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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한길 민주당 대표 당선과 친노 살아남기



5월 4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습니다. 예상대로 민주당 대표로 김한길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김한길 의원은 61.7%로 이용섭 후보 38.3%를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신경민,조경태,양승조,우원식 의원이 당선됐는데 이들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친노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을 제외하고는 비주류,손학규계,고 김근태 의원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민주당 5.4 전당대회의 핵심은 모두가 말하듯 친노,호남계의 퇴진이었습니다. 이런 결과는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이 제기된 민주당이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민주당의 당심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통해 그동안 민주당 내에 자리 잡고 있었던 친노를 숙청하고 민주당만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민주당에서 친노는 이제 써먹을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계륵처럼 버리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먹자니 귀찮고 영양가도 없다는 의식이 이번 5.4 전당대회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여전히 당심과 민심은 전혀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사라진 친노가 앞으로 어떻게 민심을 사로잡고 나가야 할지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제 '친노'를 떳떳이 외치자'

그동안 아이엠피터는 '친노'라는 단어를 쓰기가 꺼렸습니다. 그다지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세력까지도 친노로 싸잡아 부정적인 이미지로 친노를 지칭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히 '친노'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친노'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어떤 주군을 향한 충성도가 있는 정치인을 가리키는 의미가 아닙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치사상과 인격을 지지하고 그것을 계승하려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아무 흠이 없는 정치인이냐,그들이 과연 진짜 진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땅의 정치를 향해 보여준 도덕성과 미래 지향적인 생각이 과연 보수와 비교해서 어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들이 보여준 길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가진 공통적인 생각은 정권을 집권하고 그것을 통해 기득권 세력 등 일부 세력이 잘살기보다는 대한민국 전체를 고민하고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핵심은 그들이 남긴 정치적 사상에 대한 유산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의미로 이제 친노는 당당히 그들을 이어가겠다는 주장을 더욱 강하게 내세워야 하고, 민주당에서 친노가 사라진 시점에 진짜 친노들이 뭉쳐 우리는 '친노'라 떳떳하게 외쳐야 합니다.

' New Moon을 만들어야 한다'

친노만 외치면 안 됩니다. 이들은 이제 New Moon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유산을 새롭게 정리해 2013년에 맞는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본인도 말했듯이 정치는 시대에 맞게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의 선택과 지금의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 현실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가진 정치사상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그것을 뛰어넘는 정책과 명확한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지금 새누리당과 별 차이가 없는 정책과 강령을 내세우려고 합니다. 6월 항쟁은 물론이고, 경제민주화, 복지 정책,무상의료, 반값 등록금에 대한 생각 자체가 민주당인지, 새누리당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새누리당과 비슷한 정책을 펼친다고 국민이 더 지지해줄까요? 오히려 비슷한 정책이라면 새누리당을 찍지, 왜 구태여 민주당을 찍겠습니까?

New Moon이라는 것은 새누리당이나 어설픈 표심 찾기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면서 철저하게 계산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내놓는 방식을 말합니다.

'정책 정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정책 정당이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정책을 하나 만들려고 하면 그 안에 연결된 각종 이권단체와 압력 단체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그래서 정책이 처음 제안돼도,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New Moon은 철저히 국민의 편에서 '정책'을 완벽하게 만드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New Moon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 시사IN과 지리정보시스템 GU과 조사한 아파트 선거 그림, 아파트 소유자와 보수당 지지 사이를 알려주고 있다. 출처:시사IN


New Moon은 철저히 지역 민심과 대한민국의 미래의 중장기 노선을 대입하여 현실적이면서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단순히 어떤 정치적 사상만 가지고는 민심을 얻을 수 없습니다. 아파트 보유자가 느끼는 정치와 아파트 세입자가 느끼는 정치가 다르듯이 그 둘을 모두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New Moon이라는 말은 정치인 누군가를 이미지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정말 제대로 된 정책을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이자, 현실 정치를 '정책'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 친노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친노를 옹호하는 글을 쓰니, 친노가 민주당을 탈당하라는 뜻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왜 민주당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버리고 쓸데없이 탈당합니까? 또 굳이 친노가 새롭게 선출된 김한길 대표를 흔들 필요가 있을까요?

친노가 살아남는 핵심은 지금은 내실을 기르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민심을 사로잡을 실력을 기를 때까지 민주당의 친노 숙청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 됩니다.

