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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美 교도소 죄수보다 못한 논산훈련소 군인.

논산훈련소에서 사망한 노모일병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육군 수사 브리핑에 따르면 숨진 노일병은 행군을 마치고 의무대에 와서 아픈 증상을 호소했지만, 군의관이 퇴근해서 의무병 (일병)이 임의로 처방한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사망했습니다.

제 군 경험으로 미루어 타이레놀을 처방한 의무병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아파서 의무대에 가봤자 군의관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고, 대부분 의무병이 처방해줍니다. 열이 나면 타이레놀, 배가 아프면 소화제를 줍니다. 외상이야 군대에서 늘 있기에 통증이 있으면 맨손레담을 발라주고, 의무병과 친하면 뿌리는 파스 한 통 받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 의료 혜택을 받는 경우는 외상 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외상이야 직접 아프다는 사실을 목격할 수 있으니 그나마 낫지만, 내상의 경우 거의 꾀병으로 치부합니다.

논산 훈련소 출신은 아니지만, 훈련소에 입소하면 매일 아픈 환자를 검사는 합니다. 일직 사관이 점호 시간에 아픈 사람 있냐? 감기 환자 있냐? 외관상 쭉 살펴보고 크게 아픈 부위가 없으면 넘어갑니다. 친절한 일직사관은 의무대에 가서 감기약이나 파스를 바르게 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토록 대한민국 군 의료체계가 허술한 이유가 있습니다. 상대하는 군인에 비해 군의관이 현저히 적기 때문입니다. 육군 최대 규모 육군 훈련소 의무대 현황을 살펴 보겠습니다.


육군 훈련소 홈페이지에는 내과의 1명, 일반의 2명, 치과 군의관 1명 총 4명이 하루 평균 100-300여명의 환자를 본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논산 훈련소 입소 인원은 총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육군 훈련소의 1일 교육인원은 1만3천여명입니다. 여기에 기간장병까지 합치면 거의 1만5천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의무대 군의관은 달랑 4명입니다. 연무읍에 있는 의원, 그리고 논산 시내 준종합병원도 매일같이 환자가 넘쳐나는데 1만5천명이 넘는 논산 훈련소 의사는 4명뿐입니다.

젊고 튼튼한 환자라서 그럴 수 있다고요? 군대 입대를 하면 과도한 훈련으로 환자는 오히려 더 많습니다. 외상 환자를 비롯해서 감기 환자는 겨울철에 언제나 넘쳐납니다. 군대에서 발에 못이 박혔던 저는 의무대에 가서 소독약 바르고 항생제 약 먹은것이 전부입니다. 고참들이 독을 빼야 한다고 망치로 무식하게 발바닥을 두들겨서 나았을까요?

결핵성 뇌수막염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오모병장은 수차례 의무대에 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군 의무대에 가면 사회에서 금방 찾는 병명도 못 찾기 다반사입니다. 오죽하면 군인들이 몸이 이상하면 고참들에게 말하고 휴가 기간에 사회 병원에 가겠습니까?


숨기고 싶은 과거지만, 미국에 있을 때에 카운티 교도소에 20여일간 수감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처음 수감 될 때 거의 정밀 검사 비슷한 의료 검사를 받았습니다. 약물 복용 사례, 과거 병력, 알레르기 증상 등 등 별의별 문진과 직접적인 검사만 거의 2시간이상 소요되었습니다. 참고로 피도 뽑고 보통 일상적인 검사는 다했습니다.

그리고 끝이 아닙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의무실에서 호출합니다. 의무실에 가면 아리따운 여의사는 아니지만, 나름 젊은 의사가 세밀하게 문진과 청진,그리고 몸의 열을 계속 체크합니다. 제가 원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하는데, 설사를 계속한다고 약만 한웅큼을 받고 검사도 했고 특별식으로 음식도 제공 받았습니다.

물론 미국 교도소라고 의료 시설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거나 필요한 검사가 있으면 MRI나 CT 장비가 있는 외부로 보냅니다.(중범죄자는 약간 시스템이 다르지만)
법적 소송과 책임을 면하기 위한 이유도 있고, 교도소 내 마약을 단속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솔직히 군대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의무실에 다녔습니다.


대간첩작전이나 작전중 전사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순직의 경우 사망 보상금은 3,656만 원입니다. 이나마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에 인상된 금액입니다. (천안함 이후로 현역 군인 사망 보상금 인상이 추진되었습니다.) 저의 군복무 시절은 딱 3개월치가 지급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 월급이 만원이 약간 넘었으니 채 십만원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그런 이유로 사병이 사망하면 대대장,연대장,사단장과 간부들,그리고 사병들이 모아서 돈을 주고 장례비조로 지급되는 금액과 합쳐 유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질병에 관한 사망과 자살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작년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던 정모 훈병은 중이염으로 고통 받아 수차례 치료를 요구했으나 꾀병이라는 폭언으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정모 훈병은 이처럼 폭언과 중이염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했습니다.

그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누구의 책임입니까?


대한민국은 군복무가 의무입니다. 즉 신체와 정신,학력에 큰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합니다. 하지만 고위층 자녀,재벌,언론사 사주 자녀들은 거의 군대에 가지 않습니다.

대통령부터 군대에 가지 않았던 사실은 우리 국민이 아들을 과연 군대에 보내는 것이 정당하다고 느낄 수 없습니다. 속칭 빽있고 권력자와 재벌,언론사 사주 가족들은 군대에 가지 않고 잘 삽니다. 하지만 우리 평범한 아들들은 군대에 가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서 집으로 옵니다.

제 친구도 군시절 질병으로 고통 받다가 결국 제대 후 얼마 안 있다가 죽었습니다. 친구 부모님은 친구들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잘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죽은 친구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아들을 묻는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원통함은 누가 풀어줍니까?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군의문사위원회)가 해체되었습니다. 폭행,자살,살인 등 수없이 많은 원인과 의문에 있는 사건이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되었습니다. 부모들이 아직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 있다고 애타게 연장을 요구했지만 묵살되었습니다.

이 땅에 평범한 남자로 태어나 군대에 가서 치료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은 자들이 어디 술 먹다가 죽었습니까? 아니면 놀다가 죽었습니까? 대한민국 남자로 의무를 다하려다 고통 받고 있는데, 정부는 외면하고 말로만 군 의료체계를 보완하겠다고 합니다.

미국 죄수들도 의료 시스템에서 보호받고 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군인은 군복무 기간 동안 제대로 치료는커녕 꾀병이라는 폭언과 폭행과 정신적 구타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어제 이웃 블로거 한 명이 군대에 갔습니다.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몸 건강하게 제대하라는 말뿐입니다. 군대에서 다치고 병에 걸리면 제대로 치료와 정부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질병으로 고통 받다가 죽은 억울한 영혼이 아직도 이 땅에 맴돌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과 남아 있는 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없습니다.

군 시절 훈련받으며 악을 쓰며 외쳤던 구호가 있습니다.
"아들 낳지 말자, 아들 낳아도 군대 보내지 말자"

아직도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그래서 군대에 가는 모든 이 땅의 남자 장병에게 부탁합니다. 제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