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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21세기 최악의 돔구장? 오세훈 때는 가만 있더니

 

 

고척 돔구장이 개장됐습니다. 그러나 고척동 돔구장을 향한 언론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고척돔을 가리켜 '21세기 최악의 돔구장'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는 고척돔을 시작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보다는 지금의 박원순 시장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언론이 고척돔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사는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조선일보가 고척돔 구장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척동 야구장이 돔으로 건립되는 건 국민이 야구계에 주는 큰 선물'이라고 기공식에서 밝혔을 당시 조선일보는 고척돔의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는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정작 고척돔이 완공되자 조선일보는 사설을 포함 수차례 기사를 통해 고척돔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고척돔을 꾸준히 비판했다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할 때 반대를 외쳤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아마야구 등 야구계의 목소리는 외면했던 조선일보가 이제 와서 고척돔을 비난하는 모습은 조금 생뚱맞습니다.

 

조선일보는 '21세기 최악의 돔구장'이라는 기사에서 '부지 선정부터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왜 부지선정이 잘못됐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박동희 기자의 '고척돔, 선물인가 재앙인가'를 보면 부지선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서울시의 연구용역을 맡았던 연구원 A씨는 “동대문야구장 철거를 계획했을 때 시가 대안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대안은 고사하고, 철거 발표 후 허둥지둥 부지를 찾아다녔다”며 “누가 봐도 최악의 입지인 고척동 63-3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도 준비 부족과 ‘내가 터트리면 뒷감당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하겠지’하는 일방통행식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동희의 야구탐사)

 

부지선정이 왜 잘못됐는지 그 과정을 쏙 빼놓은채 무조건 고척돔이 잘못됐다는 식의 비판은 거대 언론사가 할 얘기는 아닙니다. 오세훈 시장이 고척동에 돔구장 건립을 발표할 때 부지 선정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했던 언론사는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잦은 설계 변경과 프로 경기 결정의 모든 잘못은 박원순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잦은 설계 변경 때문에 공사비가 7배로 올랐다면서 고척돔의 문제가 자꾸 바뀐 계획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잦은 설계 변경은 누가 했을까요?

 

 

대체야구장 건립부터 현재까지 고척돔은 7차례 설계 및 사업 내용이 변경됐습니다. 이중 완전돔 변경이나 지하 수익시설 설치, 교통대책 추가 등의 변경과 사업비 증액은 오세훈 시장 때가 제일 많았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프로경기를 위한 시설 개선과 구일역사 설계 변경을 했습니다.

 

408억의 사업비가 1,948억 원으로 바뀐 내역을 보면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은 683억 원이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에는 1,615억 원이 증액됐습니다. 고척돔 설계 변경으로 인한 사업비 증액 대부분이 오세훈 재임 시절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고척돔을 프로야구를 위한 시설로 바뀐 점을 지적하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척돔 자문회의 때마다 프로구단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야구계에서도 제기됐었습니다.

 

'고척돔 자문회의' 2012년 3월 15일

 

○ 김동성(야구계)

① 운영 관련 :돔구장이 유지 등을 위하여 프로야구에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함 . 프로와 아마가 같이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아마 사용일수는 적으며 사회인 야구는 전혀 사용 못할 것으로 예상됨

○ 김종광(야구계)

① 운영 관련 : 타구장(목동) 사례로 볼 때 프로외는 사용이 어려우며, 돔 구장인 경우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됨

② 수익시설 : 식당은 필요한 시설임

③ 소음 및 좌석 : 좌석은 실물에 앉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고, 시민 편의 증진을 위해 크기 조정 등은 필요함

④ 교통대책 : 지하철 연결 필요

 

박원순 시장이 막무가내로 고척돔을 프로 경기장으로 바꾼 것은 아닙니다. 자문회의 때마다 이런 제안이 계속됐고, 2011년 감사원도 '지역 프로야구 구단을 유치하여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마련할 것'이라는 감사 지적 사항을 제기했습니다.

 

고척돔을 만들어 놓고 프로 경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왜 비싼 세금을 들여 프로 경기를 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더 욕을 먹었을 것입니다.

 

'고척돔 비난보다 개선책을 요구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고척돔을 비난하는 카드 뉴스를 제작하면서 허구연 해설위원의 '전 세계 돔구장 중 최악'이라는 말을 인용합니다. 야구 전문가의 말이니 당연히 맞겠죠. 그러나 허구연 해설위원이 지난 1월 자문회의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가 자못 궁금합니다.

 

 

2015년 1월 23일 서울시는 돔구장 운영방식을 놓고 야구계 인사들을 초청해 자문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허구연 해설위원'과 '이순철 한국은퇴선수협의회장', '박강수 사회야구 고덕리그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고척돔을 완벽한 돔구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 비판받아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이미 삽을 뜨고 천억이 넘는 돈을 투자한 고척돔을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비판보다는 개선책을 요구하고, 서울시가 이를 수용해야 하는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서울시는 고척돔 완공과 함께 시범운영 기간 중 지적된 지적사항 중 연결 좌석, 전광판, 덕아웃 지붕, 보행광장 진동 등 4가지 항목을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조적인 변경이나 KBO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부분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고척돔을 방문한 사람들이 제기하는 불편함과 문제점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서울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겠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선하고 있다면 언론은 어떤 점이 개선됐는지, 그 개선책이 완벽한지를 검증하고 취재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는 야구전문가 중심 자문회의나 돔구장 체험 야구선수를 면담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12월 중에 개최하겠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구해야 하고, 시민들도 불편한 내용을 개선하라고 자꾸 요구해야 합니다. 시민은 세금을 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감시자의 역할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척돔을 비난하는 언론사를 보면 오세훈 시장의 돔구장 발표 때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왜 오세훈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완공되니 박원순 시장을 비난할까요? 사람을 떠나 잘못된 시정이 있다면 비난받아야 합니다. 시민들은 고척돔을 비난해도 괜찮지만 조선일보만큼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