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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군대 가서 다쳐 서러운데,깁스하고 변기 청소라니



군대에 가서 다치면 참 서럽습니다. 민간 병원은 찾아오는 사람도 많고,입원해 있는 동안 휴식도 취할 수 있지만, 군 병원은 사정이 다릅니다. 군대라는 특성 때문에 자대처럼은 아니지만 나름의 점호도 받아야 하고, 경상 환자가 군의관이나 간호장교를 대신해서 잡무를 처리하는 때도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군 병원은 짬밥보다 '약밥'이라고, 누가 빨리 병원에 입원해 있는가를 따져 계급이 아닌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이등병이 병장에게 잡일을 시키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2011년입니다. 그래서 저는 군 병원이 바뀐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군 병원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군 복무 중 다친 병사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 병사들은 팔에 깁스하고 한 손으로 물걸레질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 대걸레질은 양손으로 해도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깁스하고 있는 상태에서 청소를 시키고 있습니다.


복도 청소는 그렇다 치고, 사진 속 병사는 허리를 구부리고 변기를 열심히 닦고 있습니다. 깁스했던 사람은 알겠지만 다리나 팔, 어디 한 군데 깁스를 하면, 몸이 둔해지고 허리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좁은 화장실의 변기를 솔로 빡빡 밀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군 병원에 입원한 병사들이 배식통을 나르고 입원 환자에게 배식까지 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군대에서는 아프다고 함부로 입원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진짜 훈련조차 받지 못할 정도의 중증 환자만 입원합니다. (물론 빽으로 나이롱 환자도 있습니다.)

외상환자가 태반인 병원에서 내상 환자들은 몸을 가누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외상이든 내상이든 환자에게 배식통을 운반하고 환자에게 배식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군대에서 입원했어도 군인이기 때문에 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식과 무지, 그리고 사람 죽이는 소리입니다.


병원은 말 그대로 아픈 환자가 입원해 있는 곳입니다. 별의별 증상을 가진 환자가 병명도 다른 상황에서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 내 감염은 아무리 철저히 해도 막기 어려울 정도로 두려운 존재입니다. 흔히 '병원에 가서 병을 키워 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병원 내 감염은 심각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모든 감영 원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군 병원에서는 입원한 군인이 온갖 세균이 우글거리는 변기 청소까지 한다는 사실은, 병원 감염을 연구하는 의사가 보면 뒤로 자빠질 이야기입니다.

아니 기절 정도가 아니라 의사 가운을 버릴 정도는 '배식'이라는 문제입니다. 흔히 병원균은 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한 감염이 제일 많은데 그중에서 식사는 감염 매개체로 제일 쉽고 빠른 요인입니다.

변기 청소를 하고 난 병사가 배식까지 한다면 아주 병원균을 그 환자 입에 넣어주는 꼴이 되어버립니다. 특히 군 병원 환자는 외상과 창상 환자가 대부분인데 그런 환자들이 세균 감염에 치명적인 청소를 하고 배식을 하는 장면은 병원 감염 연구학자가 본다면 후진국 사례로 손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비위생적인 군 병원의 문제는 일부 군 병원만의 일이 아닙니다. 군 병원 14곳 가운데 6곳이 환자가 청소하고, 9곳은 환자가 배식하고 있습니다. 병원 내 청소와 급식을 용역으로 처리하고 있는 군 병원은 대한민국 군 병원 전체 14곳 중 단 2곳에 불과합니다.

군대라는 특성을 고려해도 환자가 청소하거나 배식까지 하는 모습은 의학적으로나 인권 면에서 대한민국 군대가 얼마나 전근대적인 모습인지 보여주고 있는 증거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계속해서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 친구가 제대 후 군병원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망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1995년이었는데, 그런 일은 지금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韓國/시사] - '제대하고 죽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들'

이렇게 군 병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쓰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군 병원도 개선하고 있다'라는 반박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2008년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군 병원 아니 전면적인 군 의료체계를 바꾼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2011년, 군 병원이 20개에서 14개로 줄어든 것 이외에는 별다르게 바뀐 점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전염병과 군의료체계 문제점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韓國/시사] - 美 교도소 죄수보다 못한 논산훈련소 군인.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병사를 통해 군 의료체계의 문제가 연일 제기되자, 국방부는 2008년과 대동소이한 군의료체계 개선안만 줄기차게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방부는 군대 의료체계 문제점이 생기면 무조건 숨기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2명 이상의 전염병 환자나 식중독 증세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보고하기로 되어 있지만, 대대장이 자신의 진급에 영향을 끼칠까 봐 숨기고 병사를 죽음의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韓國/시사] - 대한민국 군인이 무슨 잔반처리반입니까?

실제로 방송에 보도되지 않은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과 부대장의 입막음으로 외부로 나오지 않는 비리와 군대의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SBS의 보도에 대한 해명으로 '기획재정부가 군병원 용역비 36억 원을 지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방부 예산 중 '군장성 품위 유지비'가 연간 42억 원입니다. 장군들의 품위 유지를 위해 42억 원은 반드시 지출하면서, 군대에 가서 다친 환자를 위한 예산은 국방부가 다른 예산을 절감해서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군 사단장이 지인들에게 제일 많이 받는 전화 중의 하나가 바로 '군병원에 입원한 자기 아들을 빼달라'는 전화입니다. 군병원을 믿을 수 없기에 빽이라도 써서 민간병원에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있는 집 자식은 그나마 이렇게 빽이라도 써서 자식을 살릴 수 있지만, 없는 집 자식은 그마저도 못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들을 낳으면 이제 죄인이 되고 있습니다. 돈과 빽이 있는 집 아들은 군대도 보내지 않고, 군대에 가더라도 아프면 민간병원으로 치료하며 다닐 수 있습니다.

군대에 보낸 아들이 훈련 중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만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을 부모가 깁스한 팔을 가지고 변기 청소 하는 장면을 보면 억장이 무너질 것입니다.

부하를 사랑하는 장군이라면 '병사의 피고름을 빨았던 오기 장군'처럼 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훈련 중 다쳐 깁스한 병사들이 변기청소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장군이 대한민국에 단 한 명도 없기에 제 아들을 군대에 보내기가 싫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