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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악착같이 버티던 강용석이 최후에 남긴 것



성희롱 파문으로 한나라당에서도 제명당했던 강용석 의원이 모욕과 무고, 명예훼손 혐의에서 항소를 기각당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금고이상 (집행유예 포함)의 형을 선고 받을 경우 국회의원 당선무효가 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강용석 의원은 판결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기나긴 시간 동안 강용석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라는 국회의원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부터 당선무효형 선고까지 정말 악착같이 버티던 그의 모습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살펴보겠습니다.


■ 일이 터지면 무조건 오리발, 그리고 당당하게 고발해라.

강용석 의원은 '국회 의장배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홍대 음식점에서 회식하는 도중에 여성 비하와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중앙일보의 보도로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기사가 나오자 강용석 의원은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은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왔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중앙일보의 보도내용이 허위 왜곡보도이며, 기사내용과 같은 성적 비하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며,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기사를 작성했던 중앙일보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당시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보면, 마치 중앙일보가 술자리에서 카더라 통신을 듣고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처했고, 여기서도 자신은 결백하다고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이런 강용석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처럼 모든 의혹과 문제를 강력하게 부인했던 정치인들의 최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인의 관용차 사용과 가사도우미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운행일지와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파문이 커지자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SLS 그룹 이국철 회장에게 기자 시절부터 매달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금품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엉터리 같은 얘기" 라며 부정했지만, 현재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입니다.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수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해당계좌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때는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니 정치자금이 아니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그러나 결국, 벌금 700만원 판결을 받았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이해관계가 없는 수십 명의 대학생이 버젓이 보는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놓고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만났던 정치인들은 얼마나 부정한 일을 저지르고도 깨끗하다고 주장했겠습니까?

저들에게는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오리발 내밀고, 자신을 결백한 사람이라고 보이는 행동만이 당연한 정치인의 절차라고 믿는 자들입니다.

■ 국민이 국회의원을 심판해도 국회는 용서해준다.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파문 이후 한나라당,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보도자료(라고 쓰고 증거조작이라고 읽습니다)를 비서와 보좌관을 시켜 일일이 의원실에 돌립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반박문과 동일한 내용의 보도자료가 중앙일보 기사직후에 국회의원실에 모두 배포되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의 결백 주장에 대해 SNS와 온라인상에서는 거짓이라는 반박이 나왔지만, 국회의원들은 이 종이 한 장을 통해 강용석 의원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강용석 의원 제명은 불가하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탈당을 시켜놓고도 강용석 의원 보호를 위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결국,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국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방청객을 내쫓고 카메라도 꺼버린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이 강용석을 구제한 이유는 강용석을 제명하면 자신들 중에서 살아남을 자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치] - 강용석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성나라당 명단.

국회의원은 국민의 투표로 국회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믿을 곳은 국민이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믿을 곳은 오로지 자신과 같은 범법자들이었습니다. 결국, 국회는 알고 보면 법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범법자를 구제해주고 범법자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 최후까지 물고 늘어져라. 그것만이 살 길이다.

강용석 의원은 국회의원 제명안이 부결되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10.26 재보궐 선거가 시작되자, '박원순 저격수'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정치] - '타진요'들어가고 강용석 기획'박진요'등장

그는 박원순의 학력과 '아름다운 재단'을 물고 늘어지면서 '박원순 저격수'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뒤에서 열심히 도왔습니다.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시민에게 버림받자 이제는 '안철수 저격수'로 나섰습니다. 

자신의 블로그에 '박원순 문제점','안철수 문제점'이라는 카테고리까지 만들어서 안철수 교수를 비난하고 나서더니, 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제가 누누이 주장했던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2012년 예산 14억을 삭감해주셔서 감사하다” 말과 함께 큰 소동을 벌였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달라고 하자
조경태:“하세요, 하세요”(지나가는 말로)
강용석: “당신이 위원장이야? 조경태!”
조경태: “젊은 친구가 싸○○가 없네”
조경태: “제가 부산에서 지방대 나왔지만…, 참 거시기합니다”
강용석: “어느 대학나왔는데!”

강용석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이슈화를 잘 만들어냅니다. 박원순 학력 의혹 제기부터 자신에 관한 신문기사를 올려놓고 해킹 소동을 벌이더니, 이제는 국회에서도 어느 대학을 운운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합법적이며,정당하다고 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어쨌든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파문으로 잊혔던 자신의 존재를 박원순,안철수를 통해 부각했고, 유죄 판결만 아니면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보통 사람은 성희롱범으로 몰리면 얼굴도 못 내미는데, 국회의원은 이토록 질긴 생명력(?)을 갖고 살아갑니다. 

이명박 대통령 사돈이자 서울대법대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한 수재라 그런지,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은 박근혜 의원과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비롯해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대권주자 1순위 박근혜 의원도 섹시하다고 하는 그에게 아나운서와 일반 여성 성적 비하는 그리 큰일도 아니고 죄인 취급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었을 것입니다.

강용석 의원이 직장을 다녔다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걸려 징계를 받아도 충분했겠지만, 그는 멀쩡히 잘 살면서 국회에 등원하지 않았어도 월급도 꼬박꼬박 챙겼고,  남을 물고 늘어져서 잊혀가는 자신의 존재도 알렸습니다. 

트위터에서 강용석 의원을 뽑아준 마포구민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포구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가 문제입니다. 이런 자들이 다시 정치판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살아남아 언제고 국회에 금배지를 달고 오기 때문입니다. 

강용석 의원은 민주당 조경태 의원을 향해 외쳤습니다.
“너나 집에 가! 국회의원이 트위터에 ‘쫄아’갖고 창피하지도 않아!”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국민이 진심을 담아 말하는 트위터에 쫄지 않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진실을 봤던 사람이 있어도 당당하게 '난 결백하다'라고 외칩니다. 그들은 자신과 똑같은 범법자들인 국회의원을 존경하고 믿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악착같이 버티면서 최후에 우리에게 남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년 총선에 제2 제3의 강용석이 나올 것이고, 이들은 강용석처럼 거짓을 말하고 국회의 보호를 받으며,국민의 세금을 축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내년 총선까지도 강용석은 국회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