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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강동원 탈당-안철수 신당, 왜 뜨나 했더니



강동원 의원이 5월 2일 진보정의당 탈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진보정의당 소속으로 남원,순창 지역구에 당선됐던 강동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꿈꾸며 19대 국회에 진출해 정신없이 달려왔다”면서 “제가 안고 있는 당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새로운 정치,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요지의 탈당 이유를 밝혔습니다.

강동원 의원이 진보정의당을 탈당하자 덩달아 안철수 신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강동원 의원의 탈당이 안철수 신당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는 등, 강동원 탈당과 안철수 신당이 연관되어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진보정의당을 탈당한 강동원 의원과 안철수 신당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민주당 텃밭에서 진보정당으로 당선된 강동원'

강동원 의원의 진보정의당 탈당의 이유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그가 어떻게 국회의원이 됐는지, 그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동원 의원은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전북 남원,순창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강동원 의원은 탈당 이유에서 남원,순창 지역에 진보정의당 당원조차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선거 당시에는 통합진보당이었지만, 어찌 됐든 진보정당의 테두리 안에서 조직이 없었는데 어떻게 강동원은 4.11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요?


알다시피 4.11총선에서 민주당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에 패배했습니다. 수도권과 세종시,전북,전남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에 뒤졌습니다. 패배의 원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당이 대세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양상이 전북 남원,순창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원래 남원,순창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3선 이강래 현역의원의 지역구였습니다. 그런데 막강한 지역기반과 민주당 텃밭에서 이강래 의원은 패배했습니다. 그 이유는 3선까지 지낸 현역의원이지만, 지역구에서 민심을 잃었고,  선거 막판에 터진 금품 살포 악재가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에 대한 피로감이 있던 남원,순창 유권자들은 통합진보당이라는 정당보다는 민주당과 비슷한 성향의 인물론으로 강동원 후보를 선택했고, 선거를 불과 보름 앞두고 통합진보당 강동원 후보와 무소속 임근상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민주당 현역의원이 패배하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 4.11총선에서 승리했던 강동원 의원. 출처: 강동원 블로그,

 
우리는 강동원 의원의 국회 입성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한결같은 지지보다 오히려 정당 무용론과 새 정치론이 유권자를 사로잡았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민주당 원내 대표로 12년 동안 남원,순창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했던 이강래 의원이 구시대 정치를 강동원 의원이 새로운 정치를 각기 상징한다고 유권자들은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강동원의 선택은 민주당? 안철수 신당?'

강동원 의원은 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 어느 쪽으로도 입당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무소속으로 남아 있기에는 그의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다음 총선에서는 4.11총선과 같은 상황이 아니므로, 그가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정당에 입당해 조직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강동원 의원이 지난 4.11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시민연대 단일후보로 추대됐던 임근상 후보가 강동원 후보와의 단일화에 다시 합의하면서 그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강동원 후보는 야권 단일화는 아니지만, 반민주당 진영의 단일화에 가까웠고, 이는 선거 승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다음 총선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기는 어렵습니다. 단일화의 효용성은 대부분 한 번은 가능하지만 두 번, 세 번까지 합의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강동원 의원은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안철수 신당 쪽으로 가야 무소속 후보들과 겨룰 힘이 생깁니다. 그런데 민주당 입당은 이강래 전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기에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민주당과 이강래 전 의원이 강동원 후보를 밀어준다는 보장도 없고, 강동원 의원의 남원,순창 공천이 확실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동원 의원이 안철수 신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이유가 이런 상황 때문입니다.

' 그리 나쁘지 않은 강동원의 안철수 신당 입당'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도 강동원 의원의 안철수 신당 입당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우선 강동원 의원이 과거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항하여 새로운 정치를 주장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강동원 후보의 출마선언문>

남원·순창의 낡은 정치를 반드시 청산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남원시민, 순창군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새롭게 탄생한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예비후보등록을 마쳤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국가 건설, 시민의 정치적 자유와 노동자·농민·서민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 남북의 화해협력과 자주적 평화통일, 당원들이 당의 정책과 진로를 결정하는 정당민주주의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합니다.

정치는 결과로써 책임져야 합니다. 오늘의 정치에서 시대정신은 민심입니다. 민심은 곧 천심입니다. 지난 12년간 남원·순창의 정치는 어떠했습니까? 정치권력을 통해 화합을 말했지만 사회적 갈등과 상처만 남겼습니다. 지역발전을 말했지만 퇴보하다 못해 있는 것조차 빼앗겼습니다. 인구증가를 말했지만 남원은 9만이, 순창은 3만이 무너졌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고 오히려 구도심지는 슬럼가로 전락했습니다. (중략)


저는 남원시민·순창군민 여러분께 다음과 같이 약속합니다.

