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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싸다고 갔던 '김밥천국' 헉 ! 대장균이



면이라면 환장하는 우리 가족들은 고기를 먹고 꼭 냉면을 먹습니다. 그뿐 아니라 오랜만에 육지 나들이라도 가서 날씨가 더우면 얼음 육수가 있는 냉면집 앞을 떠나질 못합니다. 19개월 된 딸 '에스더'도 라면은 잘 먹이지 않는데 (주더라도 꼭 뜨거운 물에 씻어 주긴 합니다.) 물냉면은 맵지도 않고 나름 육수라고 잘 주는 편입니다.

그런데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냉면을 먹으면 그다지 배가 아픈 경험이 없는데, 이상하게 서울에서 냉면을 먹으면 간혹 배가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찬 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을 했는데, 지난 4일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를 보니 왜 제가 냉면을 먹고 배가 아픈지 이해가 되더군요.

식약청은 지난 6월에 여름철에 잘 팔리는 냉면,콩국수, 김밥, 초밥, 도시락, 빙수,샐러드,식용얼음에 대해 조사를 했습니다. 전국 음식점 등 1,521개소에서 냉면 등 1,922건을 수거하여 검사했는데, 무려 50건에서 대장균 등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대장균뿐만 아니라 식중독균 ((바실러스 세레우스,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황색포도상구균)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냉면,콩국수는 30건, 김밥,초밥 9건, 도시락 1건 등 40건에서는 대장균이 냉면,콩국수 2건, 김밥,초밥 8건 등 10건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습니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고 배가 아팠던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그저 장이 안 좋아서, 혹은 찬것을 먹었으니 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이렇게 대장균이나 식중독균 때문에 배가 아플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식약청 보도자료를 받은 일부 언론사들은 그저 냉면과 김밥에서 대장균이나 식중독균이 나왔다고만 하지, 어느 지역의 어느 가게에서 대장균이나 식중독균이 나왔는지 알려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혹시나 이런 가게에 가서 몸이 안 좋으신 분들이 있었을까 봐, 이번에 식약청에 적발된 가게 리스트를 올립니다.


가게 리스트까지 올리는 것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나온 가게들은 모두 식약청에 의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곳들입니다.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특히 건강과 관련된 먹거리는 위생을 철저하게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대장균이나 식중독이 검출됐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알아야 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번 식약청 검사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김밥천국 체인점

이번에 적발된 50곳의 가게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김밥천국'입니다. 요새 어디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김밥천국'은 옛날 개인들이 하던 김밥집을 초토화시켰고, 분식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식약청 검사에 적발된 50개의 가게 중에서 '김밥천국'을 사용하는 가게 다섯 군데에서 대장균이 검출됐습니다.

전국 1,521개의 가게에서 50개가 적발됐는데, 그 중에 5곳이 '김밥천국'이라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사실 '김밥천국'이라는 프랜차이즈는 국내에  몇 군데가 있습니다. 하나같이 김밥천국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회사 한 군데를 콕 집어서 비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확인된 곳의 '김밥천국' 프랜차이즈 본사 홈페이지에 가봤습니다.


▲ 김밥천국 상호를 내건 프랜차이즈 본사 홈페이지들의 공지사항 캡쳐 화면.

'김밥천국' 본사 모두 이번 식약청 단속에 자사의 가맹점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는데, 이에 대한 사과나 변명, 시정,개선 명령은 전혀 없었습니다. 음식점에서 대장균이나 검출됐다는 사실은 대단히 큰 문제입니다.

홈페이지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본사와 이번에 검사에 걸린 업주들과 전혀 교류가 없었는지, 대장균 검출이 별것 아닌지 그 흔한 팝업창 하나 없었습니다.


▲ 김밥천국 상호를 내건 프랜차이즈 본사 홈페이지에 나온 가맹비 안내 페이지 캡쳐 화면

대부분의 '김밥천국'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최소 300만원의 가맹비를 받고 있습니다. '가맹비를 면제하거나 무료창업을 통해 가맹점을 단기간 늘리는 방법은 부실관리에 의한 부실가맹점을 양산시킬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과 다르게 본사들이 가맹점에 어떤 지도 감독이나 관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조사결과, '김밥천국' 가맹점을 모집하는 회사들은 실제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와 주방설비,간판,가구를 판매 설치해서 이익은 얻지만, 지속적인 가맹점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가맹점 별도로 운영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다른 냉면집도 많이 검출됐는데, 왜 유독 '김밥천국'만 비판하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밥천국'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한번쯤은 '김밥천국'에서 불쾌한 경험이나 음식점에서 하면 안 되는 일들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헉! 김밥천국에서 이런 일이… 잔반 재사용 음식점 작년에만 98곳 적발 (2011년 6월기사)

'김밥천국'은 반찬을 재사용해서 작년에도 적발된 적이 있지만, 여전히 일부 가맹점들에서 반찬 재활용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김밥천국 반찬재활용에 대한 고객 불만

반찬재활용은 위생상 당연히 안 좋습니다. 그래서 반찬재활용을 음식점에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유독 '김밥천국'과 같은 곳에서는 영세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반찬재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돈을 아끼려고 계속해서 반찬재활용을 한다면 '대장균'이 당연히 검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밥천국'이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영세 상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포스팅이 나가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의 수천개 '김밥천국'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가게들이 여전히 반찬재활용을 하거나 비위생적이라면 반드시 개선하도록 뭔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 식약청 단속에 적발된 음식점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

우리가 그저 대장균 검출됐다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사실 영업정지 15일과 1개월은 그만큼 대장균과 식중독균 검출이 위생상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단순히 비위생적인 것과 대장균 검출은 사안이 그만큼 다릅니다. 

영세하다는 이유로 식당을 깨끗이 위생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것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가게가 작아도 부지런히 청소하고, 음식물을 잘 보관하고, 도마,식기,행주 등을 소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판매하는  업주들은 항상 손님의 건강과 위생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김밥천국'이 성공한 원인은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대학생,20대 젊은이들이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아침밥 대신에 김밥 한 줄을 먹고 출근하는 서민형 프랜차이즈였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싸다고, 서민이 먹는 음식이라도 비위생적이고 불친절해도 된다는 논리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김밥천국'이라는 상호가 프랜차이즈이기에 관리가 잘 되어 있다고 믿고 갑니다. 깨끗하고 맛있게 운영하는 '김밥천국' 가맹점도 있겠지만, 일부 가맹점들이 여전히 비위생적인 영업을 한다면 반드시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손님이 먹을 것,주인이 먹을 것 따지면서 장사하면 언젠가는 망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음식을 먹어도, 대가를 낸 만큼 그에 맞게 서비스와 품질,위생에 적합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