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희망버스'를 무조건 막아라.초토화 작전 세부계획



한진중공업에서 크레인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씨를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9일 저녁 부산에 모였습니다. 자비를 들여 참가한 인원만 1만여 명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버스 195대, 승합차 50대, 제주에서는 비행기까지 타고 부산으로 모였습니다.

직장인과 일반인,주부,초등학생부터 노년층에 이르는 많은 사람이 참가한 이번 '희망버스'는 지금 시대,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해고노동자 문제를 위해 전국에서 평범한 일반 시민이 1만 명 이상 참가한 집회는 근래 들어 찾아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희망버스'를 대하는 현 정부의 움직임은 오늘 제목처럼 '초토화 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지시했는지 어떤 이가 주도했는지 모르겠지만, '희망버스'를 어떻게 초토화했는지 그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무조건 강경 진압, 집회 해산 후 참가자 발본색원

이번 '희망버스' 참가자의 대부분은 일반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정치인도 노동계도 참석했지만, '희망버스'를 탑승한 사람은 순수 자비를 들여, 긴 시간 동안 오로지 '한진중공업'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서 왔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혹은 직장 동료와, 또는 혼자서 순수한 마음으로 전국에서 몰려온 시민에게 현 정부는 단호한 '희망버스' 초토화 강경 진압 작전을 전개했습니다.



일명 '남호산성'이라고 불리는 경찰 차벽을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아예 한진중공업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도록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색소물대포를 발사했고, 최루액이 포함된 물대포를 발사했습니다. 최루액과 색소물대포로 참가자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전격적으로 시위자들을 연행하는 아주 정교하면서도 치밀한 작전을 전개했습니다.

이번 경찰의 진압작전에 따른 의미를 보면

▶ 차벽:집회의 원인을 아예 차단해 확산을 하지 못하도록 강경한 대응
▶ 최루액: 집회 자체를 와해시켜 버리려는 초강력 진압작전
▶ 색소물대포: 집회 참가자는 모두 찾아내겠다는 발본색원 작전
▶ 시위자 연행: 집회 가담자를 구속해, 3차,4차 후속 시위를 막겠다는 작전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화염병이나 투석전을 감행한 폭력시위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최고레벨의 강경 진압 작전을 실시했으며,이는 단순히 집회를 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특히 시위 가담자 연행은 물론이고, 색소 물대포를 통해 참가자들을 모두 발본색원하겠다는 모습은 제3, 제4의 '희망버스'를 아예 차단하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경찰은 집회참가자들을 무차별 연행했는데, 이 중에는 해고노동자 아버지를 보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온 고등학교 1학년 딸,중학교 3학년 아들,부인도 있었습니다. 경찰에게는 어린 중학생과 고등학교 여학생도 강제 연행을 해야 하는 폭력시위자일 뿐이었습니다.

현 정부에 있어서 '희망버스'는 순수 시민들의 집회가 아닌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무조건적인 강경 진압을 해야 하는 초토화 작전이었습니다.

절대로 '희망버스'를 알리지 마라, 언론차단작전

'희망버스'는 전국에서 참석한 인원만 1만여 명을 넘어 거의 2만여 명에 가까운 시민이 모인 집회였습니다. 그런데 한진중공업 사태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희망버스'가 무엇인지, 이들이 왜 부산에 모였는지, 아니 부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원인은 단 한 가지, 바로 언론이 보도하지 않거나 단신으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온라인 뉴스는 네이버 메인에 올라오는 '뉴스캐스트'입니다.<미디어 오늘> 보도에 따르면 10일 오후12시30분에 네이버에 등록된 언론사는 총 50개 450개의 기사를 올렸습니다.그중에서 '희망버스' 관련 기사는 단 11건뿐이었고,이는 전체 기사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소수의 기사였습니다.

9일 저녁부터 트위터에서는 수많은 멘션과 소식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었고, '희망버스' 사건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1만여명 모인 거대 집회였습니다. 최루액이 담긴 물대포와 색소 물대포가 시민을 향해 발사되고 중학생과 고등학생까지 연행되는 사건이지만, 언론사들은 그저 침묵했고, 포털 사이트도 다음 (Daum)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많은 언론사의 인터넷판은 실시간으로 빠른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그런데 유독 '희망버스' 기사들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누구나 짐작하듯이 언론을 차단하여 사람들에게 한진중공업 사태를 알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휴일이라고 언론사들이 인터넷판을 쉬었기 때문일까요? 한국 언론은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할 의무가 있는 기자들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송고할 기사만 쓰고 있는 시대입니다.

'희망버스'는 폭력시위? 여론을 조작해라

네이버처럼 온라인에서 '희망버스' 관련기사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TV 뉴스 방송은 어떻게 보도를 했을까 살펴봤습니다.



MBC 뉴스는 단신으로 처리했고, KBS는 '사건사고' 뒤로 편성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뉴스 타이틀이 '충돌', '연행', '격렬한 몸싸움'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만약 일반 시민이 TV 뉴스를 봤다면 '희망버스'는 일반적인 '과격시위'로만 인식될 뿐이었습니다.

경찰의 과잉진압이나 '색소 물대포','최루액 물대포'는 전혀 부각되지 않고 오로지 '몸싸움'으로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희망버스'에 참가한 사람들이 격렬한 과격시위자처럼 비추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희망버스'가 증오버스라고 주장하기도, 부산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트위터 사용자는 '한진중공업 개떼 습격사건'이라고 폄하와 비난을 하고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시위는 거의 북괴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 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희망버스' 글을 쓰면서 숱하게 보던 우리 현대사의 아픈 장면을 다시 보는듯했습니다. 어떤 장면인지 여러분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면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는 보도, 데모와 시위는 북한의 지령에 의한 활동이었다는 KBS 뉴스 보도, 신문은 연일 데모대 때문에 생업이 어렵고, 폐허가 되었다는 기사로 1면을 장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그 당시를 회상하면, 과연 그 모든 일이 북한의 지시와 불순분자의 활동과 폭력시위였습니까?


'희망버스'에 참가한 경찰이나 기자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과격한 폭력시위자도 아니었고, 노동운동만 하는 운동가도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자비로 순수하게 참가를 했던 대다수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위정자들은 국민에게 진실을 절대로 알려주지 않고,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를 초토화 작전으로 강경 대응과 섬멸식으로 무조건 막기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 모습은 2011년 지금도 우리 두 눈으로 너무나 어이없게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3차,4차 '희망버스'는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 정부를 믿고 언론 보도를 신뢰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거짓과 부정부패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위해 만들어진 허상이었음을 아는 순간,국민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진실을 감추고, 시민을 억압하고 구속하면 할수록 불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