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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왜 제2의 '1인 미디어-미디어몽구'는 나오지 않는가?

 

 

미디어몽구와 알게 된 것은 2011년 다음뷰 시상식이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내다 그때 처음 만나, 토크콘서트를 하면서 어슴푸레 알던 그의 모습을 조금 알게 됐습니다.

 

이후 함께 만나면 미디어몽구는 영상을 아이엠피터는 글을 쓰는 공동 프로젝트 취재를 부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광진 의원, 똑소리 나는 답변 (미디어몽구)

'30년 간 군대가 못한 일, 사병 출신 젊은 초선 의원이?' (아이엠피터)

 

아이엠피터는 '미디어몽구'를 가리켜 '1인 미디어계의 화석'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그가 지나온 활동을 정리해보면 우리나라 1인 미디어의 역사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몽구와 만나면 참 춥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방에서 컴퓨터로 자료를 찾는 스타일이고 미디어몽구는 항상 밖에서 취재를 해서, 그와 함께 다니면 많이 춥습니다. 그래서 간혹 서울에 올라가 미디어몽구가 '어디 같이 가요'라고 하면 겁부터 납니다. 물론 여름에는 찌는 태양에 거리에 서 있어 꽤 덥습니다.

 

'1인 미디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미디어몽구'

 

미디어몽구를 인터뷰한 기사는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들이 미디어몽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자의 눈입니다. 기자의 눈과 1인 미디어의 눈은 분명 다릅니다.

 

 

 

미디어몽구는 '현장 취재','영상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1인 미디어입니다. 그와 기자의 가장 큰 차이는 '마감'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각주:1]

 

기자들은 미디어몽구와 똑같이 현장에서 촬영합니다. 그러나 기자들은 마감 시간이 되면 슬슬 철수합니다. 아니면 번갈아서 뻗치기[각주:2]를 해도 미디어몽구는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그는 혼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이기 때문입니다.

 

기자와는 다른 1인 미디어의 특성으로 끝까지 현장에 남아 있던 미디어몽구는 제법 많은 특종을 건졌습니다. 이천시민의 군부대 이전 반대 규탄대회에서 촬영한 '아기돼지 능지처참'과 같은 충격적인 사진도 모든 기자가 떠났지만, 그 현장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몽구가 바라보는 시선은 기성 언론과 다른 철저히 개인적인 감성과 시각에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각주:3]

 

'관객 7명 위한 동춘서커스단의 감동 공연'이라는 영상은 그가 주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07년 당시 '태양의 서커스단 -퀴담'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있을 때, 미디어몽구는 어릴 적 '동춘서커스단'을 생각해 어린이대공원 내 동춘서커스단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관객 7명의 초라한 공연장, 소수의 관객이 들어올 경우 공연을 하지 않았던 동춘서커스단이었지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서커스단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단 7명의 관객을 위해 공연을 했습니다.

 

화려한 보도자료와 광고성 기사가 언론을 덮어도, 미디어몽구는 그들이 놓치고 있는 현장을 보여줍니다.

 

 

미디어몽구는 트위터 팔로워가 18만 명이 넘습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도 좋아요가 2만이 가깝습니다. 그가 대표적인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SNS를 통한 소통을 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단순히 SNS를 잘하는 미디어몽구보다는 그가 현장에 나갔을 때 그 어느 기자보다 취재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모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희망버스','강정마을','용산참사','고공 농성 현장' 등을 다닐 때마다 현장에서 쉰 목소리로 애타게 절규하는 사람들은 미디어몽구를 반깁니다.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대변하는 사람은 '미디어몽구'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소통은 단순히 글을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미디어몽구의 소통력이 그를 지금껏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 시대, 그러나 현실은 참혹'

 

원래 미디어몽구는 블로거입니다. 그러나 요새는 블로거 대신에 1인 미디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각주:4] 왜 블로거가 1인 미디어로 바뀌고 있을까요?

 

 

미디어몽구와 아이엠피터와 같은 블로거들은 다음의 혜택을 보고 자란 세대입니다. 2005년 '다음 only'에서 2006년 '블로거가 만든 뉴스', 2007년 '블로거 뉴스'를 통해 다음은 블로거들의 글과 영상을 포털 메인 등에 자주 노출했습니다.

 

다음의 이런 정책으로 많은 블로거의 이야기가 '뉴스'라는 타이틀로 세상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기성 언론 말고 블로거들의 뉴스도 재밌고, 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블로거가 주목받으며 사람들이 찾는 시기가 됐지만, 여전히 블로거라고 불리는 1인 미디어들의 상황은 나아질 것이 없었습니다.

