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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한국일보가 미스코리아 대회를 포기 못 하는 이유


 

지난 6월 4일 한국일보 주최 '2013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습니다.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 한국일보 기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의 사주를 구속하라는 시위를 했습니다.

자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왜 자사 기자들은 시위를 벌였을까요? 이유는 한국일보 사주인 장재구 회장 때문입니다. 장재구 회장은 한국일보 경영을 파탄내고 200억원 가치의 회사 자산을 개인 및 변제에 쓴 혐의로 지난 4월 29일 특정경제범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한국일보가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고 있으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주범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석했으니 분노가 치밀었을 것입니다.

요새 지상파에서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중계 방송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논란 때문입니다. 사실 미스코리아 대회는 매년 잡음만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과 참가자의 금품거래가 적발되기도 했으며, 참가자들은 고가의 시술이나 화장품 등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한국일보가 미스코리아 대회를 주최하면서 소요하는 비용은 12억원입니다. 지상파 방송 중계를 하지 않으니 별다른 수입도 없는데도 왜 한국일보는 계속해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주최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주 장재구 회장이 아끼는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 축하행사에 참석한 미스코리아들과 장재구 한국일보미디어그룹 회장. 출처:http://goo.gl/GnN77(블로거 덕수궁 돌담길)


장재구 회장은 유독 미스코리아 대회를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대체 언론사 사주가 왜 미스코리아 대회에 관심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장재구 회장은 기자들이 별도로 미스코리아 대회 회사를 차려 행사를 진행하라 외쳐도 묵묵부답입니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한국의 미를 알리는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미스코리아 대회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언론사 사주가 택할 입장은 아닙니다. 한국일보는 2008년 약 59억원, 2009년에는 약 100억원, 2010년에는 약 10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기자들의 야근비와 취재비, 출장비조차 밀려서 경영 개선방안이 시급했던 언론사입니다.

경영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다 수포로 들어간 회사의 사주가 또다시 12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미스코리아 대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 언론사 사주가 언론사 최대의 적'

언론을 망치는 가장 큰 주범은 누구일까요? 바로 언론사 사주입니다. 원래 저널리즘의 최우선 목표는 권력의 견제입니다. 그러나 언론사 대부분은 언론사 사주를 비판하지 못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내보내는 일이 다반사로 열립니다.

정치권력조차 비판하는 기자들이 왜 언론사 사주를 비판하지 못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주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해직당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사의 편집국장은 대부분 사주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사람으로 임명되는 상황에서 기자가 사주를 비판한 기사는 절대로 데스크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언론사 사주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언론사의 주식이 대부분 언론사 사주 일가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주주가 합쳐서 언론사가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 사주와 아들, 그 형제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니, 대표이사로 임명되고, 기자들을 마구잡이로 해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주가 언론사를 좌지우지하고, 기자들의 목숨줄을 잡고 있으니 기자들은 알아서 사주를 위해 충성을 다합니다.

▲홍석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중앙일보 기자들의 과잉 충성이 빚어졌다. 출처:CBS 노컷뉴스.


언론사 사주가 비리로 수사를 받으러 가자, 기자들이 나서서 '회장님! 힘내세요'를 외치기도 하고, 다른 기자들이 사주를 촬영하자 '인간 바리케이트'로 변신하여 그들을 막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사주의 비리 관련 기사는 언제나 단신으로 처리하기도 하고, 아예 기사를 내보내지도 않았습니다.

권력 비판이 저널리즘의 목표이자 추구하는 방향이지만, 언론사 사주에게는 항상 예외인 모습을 보면 언론사 최대의 적은 언론사 사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받아쓰기는 늘어나도 정권 비판 프로그램은 사라져 가는 언론'

매번 느끼지만, 하나의 사안에 관한 언론사들의 기사는 비슷비슷합니다. 그 이유는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도자료를 베끼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중앙 언론사들은 보도자료를 조금이나마 각색(?)하기도 하고 취재도 하지만, 지방 방송은 거의 보도자료에만 의존합니다.


김기현 KBS안동 기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KBS안동과 안동MBC의 지역방송 TV뉴스 보도자료 의존율이 70%이상입니다. 보도된 메인뉴스 142건 중 102건이 보도자료를 인용하여 뉴스로 내보냈고, 102건 중 단순 인용 기사가 92건으로 비율로 보면 90%가 넘습니다.

지역방송은 지역의 민심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정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지만 그저 지역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보도자료를 인용하여 그들의 주장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광고 때문입니다. 또한 취재 기자와 촬영기자 등이 부족한 인력난 때문이기도 합니다. KBS와 MBC가 이 정도면 다른 군소 지방 언론사는 더 심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즐겨보는 방송 중에 SBS의 '현장21'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시사 및 정치 관련 사건을 빠른 화면 구성과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취재로 다루고 있어 즐겨 봅니다. 그런데 '현장21'이라는 SBS 심층보도 프로그램을 이웅모 보도본부장이 폐지하려고 했다가 기자들의 반대로 한발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tvN이 지난달 29일 방송하려던 '최일구의 끝장토론'은 잠정 연기됐었고, 정치풍자로 인기를 끌었던 'SNL코리아'의 '글로벌 텔레토비'도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시사풍자로 인기 있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는 김재철 MBC 사장의 사표제출을 풍자한 '사장이 나갔어요'를 선곡하고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MBC는 라디오 PD에게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립니다. 또한 '베란다쇼'에서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다룬 담당 PD에게 '근신 7일'을 명령했습니다.

진짜 중요한 언론사의 기능이 제멋대로라는 증거를 대려면 아마 열흘 내내 포스팅을 해도 모자를 지경입니다.


언론이 권력이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언론사 사주가 막강한 재벌,정치 권력과 혼맥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그들 편에서 언론이 기사를 쓰기 때문입니다. 권력 비판을 향한 저널리즘은 사라지고 오로지 권력과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언론이 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50년 전 독일은 '언론자유'를 말하면서 언론사 내부의 자유도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한국은 언론사 사장에게 해직당하는 기자, 좌천당하는 기자, 징계받는 기자가 수두룩합니다. 그들이 무슨 비리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정권과 재벌, 언론사 사주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기 때문입니다.

YTN 해직기자들이 ‘해직 5년을 걷는다! 공정방송을 위한 전국 도보순례’에 나섰습니다. YTN정문을 시작으로 400km에 이르는 대장정을 떠납니다. 기자들이 취재하지 않고 전국 대장정을 떠나는 이유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

'언론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습니다.언론은 국민의 것이어야 합니다'를 외치던 기자들을 지켜줄 사람은 과연 누굴까요? 바로 진짜 언론의 소유주가 되어야 할 국민밖에는 없습니다.

국토 순례마저 경찰이 따라다니는 YTN 해직기자들에게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을 지켜주는 일이 바로 우리 언론, 그리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