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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미FTA 찬성의원 낙선송' RT하면 벌금 100만원?



한미 FTA 비준안을 놓고 대한민국이 힘든 와중에 한미FTA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가 온라인에서 돌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개사해서 '한국을 팔아넘길 FTA 찬성의원 명단 노래'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와 인터넷 카페에 게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올린 FTA찬성의원 낙선송 노래를 보면 빨간색으로 지워진 가사가 보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선거법 위반 때문입니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는 'FTA찬성의원 낙선송'을 트위터와 인터넷 카페에 올린 누리꾼 4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어떤 선거운동도 아닌데 왜 중앙선관위는 누리꾼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을까요?

대한민국 선거법에는 낙선운동도 선거운동에 포함되고, 그 행위는 선거운동기간 안에만 할 수 있습니다. 즉 누리꾼들은 현재 선거운동 기간 내에 하지 않았기에 선거법 위반이 됩니다. 

■  'FTA 찬성의원 낙선송' 을 올리면 벌금이 100만 원?

고양시에 사는 회사원 S씨는 트위터에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을 올렸다가 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되었습니다. S씨는 법원에서 검찰의 구형대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직선거법' 위반 항목인데,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엉뚱한 면이 있습니다. 트위터의 영향력을 엄청나게 과대 포장한 면이 있습니다. 또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일반 개인에게 과도하게 적용한 것도 웃깁니다.

재판문의 판결문을 보면

“트위터는 온라인 공간으로서 공직선거법이 정한 정보통신에 해당하고, 불특정·다수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인터넷 카페나 싸이월드, 블로그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영향력도 크다.송씨는 특정 정당 국회의원 19명을 ‘낙선운동 대상자’로 지목하고 해당 선거구를 적시하면서 일부에겐 인신공격적인 문구를 추가했으며, 팔로어 1만4000명뿐 아니라 트위터 이용자들이 볼 수 있게 했다.이것은 단순한 지지·반대 의견 표명으로 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19대 총선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중앙선관위의 논리에 덧붙여 트위터가 단순한  지지·반대 의견 표명의 도구가 아니라며. S씨의 "단순한 사적 의사표시 수단"이라는 논리를 법으로 제한해버렸습니다.

재판부는 총선기간이 11개월이나 남아 있기에 정상을 참작해 벌금형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하는데, 만약 내년 총선이 임박해서 낙선의원 명단을 공개했다면 아마 벌금은 100만 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 ⓒ 유자넷


■ 대한민국 선거법은 규제덩어리.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열망을 실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바로 투표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홀로 묵묵히 투표하는 행위는 가능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남에게 전파시키는 일과 투표를 결합하면 모순덩어리입니다.

우선 낙선 운동을 보겠습니다.
중앙선관위에서는 낙선운동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명시는 했습니다.

선관위가 밝힌 낙선 운동 질의에 대한 회신 ⓒ 오마이뉴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낙선운동도 하나의 선거운동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절차상 문제가 된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전 선거운동'에 관한 문제와 낙선운동 관련 글을 퍼 나르는 행위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0.26재보궐선거 기간 동안 나왔던 투표 인증샷은 어떨까요?

이외수 작가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투표인증샷ⓒ트위터 화면 갈무리

투표인증샷을 통해 투표율을 높였던 지난 선거와 다르게 이번에는 투표인증샷에 관해 선관위는 까다로운 방침을 적용했습니다.

- 투표장 안에서의 인증샷 금지
- 특정후보를 가리키는 손가락 행위 금지
- 트위터에서 인증샷 올릴 때 특정 후보 투표 결과 멘션 금지
- 투표 인증샷을 올린 사람에게 책,선물 금지
- 유명인의 선거운동 관련 멘션 금지


솔직히 이번 선거를 보면 박원순 서울 시장이 당선되지 못하도록 각종 조항을 신설하거나 방침을 정했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규제가 더 많아졌습니다.

법은 늘 최소한으로 규제하여 개인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선거법은 개인에게 가혹할 정도로 손과 발을 꽁꽁 묶어놓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말하려면

정치 블로거로 살면 필연적으로 정책에 대한 비판과 후보자의 정책 검증, 그리고 소위 말하는 '신상털기'처럼 후보자의 과거를 조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는 정치인에 의해서 법이 제정되고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블로거를 비롯하여 정치 관련 뉴스에 대한 비판 댓글을 다는 행위조차 대한민국에서는 많은 규제와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과거를 빗댄 노래를 만든 작곡가는 벌금 80만 원을 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찬성한 국회의원을 비난했던 시민은 많게는 150만 원까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블로거는 이명박만은 안 된다는 문구를 게시했다가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은행원 손 모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에 댓글 한 줄 적고, 벌금 50만 원을 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거나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채택해줄 것을 요구했던 시민단체들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2심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뉴스 댓글,블로그.피켓 시위,정책 요구 등 대한민국에서 정치에 관련된 대부분 행위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제가 올린 'FTA찬성의원 낙선송'처럼 명단을 모두 빨간색으로 지우는 자체검열을 하거나, 차가운 날씨에 신문지 한 장 깔아놓고 그저 '국회의원님'이라는 단어 하나만 넣은 피켓을 놓고 그저 하염없이 절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를 술집에서 말하다가 잡혀가는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들은 내 집 마련이나 아이들 학자금을 준비하는 적금을 들어야 하지만 정치 이야기를 쓰는 저와 같은 블로거는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형'을 대비하여 매달 돈을 저축해야 합니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이 포스팅을 읽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어?'라고 묻는 날이 오도록 글도 쓰고 벌금도 모아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