1. 낡고 썩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입니다. 그 가능성의 동력은 원칙과 신뢰, 통합과 희망입니다. 무너져버린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정치판의 온갖 술수와 음모, 꼼수를 척결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분오열된 지역민심을 통합하고 화합해서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중략)


안철수 신당이 창당된다면 기존 정당의 문제를 지적했던 인물이 영입되는 것이 안철수 신당이 내세우는 '새 정치' 이미지에 맞기 때문에 강동원 의원은 그리 나쁜 케이스는 아닙니다.

또한, 호남지역에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이 어느 정도 있기에, 그 지지세력을 흡수해야만 앞으로 안철수 신당이 살아남는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동향연구소가 호남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 출처:사회동향연구소 박재익.


현재 호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을 대체할 다른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8%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비판이 새로운 정당 필요성과 민주당 무용론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이 창당된다면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광주 45%, 전남 32%,전북 34%로 민주당과 비슷하거나 더 높기도 했습니다.

호남은 진보정치의 전략적 승부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민주당 경선 승리 진원지가 호남이었고, MB정권에서도 언제나 진보정치를 지지했던 곳도 호남입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이었던 곳도 호남이었습니다.

만약 안철수 신당이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을 대체할 정당이라는 인정만 받는다면 그들의 열렬한 지지와 호응으로 안철수 신당은 단숨에 교섭단체는 물론이고 거대 야당으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안철수 의원이 호남지역에서 정당만 뒷받침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강동원 의원을 내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단, 안철수 신당이 창당됐을 경우에.

' 강동원, 안철수를 비난해서 무엇하랴'

강동원 의원의 탈당과 더불어 안철수 신당이 연관되어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강동원 의원을 기회주의자로, 안철수 의원을 사람을 빼 가는 정치인으로 비판하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그러자 강동원 의원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측은 안철수 신당과 관련해서 강동원 의원과 만난 적도 없는데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강동원 의원을 비판하는 쪽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전북을 비롯한 호남에서는 늘 진보정당에 대해 10% 정도는 지지를 해줬습니다. 당원이 없다고 해도 10%의 지지율이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진보정당의 지지세를 확충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는 마음에는 민주당의 가장 큰 텃밭을 안철수 의원이 뺏어 간다는 분함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민주당에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민주당이 잘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공부 못하는 아이의 성적 부진은 친구가 아닌 학생 스스로에 있지만, 부모는 무조건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랬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것과 비슷합니다.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안철수 신당과 적대적인 관계로 자꾸 돌아서게 된다면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을 모두 감당해야 할 부담감을 안고 가야 합니다. 새누리당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 민주당이 두 정당을 한꺼번에 상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안철수 신당과 함께 새누리당에 대한 연합전선을 펼친다면 단독으로 새누리당과 대결하는 부담감을 덜고 갈 수 있습니다.

정치는 현실이 어떤 상황인지 잘 파악을 해야 합니다. 무조건 호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금은 통하지 않습니다. 또한,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도 확실히 인정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안철수 신당이 어떤 정당이 될지, 안철수 신당에 누가 갈지에 대한 고민을 민주당 지지자들은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은 그나마 야당으로 경험과 자산이 많은 민주당을 확 뜯어고쳐 내실을 다지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4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이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강 의원은 2일 진보정의당 탈당을 공식 선언하며 '안철수 신당'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정당이든 문호는 열려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원본이미지 출처:남소연


민주당이 앞으로 있을 선거라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과 무기를 갖췄다면 강동원 의원의 탈당과 안철수 신당이라는 단어가 함께 올라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전쟁에서 패하면 죽음이듯 정치인에게 선거 패배는 정치 은퇴처럼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동원 의원의 탈당이나 안철수 신당을 비판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은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 무대이자 본인이 직접 치르는 전쟁이 됩니다. 그래서 그의 전쟁은 그의 몫으로 남겨두고, 민주당은 자신들의 발등에 떨어진 전쟁부터 죽기 살기로 막아야 합니다.

정치는 영토 전쟁이 벌어지는 중세 시대와 같습니다. 연합했다가 깨지기도 하고 막강한 전투력으로 전장에서 승승장구하여 많은 영토를 점령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민심을 잡을 정책과 선거에서 이길 능력입니다.

현재 한국 정치는 안철수라는 젊은 영주의 등장으로 각 지역 영주들이 기존에 있던 민주당이라는 성주와 함께할지, 아니면 안철수 영주와 함께 왕국을 점령하거나 나눠 가질지 서로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후의 승리자는 누가 자기 영토를 잘 다스리고 외부의 적과 싸울 힘을 갖출 수 있느냐입니다.

정치는 정치인도 중요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군웅할거 시대처럼 다시 돌아온 정치 세력의 다변화 속에서 유권자에게는 제대로 된 정치를 누가 펼칠지 감시하고 판단하는 예리한 매의 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