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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군 화생방 훈련이 왜 고통스러운지 밝혀졌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 훈련소에서 겪는 가장 힘든 훈련 중의 하나가 바로 화생방 훈련입니다. 완전 군장 행군도 힘들지만, 대부분 화생방 훈련이 있기 전 날은 잠을 못 잘 정도로 두근거리고 어떻게 훈련을 잘 받을지 두렵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화생방훈련이지만, 화생방 훈련장에 막상 들어가면 방독면을 벗겨버립니다. 사실 화생방 훈련은 얼마나 빨리 방독면을 착용하고, 무기를 들고 전투에 임할 수 있는가를 훈련해야 하지만 대한민국 군인은 오히려 화생방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경험하며, 콧물, 눈물과 함께 침을 질질 흘리며 화생방 훈련장을 탈출하는 만행(?)까지 보이는 일이 태반입니다.

사실 훈련소에서는 화학전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고, 훈련소에 입소한 장병을 제대로 된 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화생방 훈련 시 방독면을 벗기고, 노래를 부르게 하고, 동기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숨을 더 몰아쉬게 만듭니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보니 그런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 화학전이 발생하면 대한민국 군인 6.5명은 전사?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한민국 군인이 사용하는 방독면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 4~6월 감사원의 군용 방독면 검사 결과’자료를 보면, 표본 조사 결과 군이 운용 중인 방독면 80개 중 부적격 제품이 52개(65%)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군인은 화학전이 발생하면 방독면을 쓴 사람 중 6,5명이 불량 방독면 때문에 바로 전사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방독면 불량뿐만 아니라 화학전이 발생하면 화학작용제 탐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장비인 K-CAM2의 불량도 30개 중 21개로 무려 70%의 불량제품으로 밝혀졌습니다.

완전군장의 범주 안에 늘 허리에 매달고 다녔던 방독면이 거추장스러웠지만, 화학전 관련 이론 훈련과 비디오를 보고 늘 신줏단지처럼 챙겼던 저에게, 이런 발표는 거의 충격적이었습니다. 문제는 방독면 불량이나 화학전 탐지 장비의 불량이 왜 문제이고, 화학전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북한은 미군이 오기 전에 화학무기로 전쟁을 끝낸다.

어떤 사람들은 화학전이 얼마나 무섭고, 현재 대한민국이 화학전을 왜 대비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데, 만약 전쟁이 나면 개전 3일은 화학탄두를 장착한 포탄이 서울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북한의 작전교범에는 “미군의 한반도 진입에 앞서 속전 속결로 유리한 전세를 얻기 위해서는 화학전을 편다” 라는 지침이 적혀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하기에 앞서, 초기 전투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개전 초기의 승기를 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학무기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교범 곳곳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 화학무기는 심리전에 지대한 효과를 보여준다
○ 기계화부대 여단과 보병 1개 사단을 전투지역에 파병하는 것 보다, 야포나 혹은 미사일의 탄두에 화학무기를 첨가해 발사할 경우 비용은 물론 효과 측면에서는 무한하다
○ 개전 초기 후방의 민간인들을 제압하는 등 심리전을 이용하는 데는 화학전이 최선의 방법이다

북한 작전교범과 전투교범 곳곳에서 강조하는 화학무기의 우수성은 북한이 지금 전쟁을 하면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자 유일하게 승리할 수 있는 최고의 작전일 수 있습니다. 바람과 지형 등의 화학전 가능 조건만 맞추면 포탄 몇 발로 전방은 물론이고, 서울 시내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아예 초기 전투를 대한민국 군대가 대응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북한군은 1960년대부터 김일성의 명령에 따라 지속적으로 생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실전에 배치했습니다. 신경, 수포, 혈액, 질식, 최루, 구토작용제 등의 화학작용제(생화학무기) 2천500~5천여t을 현재 보유하고 있으며 생물학무기로는 탄저균,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페스트, 브루셀라, 아토균, 발진티푸스, 두창, 유행성출혈열, 황열병, 보톨리늄 독소, 황우 독소 등 약 13종의 생물학 작용제 균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대전에서 생화학무기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습니다. 포탄은 그 지역과 살상 반경만 조심하면 될 수 있지만, 생화학무기는 바람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전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지역까지 초토화시키는 강력하고 무서운 무기입니다.

■ 되풀이되는 방독면 불량, 언제까지 넘어갈 것인가?

현재 대한민국 국군의 방독면을 제작 납품하는 업체는 삼공물산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납품했던K-1 군용 방독면은 예전에도 수차례 불량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던 제품입니다.

1998년 육군 8사단 전체 방독면 9,855개를 검사한 결과 48%의 방독면이 불량으로 밝혀졌고, 1999년과 2000년 해군과 공군에 납품되었던 K-1 군용방독면의 경우는 96%와 87%가 사용할 수 없는 제품으로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그 당시 국방부가 내놓은 변명이 가관입니다. "이음새 부분은 시험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인데, 방독면 보호두건에는 17곳의 이음새 부분이 있습니다.여기에서 가스가 스며들어 방독면의 기능이 상실된 상황인데도 이음새 부분은 시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방독면 시험을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방독면이 가스를 완벽하게 막아내는가를 검사하는 것인데, 시험 대상이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버티더니 지금도 이지경입니다.


예전에 민방위 훈련에 갔다 오니 국민방독면을 나눠주었습니다. 민간인이지만 국민 방독면이 있으니 전쟁이 나도 조금은 살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이 방독면을 착용하고 거리에 나갔다는 23초 만에 죽는 방독면이었습니다.

화학무기도 아니고 화재용 국민방독면이었던 저 방독면은 일산화탄소를 3분도 아니고 23초밖에 견딜 수 없었던 아예 쓰는 시간에 대피하는 것이 더 빨랐을 무용지물 방독면이었습니다.

이런 군납비리가 나오는 이유는 뻔합니다. 군장성들이 퇴역하고 이런 군납업체에 입사하고, 이들이 로비를 벌여 불량품이지만 군대에 납품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군사전문가와 화학무기 전문가들은 만약 대한민국에 화학무기가 터진다면 화학 부대 이외에는 모두 전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방독면 불량에 보호의는 무겁고 전혀 쓸모가 없게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작전교범에도 명시된 화학전, 그리고 미군 부대에는 꼭 빠지지 않고 배치된 '포탈 실드'(화학 무기 공격에 대비한 세균 탐지기) 이런 상황인데도 군인의 가장 기본적인 방독면마저 불량인 대한민국에서 북한이 주적이니 북한의 위협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매번 '북풍' 타령만 하고 있으니 어찌 대한민국 국민으로 분노가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훈련소나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한답시고 방독면을 벗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떤 군인정신을 고취시키거나 극기와 인내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화학무기가 터져도 방독면 없이 숨을 참을 수 있게 하는 심폐력 증가 훈련
고통이 심해도 몇 분간은 싸우다가 죽을 수 있는 전투력 배양 훈련
화학전이 발생해도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전사 체험 훈련

대한민국의 국방정책은 오로지 몸빵이외에는 전투력으로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늘 군인들의 군복무 개월 수만 늘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이여, 화학전이 터지면 유언장부터 잘 써놓으시기 바랍니다.

나 태어나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제대로 된 방독면 하나 없어 죽을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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