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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등골 브레이커' 안상수라도 1번이면 무조건 OK

 

 

4.29재보궐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시민들이나 유권자들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4.29재보궐선거 '인천서강화을'에 출마한 안상수 후보를 '보온상수'[각주:1]로 유명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4.29재보궐선거 인천서강화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입니다. 안상수 후보가 출마했지만, 인천시민들은 별로 감흥이 없습니다.

 

안상수 후보의 출마와 선거 운동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선거판이 여전히 '뻥이라도 좋다, 돈만 벌면 장땡'이고,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인천을 빚더미로 만든 안상수, 또다시 선거에'

 

안상수 후보는 인천시장 재임 기간 8년 동안, 인천시의 부채를 무려 14.5배나 늘린 인물입니다. 거의 파산 직전까지 인천시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안상수 후보가 인천시장으로 취임하던 2002년 인천시 본청의 부채는 6462억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안상수 후보가 인천시장에서 물러났던 2010년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 등의 공기업 부채를 합치니 9조 8047억 원이나 됐습니다.[각주:2]

 

인천시의 부채를 공기업과 합친 이유가 안상수 시장이 2003년 5월 설립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6조6424억 원으로 인천시 본청의 부채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인천시의 부채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시기는 2005년 (64.3%)과 2006년 (56.7%)입니다. 당시 안상수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거정비구역이나 초고층 쌍둥이 빌딩 등의 대형 건축 개발 사업을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안 시장이 선거에 출마하며 내세웠던 재개발 공약 등으로 안 시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인천시의 부채는 14.5배나 증가했습니다.[각주:3]

 

 

인천시를 부채에 허덕이게 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습니다. 당시 안 후보의 슬로건이 '빚 걱정 없는 우리 가족'이었습니다.

 

인천시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던 안상수 전 시장이 '빚 걱정 없는 우리 가족'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자체도 웃기지만, 이후 '새누리당 가계부채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점은 더 황당합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스스로 '빚 걱정 없는'이라는 슬로건을 내걸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통계로 안상수 전 시장이 재임 기간 부채를 14.5배나 늘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대도 안상수 전 시장을 새누리당 가계부채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한 사실은 새누리당이 그다지 가계부채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입니다.

 

인천시의 재정을 망친 전임 시장이 다시 인천시 국회의원으로 일하겠다고 4.29재보궐선거에 출마했습니다.

 

'방화 때문에 불탄 집 공사 현장에 방화범이 현장 소장으로 등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이유는 선거에는 이겼지만,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재선거의 원인이 당선인과 그 측근에 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인천서강화을의 당선자는 새누리당 안덕수 후보였습니다. 안덕수 의원은 총선 당시 회계책임자였던 허모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각주:4]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안덕수 전 의원은 4월 2일 인천서강화을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선대위원장은 말 그대로 선거를 치르는 핵심 인물입니다.

 

 

안덕수 의원 때문에 국민의 세금으로 다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안덕수 전 의원이 선거 핵심 인물로 임명된 것은 너무 어처구니없는 모습입니다. 마치 집에 불을 지른 방화범 때문에 집을 다시 짓는데, 건축소장으로 방화범을 채용한 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안덕수 전 의원의 안상수 후보 선대위원장 임명이 거센 비판을 받자,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번복했습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 홍일표 의원은 '선대위원장을 권유했고, 안 전 의원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는 무효로 했다'고 밝혔습니다.[각주:5]

 

해프닝이라 보기에는 권유한 새누리당 인천시당이나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 안덕수 전 의원이나 상식적으로 이해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잘못했어도 괜찮아, 1번을 찍어야 돈이 나오지'

 

새누리당이 안덕수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에 임명했던 모습을 보고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지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문화일보의 4.29재보궐선거 뉴스 ⓒ 문화일보 캡처

 

4월 2일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는 인천서강화을의 안상수 후보가 3% 정도 뒤지고 있다는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가 보고됐습니다.[각주:6]

 

각종 여론조사나 예측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여의도연구원의 조사 결과이기에 새누리당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검단 신도시에서 젊은층이 야권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나타나면서 여당 강세지역이라 안심하던 새누리당은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오전 9시에 있던 최고위원회 회의 이후 11시에 있던 안상수 후보 선거사무식 개소식에서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인 홍일표 의원은 안덕수 전 의원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이 안덕수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에 임명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총선에서 안덕수 전 의원이 보여준 표심 때문입니다. 당시 검단지역에서는 민주통합당 신동근 후보가 4,000표 차이로 새누리당 안덕수 후보를 이겼습니다.

