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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황교안, 미국 인사청문회라면 어땠을까?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늘로써 사흘째입니다. 이틀 동안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그에게 쏟아졌던 의혹은 그다지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그저 밋밋한 인사청문회였습니다.

 

새누리당이나 정부에서는 신상털기가 아닌 정책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와 유사한 인사청문회를 하는 미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인사청문회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았던 황교안 총리 후보자'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처음부터 야당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청문회 시작 직전까지도 야당 의원들이 요구했던 자료들이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전날까지도 위원회의 의결자료 총 39건 중 24건, 61.6%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총리실에서는 74건이 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퇴임 이후 수임한 사건에 대한 119건에 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야당이 청문회 보이콧을 하려고 했다가, 수임했던 19건의 자료를 비공개를 통해 겨우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자료는 이미 '백악관 인사국'이나 'FBI 신원조회', 'IRS(국세청) 세무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에서 찾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인사청문회에서는 한국의 인사청문회에서 등장하고 요구하는 세금이나 부동산 다운계약서, 병역이나 가족 재산, 증여 문제 등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전에 국세청이나 FBI 등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자료를 주니 마니 싸울 필요도 없습니다. FBI 신원조회나 국세청 자료만 봐도 충분히 한국의 인사청문회에서 요구되는 자료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료가 없다고 한다면 왜 자료가 없는지 오히려 수사가 들어가는 일도 있습니다. 

 

자료조차 없는 인사청문회의 상황에서 '정책 검증'을 하자고 주장하는 자체가 더 이상합니다.

 

'정책검증? 모호한 대답은 용납 않는 미국'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쏟아지는 의혹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병역, 자녀 병역 혜택, 과거 발언, 기독교 교도소 문제, 전관예우 등 수두룩했습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오해','사려 깊지 못했다','불필요한 말'이라는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핵심 질문을 피해갔습니다. 의혹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체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황 후보자가 말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라고 입증할만한 자료를 의원들이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수준은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검증하는 일인데, 자료가 없으니 그저 추궁에 불과하고, 후보자는 당당하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정책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도, 답변이 부실해도, 여성 비하 발언이나 도덕성의 문제가 있어도 한국은 괜찮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엉터리 인물이라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 뭘 그 정도를 가지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황교안 인사청문회 모습 ⓒSBS 화면 캡처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의원들의 모습도 그다지 세련돼 보이지 않습니다. 후보자의 대답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총리상을 말하는 여당 의원이 있는가 하면, 책 읽듯이 원고를 읽는 새누리당 의원도 눈에 띕니다.

 

질문 자체가 모호하니 답하는 후보자도 논리가 없는 두루뭉술한 대답만 합니다. 뚜렷한 정책을 보여주는 시간이 아닌 그저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만 합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라는 말을 묻고 듣지만, 한국은 '그저','잘'이라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인사청문회에 필요한 시스템과 메뉴얼,법안은 언제쯤'

 

미국 인사청문회와 한국 인사청문회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간입니다. 한국은 대통령의 인선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보통 한 달 이내에 끝이 납니다. 그러나 미국은 보통 대통령의 사전 인선에 평균 270여, 행정부 인준 준비에 평균 28일,상원인준에 50일 총 350여 일이 소요됩니다.

 

 

미국은 대통령과 행정부에서 이미 후보자에 관한 인사검증을 해서, 굳이 의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인사검증을 할 시간은 물론이고, 청와대에서조차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늘 문제가 생깁니다.

 

대통령도 인사검증에서 문제가 되는 인사는 아예 후보자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부도덕한 인물을 선정할 경우,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인사청문회 후보자와 별개라는 이상한 논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매번 인사검증 시스템을 바꿉니다. 아니 아예 청와대가 하는 인사검증 시스템이나 매뉴얼이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여당 의원들에게 지시할 뿐이지, 인물 선정에는 별로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 국회에 계류 중인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 ⓒ국회

 

한국에서도 인사청문회 기간을 늘리고, 사전 검증을 위한 자료 제출을 법안으로 규정하는 등의 다양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그러나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스스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있다면서 법안을 제안해놓고, 인사청문회를 막상 할 때는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미국에 있었다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미국 백악관 인사실의 시스템과 매뉴얼에 따르면 황교안 후보자와 같은 사람은 '절대 불가' 판정을 받았을 것입니다.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에 의한 총리는 결코 국민을 위해서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라고 부르기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