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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KBS '수신료 인상'과 '9시의 거짓말'



KBS 이사회가 7월 3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TV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습니다. KBS 이사회는 새누리당 추천 이사 7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상정했습니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내년 1월 1일부터 4천300원으로 올리고 2016년 1월에 500원을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과 ▲내년부터 4천800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 두 가지를 상정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수신료 인상안은 계속 추진했던 사안입니다. 그러나 지금 KBS가 수신료를 올리려고 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에 벌이는 언론 장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KBS 수신료 인상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아보겠습니다.

' 참 잘했어, KBS의 국정원 사건 축소,누락 보도'

KBS 길환영 사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추천 KBS 이사들이 똘똘 뭉쳐 TV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의 귀여움을 독차지할 만큼의 기특한(?)일을 잘해서입니다. 그것은 바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철저히 박근혜 정부의 마음에 들게 '축소, 왜곡,누락'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KBS 9시 뉴스를 보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박근혜 정부를 위협할만한 보도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6월 2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 보도가 SBS 뉴스에는 나왔지만 'KBS 뉴스9'에는 나오지 않은 것처럼 원세훈 전 원장을 구속하겠다는 검찰 의견, 불구속 처리 방안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민감한 김용판 서울청장의 소환이나 국정원 직원이 수사 결과를 대선 전에 발표하라는 전화 의혹이나 경찰 증거인멸시도와 같은 내용도 유독 KBS 뉴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KBS뉴스9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중요 내용을 단신으로 처리했으며, 이는 국정원 사건 은폐에 대한 공범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의미이다.


국민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왜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됐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도 KBS 뉴스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설사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보도하더라도, 단순히 제목만 자막으로 보여주고 지나가는 단신으로 처리했으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단순히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정치적 싸움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18대 대선의 불법성이 드러나는 중대한 사건이 유독 KBS에서는 '베란다의 황조롱이'보다 못한 일로 취급받았습니다. 이는 국민의 편에서는 알권리를 침해당하는 공영방송 훼손이었지만,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참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줄 일이었습니다. 

정권 코드 맞추기에 성공한 이 시점에서 길환영 사장은 '잘했으니, 장난감 사주세요'하는 어린이처럼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 친절한 KBS, 수신료 인상으로 적자 종편 살려주기'

KBS는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  광고하지 않고 수신료만으로 KBS를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KBS에서 광고가 축소된다면, 그 혜택은 국민이 받기보다 종편 채널이 많이 받습니다.


KBS가 수신료를 2,500원 인상하면 '전이광고비'는 대략 5,851억원이 됩니다. 이말은 KBS가 광고를 하지 않는 만큼의 광고물량이 종편채널에서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즉 수신료를 인상해서 줄어든 5,851억원의 광고물량이 소요되기 위해서는 종편채널이 가장 유력하고, 이것은 종편 채널이 5,8151억의 광고비를 수입으로 얻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조중동은 TV수신료 인상에 대해 논의할 때 광고는 무조건 축소하라고 외칩니다.

▲동아일보의 KBS 수신료 인상 관련 사설,출처:2010년 11월 동아일보


2010년 동아일보는 KBS의 개혁을 말하면서 1998년 홍두표 KBS 사장의 2TV광고 절반 축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광고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도 <수신료도 올리고 광고도 계속하겠다는 KBS>라는 사설을 통해 끊임없이 KBS 수신료와 광고를 묶어서 말했습니다. 조중동이 이렇게 수신료 인상안과 광고를 함께 말하는 이유는 2010년 당시 종편 채널 진출을 준비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TV수신료 인상으로 KBS 광고를 종편으로 끌어 오겠다는 속셈은 이번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 '대선'은 물론이고, '국정원 대선 개입', 'NLL 왜곡'에 앞장선 종편이 계속 유지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충실히 내보내는 종편을 광고 수입으로 키워주는 일이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KBS 수신료 인상에도 적극적입니다.


' 수신료 인상은 언론 장악을 위한 채찍과 당근'

사실 KBS 수신료 인상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이경재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에 적극적이나,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을 해도 국회가 남아 있기에 큰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 수신료 인상 절차

① KBS 경영진 인상안 제출
② KBS 이사회 의결
③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의결
④ 국회 최종 처리


그동안에도 시민, 야당,시민단체의 반대에 무산됐던 수신료 인상을 길환영 KBS 사장이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 정도로 정권에 '충성'하면 그에 따른 새누리당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번에는 수신료 인상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만약 수신료 인상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그것을 빌미로 KBS 사장을 반대하거나, 정권에 비판하는 보도를 했던 말 안 듣는 기자들을 내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9의 국정원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파헤쳤던 'TV비평 시청자 데스크, 출처:KBS


'KBS 뉴스9'의 국정원 대선 개입 보도 축소,왜곡,누락을 지적했던 KBS의 'TV비평 시청자 데스크'는 방송 5일만에 시청자 데스크 담당  국장과,부장이 바뀌는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길환영 KBS 사장은 6월 22일 'TV비평 시청자 데스크'가 국정원 관련 보도의 문제점이 방송되자, 다음날, 본부장들을 불러 방송 경위를 물었고, 도대체 이런 방송이 어떻게 보도될 수 있는지 그 제작 과정을 알아보라고 임원회의에서 지시했습니다. 이후 담당 국장과 부장이 교체되었습니다.

KBS TV수신료 인상에는 필연적으로 경영 개선이 나오는데, 그때 자기에게 반기를 들거나 정권을 비판하는 기자와 PD를 빌미삼아 해고할 수 있습니다. 

▲12월 17일 KBS 뉴스9에서 보도한 국정원여직원 사건 경찰 수사결과 발표, 출처:KBS


저널리즘이라는 언론에게는 필연적으로 권력의 감시를 위한 비판과 공정성이 따라야 합니다. 비판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면서 합리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KBS는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가 '왜 늦은 밤시간에 발표됐는지','증거가 없다는 경찰 발표를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경찰의 보도자료만 국민에게 보여줬습니다. '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을 국민에게 내놓지 못한 이유는 그들이 언론이기보다 정권의 앞잡이로 살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KBS는 신뢰도 1위, 매체영향력 1위의 공영방송이라고 자랑질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뢰도에 대한 근거도 빈약할 뿐만 아니라, 매체영향력은 그냥 'KBS'라는 이름 때문이지, 그들이 어떤 방송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제대로 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공영방송'은 TV수신료를 통해 정부와 기업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 방송을 의미합니다. 공영방송의 공정한 보도는 다른 방송의 기준이 되기도 해서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권력자 치적을 입에 마르게 칭찬했던 '대한 뉴스'와 다를 바가 없는 국가 기관이 운영하는 방송으로 전락해 있습니다. (KBS 사장을 추천하는 KBS 이사는 11명으로 여당 7명,야당 4명으로 구성되며, 이들을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부속기구로 이런 구조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낙한산 사장'이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시사보도프로그램을 맡으며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던 최경영 기자의 '9시의 거짓말' 최경영 기자는 언론독립을 위해 싸우다 스포츠 중계팀으로 밀려났었다. 출처:출판사 시사인북


언론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말하는 이유는, KBS 뉴스를 진실처럼 믿는 사람이 이 땅에는 아직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으로 뉴스를 조작,왜곡,축소,누락 보도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양 대한민국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언론이 제공하는 '9시의 거짓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그대로 믿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숨겨진 진실을 찾는 노력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이 공정성이 아닌 그들의 이익과 권리를 양보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가서 되찾아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는 본디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권리를 포기하지 마시고, 되찾기 바랍니다. [각주:1]

  1. '9시의 거짓말'246페이지 인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