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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왕이 되고 싶은 킹무성과 여왕박의 전쟁, 그 끝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의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립하던 김 대표는 지난 1일 공식일정에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10월 1일 밤에 특별기구를 만들어 공천 논란을 조정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여파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고 공천제도 문제는 특별 기구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지만, 김무성 대표는 '전략공천은 없다'는 입장을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략공천을 주장하는 친박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의 갈등은 차기 대권을 향한 김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패권 싸움입니다. 이들의 차기 대권을 향한 전쟁이 어떻게 될지 알아봤습니다.

 

'박근혜,김무성. 애증의 10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인연은 2005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가리켜 '애증의 10년'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종잡을 수 없는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전혀 인연이 없던 김무성을 사무총장에 임명합니다. 김무성은 전여옥, 유승민과 함께 '측근 3인방'으로 불리며 '친박 좌장'으로 떠오릅니다. 2007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은 '친박학살'이라는 2008년 총선 공천 탈락 이후 '친박무소속연대'를 이끌었고, 당선된 후 복당됐습니다.

 

'친박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은 박근혜 대통령과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가 '친박 좌장은 없다'는 말과 함께 퇴출당합니다. 2010년 친이계 지원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됐지만, 2012년 친박계가 주도한 19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합니다.

 

'탈박(脫朴)'으로 떠돌던 김무성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복박(復朴)됩니다. 대선이 끝난 후 2013년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김무성은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 서청원과 대결을 펼칩니다. 비박계의 지지를 받아 대표에 당선되면서 김무성은 '비박 대권 주자'가 됐습니다.

 

'친박좌장→탈박(脫朴)→복박(復朴)→비박(非朴)’ 으로 이어지는 김무성 대표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박근혜 대통령과 이런 식의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수십 차례 박근혜와 싸우고 폭탄주를 마셨던 김무성' 

 

애증의 관계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싸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두 사람은 수십 차례도 더 싸웠습니다.

 

 

2007년 경선 당시, 경남지역 언론사 초청 저녁 모임에서 술이 오른 김무성은 박근혜 후보가 늦게 오자 '대표님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말이 없자, 김무성은 “(박 대표의) 삼성동 집을 부동산에 알아보니까 한 20억 원쯤 간다고 합디다. 그거 팔고 아버지하고 살던 예전 신당동 집으로 들어가십시오. 일주일이면 집을 고칠 수 있다고 하니…. 신당동 들어가면 (박 대표의) 이미지에도 좋습니다. 당선되면 (집 문제는) 어떻게든 풀릴 겁니다. 떨어지면 내가 전셋돈 마련해주겠습니다.”라며 조언을 합니다.

 

김무성의 말을 듣던 박근혜 후보는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제가 언제 돈 쓰라고 했어요? 돈 쓰지 마세요!"라며 버럭 고함을 질렀고, 김무성은 “그래, 됐습니다. 고마 치아 삐리소!”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흔히 봤던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훈훈한 관계는 언론 속 사진으로 연출된 장면에 불과했습니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고, 가장 큰 원인은 보스 기질을 가진 김무성을 공주처럼 살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극상은 용서할 수 없는 박근혜'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하루 만에 백기(?)를 든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에게 배운 '하극상은 용서할 수 없다'는 원칙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원칙, 신뢰, 약속' 이런 말이 아니었습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을 '하극상, 색출, 근절'이라고 했습니다.

 

“하극상이다, 하극상!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했는데 선수(選數)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내더라. 그만큼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다음으로 잘 쓰는 말이 ‘색출하세요!’다, 색출…. 언론에 자기 얘기가 나가면 누가 발설했는지 색출하라는 말이다. 그다음이 근절이고…. 하여간 영애(令愛) 의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김무성)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행위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친박 좌장'이라고 불렸던 김무성이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하루 아침에 '친박 좌장은 없다'는 퇴출 선언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쫓겨난 까닭도 비슷합니다. 이런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 김무성 대표가 대놓고 끝까지 반기를 들기는 어렵습니다.

 

'등 뒤에 칼을 감추고도 엎드릴 줄 아는 김무성'

 

일단 청와대와 화해한 듯 백기를 든 김무성 대표, 그러나 절대 '전략공천은 없다'는 말은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내년 총선에서 비박계가 새누리당을 장악하면 레임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급격하게 무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계파를 보면 '친박 37명','비박 45명'으로 비박계가 훨씬 많습니다. 비박 성향 중립파까지 합치면 90여 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비박쪽입니다. 겉으로는 친박이 우세한 듯 보이지만, 속사정은 비박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셈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이 살아남는 길은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한 전략공천입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전략공천은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불법이 아니고서는 친박계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게 만들 당 장악력이 떨어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이나 최경환 같은 김무성 대항마를 내세워도 당 장악력과 선거 조직 등을 놓고 본다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지는 해(박근혜)'보다는 '뜨는 해(김무성)'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무성 대표가 가진 '친일파'와 '마약 사위' 등의 논란이 있지만, 그 정도는 공식적인 대권 주자가 되는 순간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김성태 의원으로부터 받은 김영우 의원의 메시지를 봐도 '안심번호'는 중요한 사안이 아닙니다. 18대 대통령선거 공약에서 ‘국회의원 선출에 있어 여야 동시 국민 참여경선 법제화’를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공격하는 행위는 명분이 약합니다.

 

핵심은 권력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은 김 대표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김 대표가 장기전으로 시간을 끌고 갈수록 청와대가 당 권력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나 정치권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를 쫓아낼 명분을 찾고 있습니다. 쉽게 물러날 김무성 대표가 아닙니다. 김 대표는 일단 그녀의 머슴을 자처하면서 달래거나 우회적인 전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잠시 바짝 엎드려 있지만, 김 대표의 등에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라는 시퍼런 칼이 숨겨져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조만간 박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통해 미래 권력을 어떻게 나누고 권력 심판에 대한 어떤 보호책이 있는지를 합의할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협상이 결렬된다면 김무성 대표가 쫓겨나고, 반란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끝까지 가면 서로가 손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전쟁은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양보하면서 그녀 몫을 챙겨주면서 끝날 것입니다. 차기 대권과 이전 정권 심판 방지를 서로 약속하면서 2017년 대선 작업이 시작되리라 봅니다.

 

왕이 되고 싶은 킹무성과 여왕박의 전쟁.

피 터지게 싸우다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손을 잡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비슷하리라 예상됩니다. 권력을 위해서는 양보(?)할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