 

그러나 강화지역에서는 새누리당 안덕수 후보가 무려 12,000표 차이로 민주통합당 신동근 후보를 눌렀습니다. 거의 몰표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여당 강세 지역에서 박빙 지역으로 바뀐 인천서강화을 지역에서 승리하기 위해 안덕수라는 인물이 필요했고, 무리해서 선대위원장에 임명하는 해프닝을 벌였습니다.

 

여의도연구원이 인천서강화을 지역을 박빙이라고 하고, 일부 언론에서 새누리당 몰표는 없으리라 보지만, 아이엠피터는 회의적입니다.

 

먼저 여의도연구원의 발표는 항상 나오던 여권 결집을 노린 의도일 수 있습니다. 진짜 박빙의 승부라고 해도 이미 새누리당은 강화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더 뛰어다니고 있으며, 이런 노력이 강화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는 인천시장 시절처럼, 자신의 텃밭인 강화지역을 위해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임기짜리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속화도로' 건설을 약속하고, '지하철 연장'은 물론이고 전국단위 스포츠 대회 유치 등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런 재개발 류의 공약은 유권자에게 '내 땅값(재산)이 오른다'는 기대감을 주고 있으며, 지역에서는 이런 공약들이 먹혔습니다.

 

안상수 인천서강화을 새누리당 후보의 강화지역 관련 공약은 33개이고, 노령층 대상 공약도 그 중의 5개가 됩니다.[각주:7] 이에반해 새정치연합 신동근 후보의 공약은 3개이며[각주:8], 그 중의 하나가  '어르신 안심도시 강화'라는 그다지 쉽게 와닿지 않는 공약입니다.

 

경로당 난방비 확대나 신증축 개보수, 게이트볼 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노령층에는 엄청나게 시급하면서도 가장 가슴에 와닿는 공약입니다. 

 

재보궐선거의 특성상 젊은층의 투표율이 떨어질 때 노령층을 위한 공약은 충분히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이라면, 1번이라면 무조건 찍겠다는 사람들이 이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후보자들은 항상 실현되지 않는 공약이라도 늘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얘기들을 선거 기간 내내 하고 다닙니다. 이상을 말하는 사람과 당장 돈을 벌게 할 것 같은 사람, 누가 더 쉽게 표로 이어질까요?

 

아무리 나쁜 짓을 했어도 나에게 유리한 사람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라는 착각을 새누리당은 심어주고 있습니다. 무조건 1번을 찍는다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왜 그들이 1번을 찍고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선거 때만큼은 이기기 위해 어떠한 방법이라도 동원하는 새누리당을 보면, 왜 그들이 선거에서 이기고 있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연평도 포격현장을 방문해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발언해서 나온 별명 [본문으로]
  2. 인천시 ‘삽질’하다 살림 거덜 … 8년 사이 빚 14.5배 늘어. 경향신문 2010년 7월 14일.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141819485&code=950201 [본문으로]
  3. 인천시 ‘삽질’하다 살림 거덜 … 8년 사이 빚 14.5배 늘어. 경향신문 2010년 7월 14일.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141819485&code=950201 [본문으로]
  4. 새누리 안덕수 당선 무효…판 커지는 4월 재보선.한겨레 2015년 3월 12일.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81934.html [본문으로]
  5. 안덕수, 인천 서·강화을 선대위원장 물러나. 경향신문 2015년 4월 3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032222065&code=910110 [본문으로]
  6. 與, 野 텃밭 2곳 ‘야금야금’… 인천 서·강화을 ‘불안불안’ 2015년 4월 3일. 금요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40301070630123001 [본문으로]
  7.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 공약.http://saenuriparty.kr/web/event/reelect20150429/reelect2015Pledge02.do [본문으로]
  8. 새정치연합 신동근 후보 공약 http://npad2015.kr/page/candidate4.php [본문으로]