민심을 사로잡을 실력을 갖춘 세력이라면 어느 시기라도 국민은 그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민심을 사로잡을 실력을 갖췄느냐, 아니면 일부 지지세력의 지지만을 갖고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친노가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중심으로 뭉쳐야 합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 중의 하나가 문재인 후보가 강력한 리더십을 민주당에서 펼치지 못했던 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으면 문제겠지만, 그것이 아닌 어떤 사안에 대처하는 방식이라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선거나 국정원 대선 개입, 부정 선거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강력한 리더십이 평생 가서는 안 됩니다. 리더는 반드시 새롭고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그들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하며, 그들이 언제라도 리더 자리에 앉을 실력이 되면 물러나거나 양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문제점을 연구하고 개선 방안과 아울러 지역 민심이 원하는 정책을 현실성 있게 도입하는 정책연구팀과 철저히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조직을 운영하는 정치 실무팀을 총괄하는 총 책임자를 통한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아마 언제라도 친노는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친노의 문제점은 민주당이 가진 ' 계파 성공= 나의 성공'이라는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을 개혁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에 들어갔고, 정치실무팀은 와해하고 선거 총 책임자는 사라진 상황에서 선거가 오로지 시민들의 지지만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친노가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이라도 자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저런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철저히 연구하고 노력하여 다음 대선을 노릴 수 있고, 그 안에 민주당의 당권을 다시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친노의 살아남기는 아마추어로 불리는 친노 세력이 정치 시스템을 개선하고, 노력하여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친노를 지지하는 세력이 언제까지 그들을 친노라는 이름으로 막아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친노는 지금부터 다른 계파와 정당을 뛰어넘는 정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그 안에 인물들도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 분리된 당심과 민심, 시민들의 참여는 어디로?'

민주당과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재인 대선 패배 책임론을 자꾸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과연 그가 이룩한 성과와 민주당의 자산을 비교했을 때 민주당이 가진 자산의 가치가 너무 약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친노를 숙청함으로 민주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민심이 민주당을 지지해줄 상품이 없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기억해야 합니다. 친노가 물러나느냐 책임을 지느냐에 대한 반발이 자꾸 생기는 원인은 민주당이 야당이지만 한마디로 하는 일이 제대로 없으면서 오로지 친노 책임론만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부분은 모바일 투표와 같은 시민 참여 시스템이었습니다. 물론 모바일 투표는 완벽하지는 않은 시스템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지, 시민들의 참여를 그런 이유로 자꾸 막아서는 안 됩니다.

정당과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과거 정치에서 정당과 국회의원은 항상 국민의 편이 아닌 기득권의 편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정치인을 믿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시민의 참여를 높이는 일은 대한민국 정치를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그런 일이 사라질 위기에 있습니다. 김한길 당 대표의 당선이 걱정되는 이유는 김한길이라는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가 사라져 국정원 대선 개입과 같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에 민주당이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회원을 비롯한 시민들이 국정원의 대선 정치개입 규탄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출처:오마이뉴스.


부정 선거라는 단어가 대선이 끝나고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같은 의혹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있으며, 그에 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정책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 그 모든 일을 일부 의원만이 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때는 어떠했습니까? 비록 과반수는 넘지 않았지만 제1 야당이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그 사업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친노 살아남기'라는 글을 통해 무조건 친노가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잘하면 왜 굳이 친노가 자체 시스템을 만들어 나갑니까? 그냥 민주당의 시스템에 따르면 되는데,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기 때문에 친노가 국민의 뜻에 따라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연구하고 발전하고 노력하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민주당 5.4 전당대회의 문제는 거대 야당이 '안철수'라는 정치인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눈치만 보는 야당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은 물론이고 친노세력은 안철수 의원이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활 한 친노','성공한 민주당'이 되기 위해서는 외부 개선은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 스스로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죽음을 각오한 훈련을 받고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만일 정치권력으로 무엇을 한다고 한다면 한 사람의 대통령을 만들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회의 가치와 이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옛날 이율곡은 십만양병설을 주장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1퍼센트의 국민이 확고하게 역사의 발전 전략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갖는다면 아마 무서운 힘이 될 것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

친노 살아남기를 주장하는 아이엠피터가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 만들기보다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만들기 바랍니다. 안철수 한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를 흔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실력과 도덕성을 갖춘 정치세력이 등장한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수 있습니다.

당당히 친노를 주장하는 사람들만 모여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 바랍니다. 그것은 민주당 탈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세력이 된다면 국민은 반드시 그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