 가치와 영향력은 엄청났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 표창과 선물을 받았던 사람이 마을로 돌아오면 마치 조선시대 임금님 하사품을 받은 백성들처럼 동네잔치가 벌어졌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가보처럼 모시기도 했습니다.

박정희는 대통령 선물과 훈장을 수여하는 방식을 통해 각 마을마다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열혈 충성자를 만들기도 했으며, 마을 단위로 충성 경쟁을 벌이는 북한식 통치방식을 독재 정권 유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 박근혜 시계, 짝퉁은 없다?'

박정희가 시작한 대통령 시계는 역대 대통령들도 계속 활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추석 선물이나 설날 선물은 식품 종류이기 때문에 한 번 받고 나면 끝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친필 서명이 들어간 대통령 시계는 계속해서 차고 다니면서 남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시계는 지지율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지지율이 높을 때는 대통령 시계가 권력의 상징이었지만, 지지율이 낮을 때는 창피해서 차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지율이 높을 당시에는 대통령 시계 모조품이 나돌기도 했는데, 2009년에는 서울 청계천 노점 일대 상인들이 청계천에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명박 대통령 서명이 새겨진 짝퉁 대통령 시계 1,300여개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시계를 선물해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2013년 8월부터 국가유공자 선물용으로 처음 제작, 선물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 시계가 과시용으로 남발될 것을 우려해, 제작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모조품은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청와대의 주장과 다르게 아이엠피터는 박근혜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 짝퉁 시계를 찾아냈습니다.

시계 제작 업체가 올린 박근혜 시계는 진품 시계가 메탈인 데 반해, 가죽시계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은색으로 되어 있는 원형 테두리가 짝퉁은 검은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부 짝퉁 시계는 은색도 있음) 박근혜 시계가 숫자 없이 큐빅으로 처리됐지만, 박근혜 짝퉁 시계는 숫자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짝퉁 시계를 판매하는 사람이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 시계 견본을 2013년 4월에 올려놓았던 점에 비추어, 박근혜 시계의 모조품은 이미 진품 시계가 나오기도 전에 시장에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두환을 전땅크로 칭송하는 일베에서 전두환 대통령 시계를 인증하며 올린 사진. 출처:일간베스트


대통령 시계를 제작, 선물하는 일이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박정희가 대통령 시계를 가지고 국민의 경쟁심을 부추기고 충성심을 유발했던 통치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었습니다.

청와대는 박근혜 시계가 과시용으로 남발될 것을 우려해서 제작하지 않다가 엄격한 배포과정을 통해 본연의 목적인 '선물'로만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선물'로 활용하겠다던 박근혜 정권은 지방선거를 앞둔 설날 선물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10개씩 무더기로 선물했습니다. 이것은 '선물'이 아닌 '선거용 뇌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선거 관련해서 말 한마디 했다가 대통령 탄핵까지 당했던 사람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계 1705개 (새누리당 의원 155명 X11개, 당협위원장 등을 포함하면 2천개가 넘음)를 선물한 대통령, 누가 진짜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시계 하나 가지고 통치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은 아버지나 딸이나 똑같으며,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벌써부터 개입하고 있어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