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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부자 강남벨트 지자체장, 오히려 '선거공약' 안 지켜



선거만 되면 매번 듣는 말이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을 봐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처럼 정당 조직의 파워가 큰 상황에서는 인물보다는 늘 그 후보의 소속 정당이나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았는지가 선거의 중요한 변수입니다.

이렇듯 대한민국에서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인물론보다는 그 후보가 어느 정당 소속이냐에 당선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당 후보로 나와서 일을 잘하면 그리 큰 문제가 없지만, 정당의 힘을 등에 업고 나온 후보가 일을 잘하느냐는 꼭 그렇지 않은 사례가 더 많습니다.

오늘은 내년 지방선거를 놓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정당 공천을 배제한 대한민국 정당의 문제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부자 지자체 오히려 선거 공약 평가 하위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본부)는 지난 2012년 12월 중순 전국 227개 기초지자체(이중에서 무투표 당선지역 8곳, 공석 4곳, 2012년 재보선 8곳 제외)를 대상으로 2012년 12월 31일까지의 지자체장 공약이행정보의 홈페이지 공개를 요청하였으며, 2월 18일부터 4월 초까지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약이행자료를 모니터 분석,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평가는 선거 당시 내놓은 공약의 목표 달성과 공약이행 완료, 주민소통,웹소통,공약 내용과 공약실천계획서의 일치 여부를 각각 배점 100점씩으로 점수를 매겨 SA, A, B, C, D 등급을 나누었습니다.

▲기초단체장의 공약이행 평가와 개인별 도덕성의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평가됐던 부분은 있다.


이번 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인 SA를 (5대분야 합산 총점 평균 85점 이상) 받은 기초단체는 총 25곳입니다. 시에서는 성남시,안산시,과천시,오산시,파주시가 군에서는 충북 옥천군과 전북 순창군, 구에서는 서울 종로구 외 17곳 등 총 25곳이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을 상대로 한 이번 평가에서는 평가항목별로 점수를 매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면 최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예 공약이행정보가 목표 달성률 분석이 불가능한 수준(종합평가 점수가 50점 이하)의 C등급 지자체가 21곳, 아예 공약이행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D등급이 6곳이나 발견됐다는 점은 우수 지자체와 하위 지자체의 차이가 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평가한 광역단체장 공약이행 지역별 점수. 출처:서울신문.


지자체별로 공약 이행 실적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약 남발이 주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지방 재정의 압박을 받는 지자체도 공약 이행 평가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자 지자체'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벨트 지자체가 공양에 대한 연도별 목표 달성도, 공약이행 완료율 모두 상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이는 지자체장이 선거에 나와서 했던 약속이 돈이 없어서만 지켜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서울지역 24개 기초지자체 공약은 모두 1,345개였으며, 강남,서초,송파구는 종합평가 SA,A 등급에 모두 미달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남구는 단지 웹소통분야에서만 A등급을 받았다.


' 새누리당 소속 지자체장, 공약이행 오히려 낮아'

6.2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 정당 후보를 내세워 유권자에게 정당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인물론보다 정당론이 우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민선5기 3년차, 정당들이 내세웠던 후보들의 공약이행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최우수 등급인 SA  (5대분야 합산 총점 평균 85점 이상)를 받은 기초단체장은 25곳입니다. 이 중에서 민주당이 15. 새누리당 9. 진보정의당이 1곳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기초단체장 중 2곳은 자유선진당으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인물로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으로 당적이 옮겨진 경우입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상위 1등급에 속하는 25곳 중 실제로는 7명의 소속 기초단체장만 최우수 등급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시 민주당의 기초자치단체장이 92명으로 새누리당의 82명보다는 높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던 경남과 경북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지역별로 연도별 공약이행목표 달성도에서 경남은 87.4%로 최하위권에 있었고, 공약이행완료율을 보면 경북이 33.2%로 하위권으로 조사됐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소속 기초단체장의 공약이행 평가 점수를 본다면 여당 소속으로 나온 후보라고 무조건 공약을 잘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인물이지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늬만 정당공천 배제, 더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4.24 재보궐선거에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로 경기도 가평군수와 경남 함양 군수, 서울 서대문 마, 경기 고양시 마, 경남 양산시 다 선거구 등에는 공천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을 하지 않으니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후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해 난립하고 있습니다.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내세운 구호.


일부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새누리당의 무공천으로 무소속 후보가 되자, 선거 구호에 '새누리당이 지지하는 무공천 후보'라는 어처구니없는 문구를 넣어 실질적인 새누리당 힘을 빌리거나, 무공천의 의미가 퇴색되는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합니다.

새누리당이 무공천을 하자 이렇게 후보가 난립하는 것이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 저 후보들이 당선된 뒤에 새누리당의 이름을 걸고 기초단체를 새누리당의 당론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새누리당 소속 성남시의회 의원들이 예산안을 보이콧하자 성남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민중의 소리


성남시 이재명 시장은 이번 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지만, 항상 시의회에 마찰을 보이고 있으며,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늘 이재명 시장의 행정에 딴지를 겁니다. 그 이유가 새누리당의 당론이나 중앙당의 지시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당의 공천을 받거나 간접적으로 정당의 지원을 받은 후보들은 늘 자신들의 정치 철학보다는 정당의 입김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당 공천 배제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앞으로 더 확실한 정당 무공천 제도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정당 조직의 힘은 너무 큽니다. 그렇게 힘이 큰 정당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정치를 올바르게 끌고 나가느냐를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정당 소속에 따라 표가 몰립니다. 후보가 누구냐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치가 늘 구태의연한 정치가 되는 것입니다.

 

▲전국권력별 공약이행 및 정보평가 종합평점, 출처: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여러분이 사는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가면 그들이 선거 때 내건 공약을 얼마나 지켰는지 나옵니다. 최소한 당신이 투표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투표함에 낸 투표용지에 찍힌 도장이 얼마나 허망한지, 아니면 제대로 됐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별로 몰표가 나오는 정당 구조에서 과연 인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대한민국의 정치, 아니 지역에 사는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