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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아내 출산 후,산후 조리를 남편 혼자 해보니.


제주도에 내려와서 딸을 낳았습니다.제가 사는 곳은 제주 시내에서 차로 40분이상을 가야 하는
구좌읍이라는 전형적인 제주 시골입니다.특히 저희 집은 허허벌판에 버스도 다니지 않는 곳입니다.

출산 전에 많이 고민했습니다.산후 조리원을 갈까? 아니면 다시 서울로 올라갈까? 장모님을 부를까? 하지만,산후 조리원에 있으면 제가 시내까지 왕복 거의 100킬로를 매일 운전해야 하고,서울을
올라가면 또 제주에 정착하는 과정이라 힘들고,장모님은 오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가장 난관에 봉착한 것이 바로,산후 도우미를 돈을 주고 불러도,제가 사는 집까지는 오기
힘들다는 산후 도우미 파견 업체의 답변이었습니다.차비가 더 들어서 마이너스라고 하네요 ㅠ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그까이 산후조리,내가 산후 도우미가 되어서 해주지.머 어렵겠어?
"예전에 미국과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자취생활도 해보고 다했는데 못할게 모가 있어."

그렇게 저의 산후 도우미 생활은 아이의 출산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제 하루 일과를 볼까요?


모유 수유를 하지만,젖이 부족한 아내라서 모유 수유와 분유를 병행합니다.그런데 젖병 10개를
삶아도 하루에도 부족해서 몇 번이고 삶아야 합니다.분유는 정량대로 타지만,아기가 먹다가 남기면
다시 먹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너무 아까워서 설탕 타서 군 시절 기억으로 먹어봤지만 맛은 영 꽝..

암튼 젖병 삶기는 기본중의 가장 기본이면서 제일 귀찮고 힘든 일 중의 하나입니다.



팬티 기저귀가 비싸다고 일반형 기저귀 사서 집에서는 기저귀 커버하고 같이 사용하는데,
딸내미가 무슨 방귀 소리를 내면서 힘을 주면 싸대는지,떵이 옆에도 묻고,커버에도 묻고 합니다.
성질나서 그냥 팬티형 기저귀를 사용하는데,이제는 기저귀 가는 도중에 오줌을 싸버리고 떵도
싸댑니다.한번에 다 싸고 갈면 좋겠지만,도대체 다 싼지 안 싼지 알 수가 없어서...ㅠㅠ

(고백합니다.전 아직도 떵 기저귀는 제가 갈아주지 않습니다.오줌 기저귀만 갑니다.ㅠㅠ)

아이 떵이 묻은 속싸개와 아기 옷 일체를 모두 삶아대고 다시 세탁기에 돌리는데,하루에 한번
큰 솥으로 삶아대도 빨랫감은 매번 또 나옵니다.


면손수건에 아기 배냇저고리,기저귀 커버,속싸개,이불을 삶아서 세탁하고,볕이 좋으면 이불도
항상 말립니다.여기에 그 빨랫감을 하나하나 개어 바구니에 담는 것도 일입니다.

제가 자취 생활하면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이 빨래 개는 것이라,세탁 건조기에 말려서 그냥 방에
주욱 널어놓고 살았는데,아기 옷은 그러지도 못합니다.아기 옷이 작아도 수량은 많아서 빨래는
늘 산더미처럼 쌓여 매일매일 세탁을 해야 합니다.



아파트면 욕실에서 아기 목욕을 시키면 좋겠지만,여기 욕실은 난방이 안 되고 추워서,꼭 거실로
나와 목욕을 시킵니다.하루에 한번 목욕할 때마다,아기 목욕통에 목욕물 받고 목욕시키고, 버리고
씻기는 일을 하면 온몸이 땀에 젖어서 죽겠습니다.

아기가 목욕할 때마다 울어대는데 혹시 감기 걸릴까 봐 노심초사에 걱정되어서 그것도 힘들고.
매일매일 샤워해야 살아가는 제가 요새는 3일에 한 번도 샤워를 못합니다. ㅠㅠ


아기 출산 전에는 아내가 식사 때마다 밥을 차려주고 저는 밥 먹고 바로 일만 했습니다.
근데,이제는 제가 밥을 해서 아내를 차려줘야 합니다.저야 배고플 때만 먹으면 되지만 아내는
모유 수유 때문에 식사를 시간에 맞추어 먹어야 해서,매끼마다 밥을 차려야 합니다.