 

나는(미디어몽구) 보통 행사 한 시간 전에 현장에 간다. 사진은 무엇보다 자리잡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찍 온 다른 사진기자들은 그냥 자리에 명함 꽂고 나가고 그러더라, 난 뭣도 모르고 그냥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고개 숙이고 모자 눌러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기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는데, 어떤 나이 드신 사진기자 한 분이 오시더니 대놓고 "저건 뭐 하는 놈이야, 어디 소속이야? 나가!" 막 큰소리로 그러더라, 나는 그냥 블로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비웃음과 함께 그대로 쫓겨났다. [각주:5]

 

지금이야 미디어몽구가 널리 알려져서 기자들도 함부로 하지 못하지만, 과거 미디어몽구는 '일개 블로거 나부랭이'에 불과했습니다.

 

현재도 1인 미디어들이 어디 취재를 하려고 하면 기자단 소속[각주:6]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자실도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런면에서 미디어몽구가 현장에서 싸우고 부딪쳐 만든 '1인 미디어'라는 위상은 우리가 주목하고, 고마워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제2의 미디어몽구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

 

미디어몽구와 아이엠피터와 같은 전업블로거나 1인 미디어는 참 힘들었습니다. 누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취재 비용을 별도로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미디어몽구는 상금을 노리고 취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엠피터도 다음뷰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매일 순위를 확인하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2010년부터 미디어몽구를 후원해주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면서 점차 미디어몽구의 경제적 상황은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정기 후원자들이 있어서 충분히 취재하고 다닐 여력이 됩니다.

 

국민적 인식도 좋아졌고, 경제 상황도 나아졌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1인 미디어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제2의 미디어몽구를 꿈꾸며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나갔던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아이엠피터처럼 정치,시사블로거로 활동했던 블로거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많던 시사블로거들이 사라졌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1인 미디어가 많이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최소 1년 이상은 수입 없이 버텨야 하는 현실 때문입니다.

 

미디어몽구와 아이엠피터와 같은 전업블로거나 1인 미디어는 대한민국에서 열 명이 넘지 않습니다. 전업 1인 미디어 대부분은 최소 몇 년 동안은 경제적 수입이 없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1인 미디어들도 그런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사실 수입 없이 1년 이상을 버티는 일 자체가 어려워 많은 1인 미디어들이 도중에 탈락합니다.

 

포털에 글을 올리면 다 될 줄 알지만,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글을 쓰면, 기업,종교계, 정치쪽에서 명예훼손이라며 글을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삭제합니다. 관련 단체의 고소,고발도 자주 발생해 경찰조사를 받으러 가기도 합니다.[각주:7]

 

 

이런 상황에서 1인 미디어가 정식 인터넷 언론사로 변경하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최소 3인 이상을 고용해야 하는 인터넷 언론사 등록법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법적으로 '1인 미디어'가 될 수 없습니다.

 

지금 전업으로 1인 미디어를 하는 사람들도 겨우 혼자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 정도이지, 누군가를 고용할 정도는 어렵습니다. 그 상황에서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자체가 아예 '1인 미디어'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언론사의 창업을 규제하는 3인 이상 고용 규제는 자체 기사 작성의 원칙 (30%이상)과 검증된 언론 방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1인 미디어로 활동했던 시기와 작성했던 영상이나 글 등을 통해 갈음하면 될 것이다.

 

미디어몽구와 아이엠피터의 요새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 더 많은 1인 미디어가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1인 미디어들이 힘을 합쳐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기자나 기성 언론의 시각이 아닌 1인 미디어들이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토대로 전문 교육을 해주고 그들을 이끌어준다면 아마 제2의 미디어몽구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미디어몽구를 보면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에 말도 잘할 것 같지만, 사실 목소리도 조용하고 큰 소리도 내지 못하는 전형적인 내성적인 성격입니다.

 

이런 미디어몽구가 카메라를 잡고 현장에 나가면 돌변합니다. 경찰로 포위된 곳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내던지고, 기자들 틈에서도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버팁니다.

 

미디어몽구에게 카메라는 세상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약자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외치는 우리 시대의 '손나팔'과 같은 존재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미디어몽구'와 같은 1인 미디어들이 많이 나와, 자본과 정치인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아닌 진짜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했으면 좋겠습니다.

 

 

  1. 기자들은 마감 시간에 맞춰 기사를 쓰고, 데스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1인 미디어는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본문으로]
  2. 취재 대상이 언제 올지 몰라 계속 현장에 대기하는 모습. 보통 밤을 새면서 기다릴 경우 기자들은 언론사별로 시간을 나눠 기다리고 기자가 촬영한 영상을 함께 공유한다. [본문으로]
  3. 여기서 말하는 개인적인 시각이란, 미디어몽구의 개인적 주관이 아닌 일반 개인이 생각하는 눈높이를 말한다. [본문으로]
  4. 1인 미디어의 대부분이 블로거로 시작했기 때문에 거의 비슷한 명칭으로 사용된다. [본문으로]
  5. 지식e season5. . EBS [본문으로]
  6. 대한민국 정부와 기관들은 기자단이 있어, 여기에 가입되지 않으면 취재조차 하기 어렵다. [본문으로]
  7. 미디어몽구도 촛불집회 당시, 보수단체의 노인 폭행 영상을 올린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