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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백악관 출입 美 블로거 vs 쫓겨나는 韓 1인미디어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이 강화돼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의 퇴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취재및 편집인력 3명'을 '취재및 편집인력 5명 이상 상시 고용'으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과거에는 급여를 주지 않아도 프리랜서와 자원활동가의 참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언론사 등록이 가능해졌습니다.

 

월 2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정규직 5명을 고용할 경우 급여만 1천만 원 이상을 지급해야 합니다. 서버 관리나 취재비, 사무실 운영비를 포함할 경우 최소 1,500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이를 감당할 인터넷언론사는 많지 않습니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인터넷 언론사 85%가 퇴출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문법 개정으로 대부분의 인터넷 언론사가 퇴출당하면서, 아이엠피터도 계획하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 등록이 불가능해졌습니다. '1인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전환을 시도하다가 쫓겨나는 아이엠피터의 현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동일한 기사 때문이라면 인터넷언론이 아니라 조선일보가 퇴출 대상'

 

문체부는 인터넷 언론사 등록여건 개정 이유를 '과도한 경쟁과 동일한 기사를 내보내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동일한 기사는 '어뷰징'이라는 형태로 내용은 별 차이 없는 동일한 기사를 제목만 바꿔 수십 수백 개씩 네이버 등을 통해 송고해 트래픽을 유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문체부의 논리가 정당하다면 인터넷 언론사가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어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자료를 보겠습니다.

 

 

지난 2014년 3월 인터넷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김연아 선수와 아이스하키 김원중 선수의 연애를 보도했습니다. 디스패치의 보도 이후, 관련 기사를 베끼거나 인용한 뉴스가 3천 개가 넘었습니다. 트래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김연아-김원중 관련 기사를 누가 제일 많이 쏟아냈을까요?

 

12개 일간지는 총 574건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매체당 평균 48건이었습니다. 인터넷신문은 총 236건으로 매체당 5건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기성언론이라는 일간지의 10분 1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연아 선수 기사만 175건으로 어뷰징폭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과도한 경쟁과 동일한 기사 내보내는 일이 많다'는 문체부의 논리라면 인터넷 언론사가 아니라 조선일보가 퇴출 대상이 돼야 마땅합니다.

 

'포털의 임시조치,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서인가?'

 

아이엠피터는 올해 안에 5년째 사용하고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떠나려고 합니다.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당하는 '임시조치' 때문입니다. '임시조치'는 아이엠피터가 쓴 글을 누군가가 문제 삼으면 무조건 블라인드 처리, 즉 글을 남이 보지 못하도록 막아버리거나 삭제하는 행위입니다.

 

 

아이엠피터는 일주일 사이 두 건의 임시조치를 당했습니다. '최시중 게이트에 등장한 묘령의 여성들' 이라는 글은 김학인 전 한예진(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대리인이, '김영란법' 범죄를 꿈꾸는 자에게 유린당하다'는 글은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 대리단체가 명예훼손이라며 권리침해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김학인 전 한예진 이사장 관련 글은 조선일보의 '힘있는 자여, 주변 여자들이 恨을 품게 하지 말지니'에 나와 있던 내용과 비슷합니다.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 관련 글은 MBC PD수첩의 '법의날 특집, 검사와 스폰서' 내용을 모티브로 작성했습니다.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MBC PD수첩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글을 작성했는데, 왜 아이엠피터의 글은 삭제될 수 있을까요? 그들은 언론사이고, 아이엠피터는 포털 서버를 사용하는 1인미디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성언론에는 함부로 못하지만, 1인미디어는 무조건 짓밟고 갈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독립서버를 사용해서 1인미디어로 활동하면 됐잖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1일 2~3만명, 월 1백만 명 이상 방문합니다. 서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견디다 못해 서버를 마련하고 이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비용문제로 자꾸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1인미디어가 국회에 출입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지만....'

 

세계적으로 블로거가 1인미디어로 활동하거나 뉴미디어로 전환되는 사례가 보편화됐습니다. 지난 2005년 백악관은 미디어스트로닷컴의 블로그 사이트 '피시보울디시'의 편집장 가렛 그라프씨의 백악관 출입을 승인했습니다.

 

▲ 백악관이 블로그 운영자에게 출입을 승인했다고 보도한 중앙일보와 가렛 그라프의 블로그. 출처:중앙일보. 가렛그라프 블로그 캡처.

 

가렛 그라프가 처음부터 백악관 출입이 허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백악관에 출입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시도했고, 기성 언론들도 이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급기야 백악관 출입기자단 단장이 백악관 공보실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가렛 그라프의 백악관 출입은 승인됐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정치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6일 매일 정치,시사 분야 글을 씁니다. 2년 전부터 국회에 출입해서 국정감사 등을 취재하려고 문의를 했습니다. 결과는 '불가'였습니다. 뉴스타파조차 언론사로 보지 않는 사회였기에 아이엠피터의 이런 시도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뉴스파타' 언론사 등록하거나 RTV로 신청해라

 

한국에서 국회에 들어가 취재를 하려면 반드시 언론사 등록을 해야 합니다. 물론 편법은 있습니다. 다른 매체의 기자로 등록하고 출입증을 받으면 됩니다. 아이엠피터를 아이엠피터라 말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언론사 등록 이외에는 국회 출입이 불가능해 언론사 등록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신문법 개정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아이엠피터와 직썰 지난 11월 6일,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등 '뉴미디어'와 함께 박원순 시장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토론회에는 박원순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 병역 문제와, 아버지 친일 논란, 동성애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이 거침없이 나왔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앞으로 남경필 경기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계속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성언론처럼 어뷰징기사를 쏟아내지 않지만, 꾸준히 언론의 역할을 하는 '슬로우뉴스'와 같은 뉴미디어의 중심에는 꾸준히 글을 썼던 블로거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뉴미디어들도 퇴출 대상으로 폐간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신문법이 과연 누구를 위해 개정됐고,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지 우리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이나 먹방, 장난감, 패션, 뷰티 등의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1인미디어가 주목을 받는 세상입니다. 수억 원의 수입을 번다고 합니다. 마치 전두환이 '섹스.스포츠,스크린'(3S 정책)은 장려하면서 언론 통폐합을 했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합니다.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를 하는 1인미디어는 없애버리겠다는 의도입니다.

 

10년 전, 백악관에 출입할 수 있었던 블로거가 있는 나라도 있지만, 2015년 퇴출의 위기에 빠진 1인미디어가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권리는 조중동과 권력자에게만 있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