미역국으로 끓일 수 있는 재료는 다 써봤습니다.소고기 미역국,사골 미역국,홍합 미역국 등등
이제 미역국 보기만 해도 질립니다.그래서 사진에도 일부러 미역국 사진은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남자의 요리에는 빠질 수 없는 라면 스프와 다시다를 쓰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 맛이 이상해져
아내의 눈치를 살살 봅니다.그리고 매운 음식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도저히 요리를 해내는 게 힘들고
마트를 매일 갈 수 없어서 더욱 힘듭니다.

아침밥 먹고 설거지하면 점심,또 설거지하고 빨래하면 또 저녁입니다.저녁에는 목욕도 시켜야 하고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매일매일 청소를 하지는 못해도,이틀에 한 번씩은 청소를 합니다.그런데 지금 난방비 아낀다고
거실에서 생활하는데,이불을 모두 개서 털고 청소기 돌리고,걸레도 밀고하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말 저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로봇 청소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을 위해 자명종 시계 놓고 인증샷

울 딸내미 저렇게 말똥말똥한 표정을 보시기 바랍니다.새벽 4시 25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낮에는 쿨쿨 자다가, 밤 10시부터 난리를 칩니다.젖 먹고 한 시간 자다가 깨고,한 삼십분 놀다가
다시 자다가 또 일어나고,사람 미칩니다.

요새 제가 1일 1포스팅 하는 것을 기적이라고 저는 자부하고 싶습니다.아마 한 10시간 만에 포스팅
하나 완성하는 것 같습니다.자료 한 시간 찾고 빨래하고,자료 정리하고 젖병 삶고,포스팅 쓰다가
밥하고,아침에 딸내미가 제대로 잠을 자주면,이웃 분들의 글도 읽고 댓글도 다는데,깨기라도 하면
정신이 없습니다.


자면 천사같이 예쁜 아이입니다.
그러나 깨면 안아줘야 하는 아이입니다.
자는 모습을 보면 귀여워서 자꾸 만지고 뽀뽀를 해서 아내에게 구박과 눈총을 받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힘듭니다.그러나 아기를 키우면서 힘들고 피곤해도 아이의 모습을 보면
언제 그랬듯이 피곤은 풀리고 행복함이 제 마음을 지배합니다.

풍족한 삶은 아니지만,제가 전업 블로거로 제주도에 내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산후 도우미 역활.
아내에게 만점을 받지 못하지만,아기가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싸고,잘 자서 아주 좋습니다.
모든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겠지만,제주도에 얻은 아기와 함께 보내는 산후 도우미 직업

돈 한 푼 받지 못하는 산후 도우미이지만,아이의 밝은 미소 때문에 이 직업(?)이 행복합니다.


제가 만약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다면,십중팔구 산후 조리원에 백만원이 훨씬 넘게 돈을 지불하고
아내와 아기를 산후 조리원에 맡겼을 것입니다.웬만한 직장에서 남편이 출산 휴가를 받는 일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산후도우미(?)로 일해보면서 정말 아기를 낳고 돌보는 일을 여성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특히 산후 도우미를 불러도 24시간 있지 않기 때문에
밤에도 아기와 산모를 보살피는 일이 절대로 쉬운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출산 휴가받아서 남편분이 산후 도우미 하시려거든,정말 생각 잘하셔야 합니다.
절대로 만만치 않습니다.
회사 일이 아마 백배쯤 편하실 것입니다.그러나 아이의 행복한 미소를
보시면 그런 생각도 잊기는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이 출산 휴가를 받아서 아내와 함께, 아이 돌보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은 장차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된 딸 아이
에게 무언의 압력으로 보내는 포스팅입니다.
요새 제가 댓글과 이웃 방문이 소홀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저의 근황입니다.
이웃분들의 많은 이해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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