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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메르스 대응, '박원순 VS 박근혜' 비교해보니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4일 저녁 '메르스 대국민 시민발표'를 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 의사가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 상황에서 1500여 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는 등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다 격리 조처됐다는 내용입니다. 서울시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속 확진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에 발표된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TV조선에 출연한 메르스 확진 의사 A씨는 '박원순 시장은 계략 잘 세우고 사람 괴롭히는 거 주특기인 사람'이라고 박원순 시장을 맹비난했습니다.

 

의사 A씨는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박원순 시장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닷컴과 보수 언론, 보수를 자칭하는 단체들은 박원순 시장의 발표가 '대권을 노린 정치적 행보'라며 규탄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보여준 메르스 대응 대책이 박근혜 대통령보다 낫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제대로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메르스 확진 판정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보여준 오류'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핵심 내용은 '메르스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 '정부의 안일한 메르스 대응 대책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사라지고, 오로지 확진 판정 의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아니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이 부분을 짚고 넘어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레시안은 박원순 시장이 A씨가 사전 격리 조치를 무시하고 시민 1000여 명 이상과 접촉한 사실을 고발했다고 확진 판정 의사 A씨에게 질문했고, 의사는 '거짓말이다'고 답했습니다. [각주:1]

 

그러나 이 질문은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전 격리 조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각주:2] 프레시안은 이후 질문 내용을 '방금 박원순 시장이 A씨가 시민 1000여 명 이상과 접촉한 사실을 밝히고 그 위험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사실입니까?'로 바꾸었습니다.

 

 

의사 A씨는 14번 환자는 자신이 진료한 환자가 아니었으며, 메르스 감염에 관해 관심이 별로 없다가 응급실 폐쇄 후에야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35번 환자인 의사 A씨가 진료한 사람은 14번 환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응급실 내부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접촉한 적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병원 내 감염이 메르스 확진의 주요 원인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의 이런 대답은 굉장히 안일한 생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사 A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메르스 감염을 5월 31일 아침 회진 도중에 떠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응급실에서 진료했던 환자가 '격리 대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의사가 '회진 도중'에 알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해도 메르스 감염 의사가 회진을 계속 돌았다는 점은 이해되기 어렵습니다.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질병관리실은 '그럴 리 없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대응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015년 6월 7일 오전 7시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자 14명이 추가 발생했는데, 이중 10명이 '삼성서울병원'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6시 40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메르스 확진자는 23명이 추가로 발생했고, 그 중 17명이 서울삼성서울병원이었습니다. 이로서 메르스 확진자는 총 87명으로 늘어났습니다.[각주:3]

 

'박근혜 정부가 공개한 메르스 의료기관 정보, 오류투성이'

 

박근혜 정부는 6월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6월 7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의 명칭과 환자가 머물렀던 시기 등을 상세하게 발표합니다.[각주:4]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자료는 엉터리였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6월 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여의도구 여의도성모병원'이 6월 8일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수정됐습니다. 전북 순창이라는 표기도 순창군으로 변경됐습니다.

 

평택시에 있는 평택푸른병원은 '평택푸른의원'으로 바뀌었고, 군포시의 '가정의학과의원'은 아예 수정본에는 삭제됐습니다. 환자의 경유지가 '성동구 성모가정의학과 의원'인데, 군포시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군포시로 발표한 것입니다.

 

감염병이 확산하는 시점에서 지역명이나 병원은 굉장히 민감한 상황입니다.그러나 정부는 정해진 발표 시간을 두 차례나 연기했지만, 병원명이나 지역이 잘못 표기된 엉터리 자료를 발표한 것입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역사회에 전파되지 않고 있어 확실한 통제가 가능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랍니다."라고 했지만,[각주:5] 정부가 오히려 유언비어를 유포한 셈입니다.

 

'박원순과 박근혜의 메르스 대응 비교'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대응 모습을 보고 오버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의 모습이 오버인지 그동안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 과정을 비교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5일 만에 대통령 주재 대응 회의를 했습니다. '정부의 대응에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아닌 어떤 정부인지 되묻고 싶어집니다.

 

6월 2일에서야 '중앙메르스 대책본부장'이 복지부 차관에서 장관으로 격상됐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접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하겠다고'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6월 7일까지도 병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6월 4일 서울시장의 긴급기자회견 직후 터져 나온 여론에 밀려 병원명단을 그마저도 엉터리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11일로 예정된 유럽 출장을 취소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 14일 해외순방을 예정대로 하겠다고 합니다.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그다지 대통령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6월 4일 서울시의 긴급기자회견 직후 곧바로 '서울시 메르스 관련 대시민 발표 브리핑에 대한 해명자료'[각주:6]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6월 8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만 확진 환자 17명이 발생했습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주말을 넘기면서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6월 8일 오전 6시 40분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메르스 확진자 23명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각주:7]

 

6월 8일 오전 6시 현재, 청와대 일부 홈페이지가 없거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각주:8] 지금 대한민국의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과 너무나 똑같아 보입니다. 홈페이지는 복구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은 절대 되돌이킬 수 없습니다.

 

결론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보기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자신들의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말이 맞습니다. 한국은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 메르스 환자 발생국가입니다.

 

  1. [단독] "1500명에게 메르스? 난 무개념 아니다!". 프레시안 2015년 6월 5일.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6970 [본문으로]
  2. 박원순 시장 메르스 긴급 기자회견 전문. 한겨레 2015년 6월 4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94416.html [본문으로]
  3. 메르스 확진자 23명(이 중 D의료기관 17명) 추가 발생. 보건복지부 6월 8일. http://www.mw.go.kr/front_new/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page=1&CONT_SEQ=323152 [본문으로]
  4. 메르스 발생병원 모두 전면 공개. 보건복지부 2015년 6월 7일. 수정 6월 8일. http://www.mw.go.kr/front_new/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page=1&CONT_SEQ=323126 [본문으로]
  5. 靑 지침 담느라…최경환 발표 두 차례 연기. 채널A. 2015년 6월 7일. http://news.ichannela.com/tv/totala/3/all/20150607/71690214/2 [본문으로]
  6. [6월 4일자] 서울시 메르스 관련 대시민 발표 브리핑에 대한 해명자료. 보건복지부 2015년 6월 5일 http://www.mw.go.kr/front_new/al/sal0301vw.jsp [본문으로]
  7. 메르스 확진자 23명(이 중 D의료기관 17명) 추가 발생. 질병관리본부. 2015년 6월 8일. http://www.cdc.go.kr/CDC/notice/CdcKrIntro0201.jsp?menuIds=HOME001-MNU1154-MNU0005-MNU0011&fid=21&q_type=&q_value=&cid=63295&pageNum= [본문으로]
  8. 2015년 6월 8일 오전 8시 현재 정상으로 작동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