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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낙타고기 먹으면 메르스 감염? 박근혜 대통령 어떡해

 

 

'중동호흡기중후군' 일명 메르스 환자가 25명까지 늘었고, 사망자도 2명이나 발생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관련 정보를 보더라도,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거나 낙타를 만지거나 낙타유 또는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낙타유와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는 질병관리본부의 얘기에 SNS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낙타유와 낙타라는 단어가 도대체 지금 사태 해결에 무슨 도움이 있느냐는 비야냥 섞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낙타고기 먹은 사람, 알고 보니 박근혜 대통령'

 

관광으로 낙타를 접촉할 수는 있지만, 낙타유나 낙타고기를 먹은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 낙타고기를 먹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세요라고 밝혔습니다. 낙타고기 자체가 메르스 감염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9일부터 7박 9일간의 일정으로 중동 4개국 순방을 다녀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 4개국을 방문하면서 그중에 2개국에서 두 번이나 낙타고기를 대접받았다고 합니다.[각주:1]

 

박근혜 대통령이 먹은 낙타고기가 조리됐고, 이미 3월에 섭취했기 때문에 메르스와 상관이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가 2주라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어서 불안하기도 합니다.

 

'메르스 진단키트'를 개발한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메르스의 잠복기가 최대 2주(14일)로 알려졌지만, 메르스의 발원지인 중동 현지에서조차 이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1일 밝혔습니다.[각주:2]

 

4월 27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만성피로에 따른 위경련과 인두염 증세로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각주:3]메르스와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밀 건강진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너무나 안일한 정부의 메르스 대책'

 

대통령이 먹은 낙타고기 이야기를 한 이유는 현재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책이 너무나 안일하고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메르스를 막기 위해서는 확진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격리해서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격리조치에 너무 미흡했습니다.

 

▲ 격리대상자로 지정됐던 한국인이 홍콩에 재입국하자 격리조치를 취한 홍콩 위생방호센터. ⓒSBS

 

중국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과 같은 비행기에 탔던 한국인 남성은 격리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그러나 이 한국인은 한국에 돌아온 뒤에 다시 홍콩으로 출국했다가 홍콩 당국에 의해 격리조치를 받았습니다.[각주:4]

 

홍콩 보건당국은 이미 지난 5월 31일 격리 대상자 29명 가운데 11명이 한국과 중국 등으로 떠난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에도 관련 사실을 통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보건당국이 홍콩 보건당국의 격리 대상자 통보를 받았음에도 이를 막지 못했다면 홍콩 당국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홍콩 보건당국의 통지 여부에 상관없이 입국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한국은 메르스 대응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고 봐야 합니다.

 

 

당국의 안일함은 초기부터 이미 벌어졌습니다. 최초의 메르스 환자가 5월 17일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 이미 의사는 메르스를 의심했습니다. 환자가 중동지역인 바레인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5월 18일 의사가 확진 검사를 요청했지만,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의 요구에도 계속 검사를 미뤘다가 가족들이 '검사를 안 해주면 정부기관에 있는 친인척에게 알리겠다'는 소리를 듣자 '만약 메르스가 아니면 해당 병원이 책임져라'는 단서를 붙인 후 5월 20일에서야 확진 검사를 했습니다.[각주:5]

불과 10일 만에 메르스 확진자가 25명까지 늘어났습니다. 대부분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이나 주변 인물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더 빨리 확진 검사를 해야 했습니다. 메르스 확산의 주범은 메르스가 아니라 정부 당국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입니다.

 

'치사율 10% 사스보다 더 무서운 치사율 40%의 메르스'

 

메르스는 2003년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보다 치사율이 높습니다. 2003년 발생했던 사스는 치사율이 10%였지만, 메르스의 치사율은 40%이기 때문입니다.[각주:6]

▲ 2002년 발생한 사스 감염자 및 사망자 현황 ⓒ위키백과

 

치사율 10%의 사스였지만 중국과 홍콩에서만 64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77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한국은 단 한 명의 사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당시 참여정부가 사스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2003년 인천공항에는 사스 발병 지역인 홍콩에서 온 승객들을 조사하느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방역창구 직원들은 24시간 교대로 일해도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당시 고건 총리는 '사스 방역도 국가를 방어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군의관과 군 간호 인력이 필요합니다.'면서 군 의료진 70여 명을 인천공항에 보내 사스 방역을 하도록 했습니다.

 

입국자 체온을 측정하는 이동식 열감지기 10대를 구입해 인천공항은 물론이고 김해와 제주공항에도 설치했습니다. 비행기가 착륙해도 바로 내리지 못하게 하고, 기내에서 열감지기로 사스 의심 환자를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각주:7]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이 있었다'며 당국의 대응이 부실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면서 스스로 정보를 찾느라 확인되지 않는 얘기들을 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경찰은 이런 국민을 향해 '괴담 유포자에게 업무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괴담이나 잘못된 정보는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괴담이나 유언비어는 메르스를 잡으면 당연히 수그러들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사스 때보다 더 강도 높은 방역 체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이번 메르스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은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1. 박근혜 대통령 중동순방 숨겨진 이야기 '화제' YTN 2015년 3월 11일. http://www.ytn.co.kr/_ln/0101_201503110903223847 [본문으로]
  2. "메르스 '2주 잠복기' 불명확…8월 UAE서 검증실험". 연합뉴스 2015년 6월 1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5/31/0200000000AKR20150531059300017.HTML [본문으로]
  3. “박 대통령, 만성피로로 인한 복통…하루 이틀 절대 안정해야” 한겨레 2015년 4월 27일.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688588.html [본문으로]
  4. "격리대상 한국인 홍콩 재입국"…방역 구멍 논란. SBS 뉴스 2015년 6월 2일.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04182 [본문으로]
  5. “메르스 검사 안 하면 고위직 친척한테…” 보건당국 움직인 한마디. 국민일보 2015년 6월 1일. http://m.kmib.co.kr/view.asp?arcid=0009501043&code=61121111&sid1=soc [본문으로]
  6. [메르스 의심 환자 사망] 메르스·사스·신종플루 비교해보면… 메르스가 치사율 가장 높고, 신종플루가 전파력 제일 세. 조선일보 2015년 6월 2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02/2015060200301.html [본문으로]
  7. 고건의 공인 50년 (13) 사스(SARS) 대책. 중앙일보 2013년 2월 28일.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80902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